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3시간 이상 웨이팅해서 먹는 식당들만 다녀온 후기
이번 여름 부산으로 일주일 여행을 다녀왔읍니다.
서울경기 수도권은 낮에는 쪄죽을 것 같은 날씨, 아침저녁에도 후텁지근한데,
부산은 낮에도 그늘 들어가면 시원하고, 아침저녁에는 선선한 날씨인 것이
왜 저 어릴 적에 부산으로 피서 간다고 했는지 알 것 같은 날들이었습니다.
1. 돼지국밥
돼지국밥 하면 부산, 부산 하면 돼지국밥이죠.
부산 3대 국밥으로 여기저기 언급되는 곳들이 많긴 하지만, 그 중 광안리 수변공원 근처 민락동에 있는 ‘수변최고돼지국밥’ 집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도 줄 서서 먹는 집이었는데
어플로 온라인 원격 줄서기가 가능해지면서, 이제는 거의 200팀씩 줄 서는 어마무시한 곳이 되었답니다…
(부산 현지인들은 옛날에는 가게 앞에서 30분 정도 줄 서면 먹을 수 있던 곳이, 온라인으로 3시간씩 기다리게 되어서 매우 불만이 많다고…)

이 국밥집의 시그니처 국밥은 바로 항정살이 들어간 “항 정 국 밥”인데요.
야들야들한 고기가 푸짐하니 가득 들어있고, 국물은 적당히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것이, 왜 유명한 곳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항정국밥의 가격, 12000원 이었습니다.
양도 많고, 맛도 아주 만족스러운 가게였습니다.
2. 카이센동
부산에서 느낀 점은, 일본과 가까워서인지 퀄리티 좋은 일본식 음식점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로 방문했던 줄서기 맛집은 바로 해운대에 있는 ‘해목’ 이었는데요.
여기서는 신선한 갖은 회가 들어간 ‘카이센동’을 먹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줄서기로… 2시에 웨이팅 걸어서, 5시 가까운 시간에야 먹을 수 있었습니다.

흰살생선부터 연어, 참치까지 신선한 횟감들이 올라가 있고
조개 젓갈과 해초무침, 그리고 큼지막한 조개가 들어간 된장국, 마지막으로 팥양갱 디저트까지.
구성이 아주 알찬 카이센동 정식이었습니다.

카이센동의 가격, 36000원 이었습니다.
해산물에 일가견이 있는 제 친구 의견으로도, 이 가격에 이 퀄리티는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3. 돈카츠
온라인 줄서기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대 피해자, 세 번째로 방문했던 줄서기 맛집은 광안리에 위치한 ‘톤쇼우 광안점’ 이었습니다.
광안리에 있는 광안점도, 부산대 근처에 있는 본점도 원래는 주변 현지인들이 종종 방문해서 먹던 곳이었다는데,
외지인들 입소문 타면서 이제는 웨이팅 지옥이 되어버려서 현지인들은 오히려 발길이 끊겼다는 슬픈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이 곳의 웨이팅은 말그대로 지옥의 수강신청인데요.
매일 아침 10시, 당일 식사 웨이팅이 열리고, 약 2분 만에 200팀 대기가 전원 마감됩니다.
정말 대학생 시절 수강신청 하는 것처럼 일행들이 모두 앱을 켜놓고 광클하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대기번호는 113번 받아서, 무려 5시간 이상을 기다려서… 오전 10시에 웨이팅을 등록하고 오후 4시에서야 입장했습니다.
심지어 200번대를 받은 분들은, 오전 10시에 웨이팅 등록하고 저녁 8시에야 입장한다고 하더군요.

이곳의 시그니처는 일명 ‘버크셔K’라는, 순종 흑돼지의 좋은 육질 고기를 사용해서 만든 돈카츠가 유명합니다.
저희는 ‘버크셔K 특 로스카츠’를 먹었는데요.
적당한 온도에서 튀겨내서, 겉의 튀김옷은 너무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포슬포슬 바삭하고
내부의 고기는 많이 다지지 않은 것처럼 부드럽고 육즙이 콸콸 넘치고, 비계 부분은 혀 위에서 살살 녹는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돈카츠 퀄리티였습니다.
버크셔K “특” 로스카츠, 가격은 18500원 이었습니다.
일반 로스카츠보다는 가격이 꽤 높고, 그냥 버크셔K 로스카츠보다 약간 높은 가격입니다.
역시 “특” 입니다.
음식의 퀄리티, 가격, 모두 괜찮았고
돈카츠로 유명한 일본의 맛집들과 비교해도 더 나을 정도였지만
오전 10시에 웨이팅 걸어놓고 5시간 이상 일정이 묶여 기다리는 경험은 매우 안좋은 경험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가격을 좀더 올리고, 웨이팅 경쟁을 좀 줄이는 게 어떠실까 생각합니다.
4. 라멘
웨이팅 지옥 부산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줄서기 맛집은 해운대 길 건너의 상점가(일명 해리단길) ‘나가하마 만게츠’ 입니다.
영업 시작시간은 오전 11시부터인데, 이 식당의 웨이팅은 오프라인 & 온라인 두 가지로 진행됩니다.
오픈 1시간 전인 아침 10시부터 현장 웨이팅 등록이 시작되는데, 직접 가게 앞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등록해야 하고
오픈시간 아침 11시부터는 온라인 줄서기 등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앞서서 온라인 줄서기의 지옥을 맛봤던지라, 차라리 현장에서 미리 등록해두는 것이 번거로울지언정 시간으로는 이득이라는 걸 깨달았기에…
오전 10시 30분쯤 방문했고, 웨이팅 등록으로 대기번호 13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전 11시 15분쯤 입장 성공!
하지만 온라인 줄서기를 했다면 최소 2~3시간은 기다려야 했겠죠…
앞선 다른 식당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짧은 시간이죠 ㅎㅎ



후쿠오카에 1963년부터 영업해온 동명의 라멘 명소 맛을 본따 한국에서 오픈했다고 하는데요.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면, 일본 후쿠오카의 원조집은 동네에서 오래 영업한 소박한 식당 같은데,
한국에서는 인테리어나 컨셉을 좀더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잡은 것 같았습니다.

대표 메뉴는 이름처럼 ‘나가하마 라멘’
국물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진하지도 않고, 돼지 육수 맛이 알맞게 올라오면서도, 왠지 닭고기도 넣으셨는지 비슷한 향도 느껴졌습니다.
주문하면서 면을 삶은 정도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기본 옵션인 “꼬들한 식감”으로 주문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좀더 삶아서 풀어진 면이 더 잘 어울렸겠다 싶었습니다.
추가로, 먹는 자리에는 마늘, 후추, 다데기 양념, 깨 등이 있어서 원하는 맛으로 커스터마이즈 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현장 웨이팅으로 30분 정도 기다려서 먹으면 정말 만족스러운 맛이었고,
만일 2~3시간 이상 기다렸다면 시간이 좀 아까웠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가하마 라멘, 가격은 10000원 이었습니다.
이상, 대도시와 휴양지의 기분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도시, 맛집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웨이팅 지옥인 도시, 부산에서 먹은 음식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