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축팬의 소소한 입문 가이드'를 보고 써보는, 간략한 응원팀 소개 - FC서울
입문 가이드 글을 보고 조금 부끄러워졌달까요.
왜 나는 용기내어 K리그를 소개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월드컵의 달콤쌉싸름하면서 살짝 아쉬운 뒷맛이 남아있는
바로 지금이 아니면 언제 소개할까 싶기도 하고,
함께 ‘방장 취향’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인들이라면 혹시,
K리그의 맛도 더 잘 느껴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제 응원팀 소개를 짧게 적어봅니다. (짧지 않음)
1. 팀 소개 & 소소한 직관 팁

FC 서울 입니다.
상암에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 경기장으로 하고 있습니다.
팀 소개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최근 성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행복이 어디 성적순이던가요?
혹자는 ‘행복은 몰라도 성공은 성적순’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그런 말들을 애써 모른 척 하는 것도 건강에 꽤 좋습니다.
경기 일정은 네이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여러모로 그게 제일 편합니다.
우리나라 모든 리그가 그렇듯,
리그는 3월에 시작해서 12월에 끝납니다.
FC서울 공식 인스타를 팔로우 해두시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 팀이 이기는건 잘 못해도 경기장 오라는 안내는 잘합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거라도 잘하는게 어디입니까.
너무 많은걸 욕심내면 행복과는 멀어질 수 있습니다.
경기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리면
어느 출구로 나와도 경기장을 찾아올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왜냐면 어느 출구로 나오든 경기장이 보이거든요.
그렇지만 2번 출구로 나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번 출구 바로 앞에 기념품 샵(FANPARK)과 카페가 있거든요.
보통 여기서 많이들 만나서 떠들다가 같이 경기장에 들어갑니다.
나름 타팀 팬분들이 부러워하는 서울의 명물입니다.
의외로 살건 별로 없습니다.
다만 부모님과 처음 직관 온 어린 아이들은
꼭 여기서 무엇인가를 부모님께 얻어내고 가곤 합니다.
어린 자녀와 오실 분들은 주의하세요.
그래도 뭔가 하나 사보고 싶다면 유니폼과 머플러 정도가 있는데,
처음 오시는 분들께는 머플러를 추천드립니다.
유니폼은 마킹 없이 9만원이거든요. 머플러는 2만원선입니다.
남은 생에 다시 올지 모르는 곳에 9만원을 던져놓고 가는 것을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가끔 이 주변에서 구경하다보면 종종 의외의 인물들도 볼 수가 있는데,
지난 시즌엔 모델 한현민씨가
제 뒤에서 팬파크 입장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날처럼 제 얼굴 크기가 부끄러운 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샵과 카페 구경을 마치고 경기장으로 가다보면

이번에는 쭉 서있는 푸드트럭들이
다이어트 중인 여러분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런데 더운 여름날 트럭 앞에 사람들이 줄 서있는걸 보면
발목이 저절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푸드트럭의 라인업은 매경기 바뀝니다.
선수단은 잘 안바꿔도 푸드트럭은 잘 바꿉니다.
선수는 잘 안채워도 푸드트럭은 잘 채웁니다.
혹시 경기장 가보실 분들은 인스타에서 확인하고 가시는걸 추천드리고,
그게 귀찮으면 서울 팬 커뮤니티에 찾아가서
‘직관 처음 가는데 오늘 푸드트럭 라인업 뭐임?’ 이 글 하나만 쓰시면
똑같은 내용의 댓글이 10분 안에 다섯개씩 달리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서울 뉴비에 그만큼 배고픈 사람들입니다.
음식에 화약을 숨기지 않았다면,
모든 음식은 기본적으로 반입 가능합니다.
음료는 600미리 이하 페트병만 반입이 가능하고
뚜껑은 입장할 때 따서 내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둘 애껴모은 뚜껑이라도 팔아서
선수 영입이나 좀 더 해줬으면 합니다.
티켓 예매는 티켓링크로 할 수 있는데
FC 서울 홈페이지에 가입하셔서 하시는걸 더 추천드립니다.
그게 제일 쉽고 지속가능합니다.
귀찮으시면 직접 가서 사셔도 됩니다만 2천원인가 비싸게 받습니다.
2. 선수 소개
핵심 선수 몇명과 지켜볼만한 유망주 몇명 빠르게 치고 가겠습니다.
사실 이 K리그 유망주 몇명쯤 알아두는게,
축구보는 친구들 앞에서 아는 척 하기에 굉장히 좋습니다.
비단 월드컵 뿐만 아니라, U-20 월드컵, 올림픽 등을 보면서도
써먹을 수 있는 선수들을 소개시켜 드릴테니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핵심 - 나상호, 기성용, 오스마르, 일류첸코

최대한 많은 선수를 핵심으로 소개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입문용 글이 아니게 될 것 같고,
이 네 선수는 우선적으로 알아두셔도 좋습니다.

나상호 선수는 지난 시즌 서울의 주장을 역임한 선수로,
이번 월드컵에도 출전한 선수입니다.
비판을 많이 받아서 서울팬들의 마음을 아프게했지만,
우루과이전 선발 출전해서 무승부에 일조하며 여론을 뒤집었던 날,
서울팬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했습니다.
주로 왼쪽 윙어로 뜁니다.
접고 들어오면서 때리는 슈팅이 맛있습니다.

