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축구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축구를 ‘요리대회’같은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클럽팀과 대표팀도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클럽팀은 주어진 예산안에서 입맛에맞게 자신이 요리를 할 수 있는 <한식대첩>같은 요리대회라면,
대표팀은 어떤 선수가 터지고 어떤 선수가 부진할지 모르는 상황속에서 자신의 음식을 만들어야하는 이른바 <냉부해>같은 요리대회라고 생각합니다.
포맷이 어찌되었든 요리대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셰프, 즉 감독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8할을 넘게 차지한다고도 생각하고요.
어떤 감독은 무시알라, 토마스 뮐러같은 투뿔 소고기를 재료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광탈을 하거나 키에사, 조르지뉴같은 최고급 재료를 받고 예선을 떨어지곤 합니다.
또 어떤 감독들은 요리실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메시, 데용, 음바페같은 사기조미료에 힘입어 승리를 가져오기도하고요.
반대로 어떤 감독은 K리거라는 집된장과 직접키운 야채만으로 미슐랭 쓰리스타는 아니어도 1스타에 충분히 거론될만한 성적을 내버렸습니다. (옆나라는 유럽발효방식을 차용한 낫또로 비슷한 성적을 내었고요.)
그런점에서 벤투감독은 올 한해 꽤나 멋진 요리를 선보였습니다.
사실 국제대회에선 으레 손흥민과 김민재같은 메인재료에 해당하는 선수들에게 주목이 쏠리곤 했었습니다.
아 흥민이형이 넣어줄거야.
아 민재형이 막아주겠지 하며 말이죠.
근데 벤투감독이 우루과이전에 내놓은 플레이트를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개인적으론 포르투갈전 보다 생생합니다.
어라 김문환이 누녜즈를 효과적으로 막는구나
조규성이 고딘에게도 통하는구나
아니 이재성이 발베르데를 지운다고?! 하며 말이죠
개인적으로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팀적으로 빛을 발한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내에서도 몇 없다고 생각합니다.
벤투감독이 내놓은 요리는 16강이라는 성적뿐만 아니라 한국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것에 더 큰 의의가 있는것 같습니다.
부디 차기 감독이 비슷한 축구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THANK YOU. D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