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을 구워먹다
(먼저 제목이 어그로가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침착맨님
지난 8월 8일자로 갑작스레 제주로 출국하여 12일자로 귀국한
짧디 짧은 여름 휴가를 마치고 온 개청자입니다
제주엔 1년에 한번씩은 가는데요,
매번 늘 컨셉을 잡고 가곤 했었습니다
이번엔 물놀이로 컨셉을 잡고 내내 바다에만 들어가 있었는데,
유일하게 목표했던 음식이 있었습니다
(사진 출처 : 돈찐블로그)
침착맨님은 혹시 흑돼지에 대해 잘 아시나요?
우리가 흔히 먹는 흑돼지는 토종이 아니라 외래종인 버크셔와의 혼합종이고,
찐 흑돼지는 천연기념물로 보존되어서 제주에 유일하게 한군데의 목장에서만 취급하고 있다고 해요
제가 먹고 온 건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550호로 보존되고 있는 순수 토종 흑돼지입니다.
각설하고 사진 갑니다
기묘한 화구에 기묘한 숯
따로 천연기념물의 부위 선택은 없습니다
정해진 천연기념물을 도축해서 그람수에만 맞춰서 골고루 섞어서 주는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천연기념물이 한 부위로만 쏠리지 않도록 잘 배분하시는 것 같습니다
굵은 소금이 천연기념물에 러프하게 흩뿌려져서 나오는 형태
자세히 보시면 천연기념물의 붉은 색이 굉장히 짙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운데서 굽다가 다 익은 천연기념물은 가장자리 석쇠 쪽으로 빼는 구조의 독특한 불판입니다
천연기념물이 구워진 모습도 소고기와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고기를 구울 땐 비계가 붙어있는 부위를 절제해서 자르는 것이 아니라
고기가 길어지더라도 살코기와 함께 붙어있도록 잘라야 한다고 아버지께 배웠습니다
천연기념물도 그러합니다
사장님이 천연기념물은 오래 굽지 않아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뭐 사실 ‘돼지고기는 바짝 익혀야 한다’는 것도 다 옛날 말이죠
사장님이 다 익은 천연기념물은 처음엔 아무것도 찍지 않고 그냥 드셔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천연기념물에 뭐 찍지 않나, 옆에서 지켜보셨습니다
사장님이 직원들끼리 먹으려고 꽁쳐놓은 천연기념물 껍데기를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거죽만 벳겨낸 천연기념물의 껍데기는 흔히 먹어본 껍데기보다 더 부드럽고 물컹한, 묵이나 죽같은 식감이었습니다
총평
- 비주얼과 식감 모두 돼지고기가 소고기로 진화하다가 멈춘 것처럼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 그렇다고 이도저도 아닌 게 아니라, 두 고기의 장점을 모두 흡수한 것 같은 맛이다
- 처음 씹는 순간과 중간맛, 끝맛이 조금씩 다르고, 이게 순차적으로 온다. 마치 고급 위스키를 먹는 것 같다
- 고기는 단단한 편이다. 그래서 안에 뜨거운 기름을 오래 머금고 있어서 혓바닥을 데었다
- 비계 부위가 엄청나게 고소하고, 그 고소한 맛이 그윽하게 오래 간다
- 하루에 정해진 양만 판매하기에 무조건 미리 전화를 해야 한다고 한다
- 앞으로 제주 갈 때마다 무조건 들를 예정
가격 : 60,000원(500g)
이런저런 자세한 내용은 아래 돈찐님의 블로그를 참고하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don_jjin/223367100023
마지막으로 이번 제주 여행에서 우연히 들른 하이랄 왕국의 키키리코 마을 사진을 남겨드립니다
아디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