기성용 선수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십여년전 서울에서 데뷔 후, 빠르게 성장하여 유럽 진출,
수년간 국대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켜왔고,
재작년 여름 고향팀 서울로 돌아와서
지금은 말년(방장 아님)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성기 기량은 아니지만 여전히 잘합니다.

스페인 사람인 오스마르 선수는 외국인 선수로는 드물게
팀의 주장까지 역임한 바 있으며,
2014년에 서울에 입단한 이래로
단 1년을 제외한 여덟 시즌을 서울에서 보내며
이미 레전드로 자리잡은 수비수입니다.
굉장히 긴 다리로 상대 공격수의 볼을 쏙쏙 빼내고,
능숙한 왼발로 빌드업의 시작점을 맡고 있습니다.
종종 스페인 언론들이 한국 선수에 대한 정보를 캐갈 때,
이 선수와 인터뷰하기도 합니다.

일류첸코 선수는 포항 - 전북을 거쳐
지난 시즌 서울에 자리잡은 독일-러시아 이중국적선수로
현재 서울의 주 득점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소개해드리고 싶은 핵심선수가 두명 더 있는데,
그 두 선수는 내년 초에 상무 입단이 확정되어 있습니다.
1년 반 동안 정을 떼어야 하니
동서남북으로 울부짖으며 설명 생략하겠습니다.
2) 유망주 - 백종범, 백상훈, 강성진, 이태석, 이한범

다른 선수들을 제쳐두고 이 선수들을 소개시켜드리는 이유는
이 선수들 중 일부가 다음 올림픽 또는 아시안 게임에 나올 가능성이
꽤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 듯이 ‘나는 얘 알고 있었다’ 용도로 사용 가능합니다.

첫번째는 골키퍼 백종범 선수입니다.
프로에서의 출전 횟수는 아직 단 3회입니다만,
청소년 대표팀 붙박이입니다.
키퍼 강국인 우리나라의 차기 대표팀 키퍼 후보 중 한명입니다.
다만 백종범 선수 앞에 서있는 줄이 좀 길긴 합니다.

두번째 선수는 미드필더 백상훈 선수입니다.
상당히 빠릿빠릿하게 잘 뛰어다닙니다.
해축 좀 보시는 분들은 캉테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시고,
02년 월드컵 쯤에서 축구 지식이 잠시 쉬고 계신 분들은
김남일 스타일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스타일이 그렇다는거지 기량이 그 정도라는 것은 아닙니다.
역시 청소년 대표팀 단골입니다.

세번째 선수는 윙어 강성진 선수입니다.
K리그 좀 깊게 본다 싶은 사람들 중에
이 친구를 주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왼발잡이 오른쪽 윙어로, 상당히 개인기와 드리블이 좋은 스타일입니다.
03년생인데 이미 A매치 데뷔까지 한 선수입니다.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네번째 선수는 왼쪽 수비수 이태석 선수입니다.

을용타 첫째 아들입니다.
알고 나서 사진 다시 보니까 살짝 을용타 얼굴이 보이시죠?
02년생 어린 나이지만 이미 서울의 준주전급 자원입니다.
왼발 킥 능력이 좋고 움직임이 상당합니다.
속도가 좀 아쉽습니다만 발전의 여지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엔 다소 부침과 부상이 있었습니다.
서울팬들은 이 선수와 다음에 소개드릴 선수를
차기 국대감으로 많이들 뽑습니다.
참고로 을용타 둘째 아들도 내년에 서울 입단이 확정되어있는 상황입니다.

다섯번째 선수는 센터백 이한범 선수입니다.
K리그에서 포스트 김민재를 뽑으라면 이 선수를 많이들 뽑습니다.
파괴적이었던 김민재 데뷔 시즌처럼 이미 완성된 기량은 아니지만,
공중볼, 태클, 마킹, 빌드업, 어느 하나 아쉬운 부분이 없습니다.
이태석과 더불어서 알아두면 정말 좋을 선수입니다.
3. 마치며
최대한 많은 걸 소개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에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저는 내년이면 벌써 18년째 서울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왜 내가 이걸 좋아하게 됐을까 후회되는 날도 많지만
내가 직관간 경기를 이기는 날이면,
서울 선수들이 국대 경기에서 활약을 하는 날이면,
그 맛 하나로 일주일을 살게 됩니다.
아직 마이너하지만
K리그, 정말 재밌습니다.
솔직히 유럽리그만큼 수준이 높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재미는 수준이 아니라 몰입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 우리 반과 옆 반의 축구 경기를
월드컵만큼 재밌게 봤던 것 처럼요.
서울팬으로서 서울 소개글을 썼지만
굳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경기장, 가까운 팀 한번 방문해보세요.
고향의 경기장, 고향 팀 응원도 좋습니다.
직접 가보면 후회는 안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서울 팬 커뮤니티의 운영자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글을 보고 서울 경기 한번 와볼까 싶어져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면, 서울 팬 커뮤니티를 찾아와서 물어봐주세요.
많은 팬들이 친절하게 서울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할겁니다.
사이트 이름은 말 안할게요.
알려져도 저한테 땡전 한푼 안떨어지지만,
꽤 애쓴 글 홍보로 잘리면 어떡하나 싶어서 겁이 납니다.
그렇지만 찾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K리그 규모에 각 팀 팬 커뮤는 하나씩 밖에 없거든요. ^_<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