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국회의원 선거 투표하기
안녕하시렵니까.
침하하 일본지부 도쿄팀 소속 침순이입니다.
여러분들도 익히 알고 계시다시피
4월 10일에 대한민국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질 예정입니다.
재외국민 투표의 경우, 투표용지를 해외에서 국내로 이송하는 등의 절차가 추가되기에
국내 선거보다 조금 더 빠른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저는 중, 고를 미국에서 나왔는데요
그 때 대선도 있었고 국회의원 선거도 있었지만
연령이슈와 거리이슈(미국이라 투표소까지 가기 너무 빡셈)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 대학을 일본으로 왔더니
이게 웬걸? 지하철 타고 40분만 가면 투표가 가능하네요. 역시 대도시가 짱짱맨입니다.
아무튼 그동안 못다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재일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재외국민 등록을 하고 대기했습니다.
3월이 되고 드디어 일본에서의 재외국민 투표 일정이 발표되었습니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건 신주쿠 투표소이지만 알바 이슈로 일정이 안 맞아서
그냥 투표소 열리자마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미나토구의 대사관 본진으로 갑니다.

구글 평점이 안 좋은 이유는 모르겠으나, 들어가 보면 일본인 직원분도 한국인 직원분도 모두 친절하십니다.
한국 대사관이 세계적으로 악명이?높다고 들었는데 저는 대사관 갈 때 큰 불편을 겪었던 적이 딱히 없습니다. 아무래도 바쁘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대사관을 찾는 경우가 많으실 것 같은데, 응대나 업무진행에 대해 조급한 마음을 버리시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대사관 입구 옆에는 이런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같은 건물에 재일한국인역사자료관이 들어와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한국 대사관과 민단에서 재일교포 분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평소에는 갈 수 없는 8층으로 가서 투표를 합니다. 일본 신분증 (재류카드, 운전면허증 등)도 되고 한국 신분증(운전면허증, 여권 등)도 사용 가능합니다. 투표하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중에 보니,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듯한 분들도 계시고, 한국어를 잘 못 하시지만 알아는 들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모두의 공존이 뭔가 신기했달까요.
한국에 등록되어 있는 주소지를 기준으로 투표를 진행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보는 우리 지역 이름이 반가우면서도 낯설어진 게 약간 슬펐습니다.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투표를 하고 나와서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좋은 날이니만큼 우리 옷을 입고 길을 나섰더랬습니다. 저희 동네 밖에서 한복을 입고 돌아다녀 본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 지금도 니혼바시 근처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아직 머리채를 잡히거나 칼을 맞거나 욕을 듣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의외로 아무도 안 쳐다봅니다. 아마 이대로 무사히 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도쿄 한복판 아자부쥬방 거리에 휘날리는 태극기 사진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내용도 없는데 쓸데없이 길기만 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모두 투표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