사람들이 축구 문제에 화가나는 이유는
살다보면 어렴풋이, 때로는 선명하게 알게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이 사회의 부조리함이다.
누군가는 갖은 노력과 그에 맞는 실력을 수 차례 결과로 증명하였으나 경쟁에서 탈락하는 반면
누군가는 어떤 이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와 같은 지역 같은 대학 동창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주 손쉽게 승리자가 된다.
내 주변에도 여럿 있다.
모두가 구조조정 당하는데 혼자만 사장과 같은 대학 동아리 선후배라는 이유로 살아남는다던가, 유명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최연소 임원이 된다던가.
절차도 규칙도 없는 ㅈ소기업 이야기가 아니다. 이름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대기업 이야기다. 일반 직원들에게 들이대는 규율의 잣대는 엄격하고 매섭지만 그들이 정한 인너서클 안의 패거리에게 사규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사람들이 화가 나는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너무도 무력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필부의 무력감을 대한민국 축구판에서 적나라하게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박주호가 추천했던 감독 후보들에게는 그리도 엄격했던 잣대가 고대 후배 홍명보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ppt 50장을 제출해가며 성의를 보이고, pl 승격으로 본인의 엄청난 역량을 증명하였어도
그놈의 한국적 정서와 한국 축구문화를 몰라서 탈락이다.
홍명보는 모든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국대 감독이 되었다.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등 유명 축구인들과 관계자들 모두가 절차를 무시한 행위에 우려를 표했으나 축협은 귀를 닫는다. 입을 막는다.
여느 때 처럼 조용히 묻힐 수도 있었다. 그런데 박주호가 용기를 내어 협회 내부 비리를 공개했다. 축협은 반성하는 대신 내부 부조리를 공개한 사람에게 법적 조치를 취한다 했다.
이 사건은 이대로 묻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축구팬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런 부정적인 여론은 잊혀진다. 세상은 뉴스 투성이라 곧 새로운 사건이 기억을 덮는다. 지금껏 살아온 경험상 이런 일은 지나고 나면 정몽규와 홍명보 라인에 줄댄 사람들한테 유리하게 가더라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홍명보가 싫은 것 아냐? 듣고 싶은 정답을 말안해서 화난거 아냐? 라고 하기엔 사람들의 감정이 복잡하다. 너무 많은 사건과 부조리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부조리를 눈 앞에서 뻔히 보면서도 화내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함이 너무도 화가 난다.
그래도 사과해 주어서 고맙고, 파리 올림픽에서는 무례함이 선을 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