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건만 간단히, 움짤은 한 번 더 생각
금병영에 상의하세요
야생의 이벤트가 열렸다
즐겨찾기
최근방문

일본 다방 기록 - 히로시마 에이토(eight)에서 할머니와 수다 떨기

계은숙
23.10.26
·
조회 3305

(2022년 2월 맛집 카페에 썼던 글을 약간 고쳐씁니다)

 

 

히로시마에는 5년정도 살고 있는데

가끔 이 가게앞을 지나가곤 했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폐점 느낌이 강하죠?

그런데 놀랍게도 영업중.

 

 

 

문 닫았나? 싶어

가게 안을 엿보니 할머니께서 테레비를 보고 계셔서 용기를 내 들어가본다.

 

“안녕하세요 가게 열었나요?”

"으응..모처럼 오셨으니 열까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차를 내오시는 주인 할머니

혼자 계셔서 그런지 불은 꺼진 실내

 

"조명 스위치가 위에 있으니까 돌려서 켜요."

“아~네. 조명 끈 것도 괜찮은 느낌은 드는데요.”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져있지만

나름대로 주인 할머니의 질서 안에서 정리정돈되어 있는 듯한 실내..

마치 외할머니댁에 놀러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커피를 준비하는 할머니에게 밑져야 본전식으로 물어보았다.

 

"가게 성냥 있나요?"

"있지. 2500개정도 쌓여있어. 그런데 요즘은 이게 유행인가? 아니면 그냥 취미로 모으는 건가?"

"아니오. 전 그냥 취미로 모으지요."

 

심플하니 멋스러운 성냥

고맙게도 두개를 얻었다.

 

 

 

 

커피 350엔

진한 맛이 좋은 지 옅은 맛이 좋은 지 물어봐주신다.

커피는 사이폰 커피였다.

할머니 왈 그게 맛있다고.

커피 맛을 모르는 나는 ‘대충 적당히’ 라고 대답.

가끔은 거짓으로라도 커피에 대한 기호를 정해둬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자네는 억양을 보니 히로시마 사람이 아니구만.”

히로시마 사투리의 할머니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들

자식 이야기 결혼 이야기 여행 이야기 등등

87세의 할머니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1시간이 훌쩍..

 

"내 새끼는 몇 살이 되어도 나에게는 어린 아이이다"

“아들은 60이 넘었지만 아직 독신”

"결혼한 사람은 어딘가를 놀러다녀도 아내에게 바가지를 긁히지만, 그래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게 제일 좋다"

"단골 손님, 친한 친구들도 다 죽었다. 친구는 한 명뿐이 없다."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역시 들어오길 잘 했다 ! 생각이 든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있자니 40대 정도의 아저씨 손님이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저, 기억하실라나요? 저번에도 왔었는데.

커피 한 잔만 주세요."

또 다른 할머니의 말벗의 등장.

슬슬 교대 시간이 된 것 같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게.. 좋은 여자를 꼭 만나요"라는 할머니의 인사를 뒤로 하고

또 새로운 말벗 아저씨와도 가벼운 목례를 나누며 가게를 나섰다.

 

 

할머니 !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내셔야 합니다~

댓글
지옥에서온삼각자
23.10.26
미야자키끼얏호
23.10.26
돈주고 사서 볼 잡지글 같아요 너무 좋당
계은숙 글쓴이
23.10.26
과찬이십니다 고맙습니다^^
침굴맨
23.10.26
너무 재밌어요! 연재 기다릴게용
으랏차차우엉박
23.10.26
너무 좋은글
항구를떠도는철면수심
23.10.26
성냥갑 디자인이 넘 이쁘네요
배봐배
23.10.26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책으로 나오면 참 좋겠네요!!
절대햄탈해
23.10.26
영조는 사도세자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요. 나쁜놈..
우그웨이
23.10.26
기자풍의 느낌있는 탐방기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한화의김성근감독님사랑해
23.10.26
글이 너무 좋아서 다 모아서 책으로 확 내버리고 싶다 진짜
계은숙 글쓴이
23.10.26
나름 고민하면서 고쳐쓴 보람이 있군요 과찬이십니다 고맙습니다 ㅎㅎ
치무차쿠만
23.10.26
개인제작 성냥 멋지네요
건강하고빵긋
23.10.26
침하하에서 이런 글을 보게 될 줄이야ㅎㅎ 감사합니다. 연말에 새해 맞아 남편과 히로시마에 가는데요 저도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어가보고 싶네요. 일본어를 못하지만요..
계은숙 글쓴이
23.10.26
고맙습니다 히로시마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랄게요^^
어랍쇼
23.10.26
여로형 소설의 한 장면 같아요
생수같은남자박재성
23.10.26
사장님 여기 가게 성냥 있나요?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8314206444-5o4rkzhobr2.jpg
초카와이
23.11.02
글이 재밌어요!

🍽️음식&여행 전체글

오사카 2일차 17
여행
서울특별시강남구개포동
·
조회수 4271
·
23.10.30
일본 경양식 기록 - 홋카이도 '무토'에서 단골손님과 이야기 4
여행
계은숙
·
조회수 3213
·
23.10.29
왜 그런 날 있잖아요옹~ 갑자기 수목원 가고 싶은 날 40
여행
하스펄
·
조회수 5649
·
23.10.29
리버스 탕후루의 계절 20
음식
내병건의색깔은블랙
·
조회수 8277
·
23.10.27
현재글 일본 다방 기록 - 히로시마 에이토(eight)에서 할머니와 수다 떨기 18
여행
계은숙
·
조회수 3305
·
23.10.26
(스압) 오사카 가서 맛집 부순 썰 52
음식
메탈곰
·
조회수 5793
·
23.10.23
일본 다방 기록 - 나고야 '산센' 23
여행
계은숙
·
조회수 4271
·
23.10.23
럴커탕면 도전해봄 22
음식
베게나라백예린
·
조회수 6806
·
23.10.21
스압) 단풍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런데 이제 홍철없는 홍철팀... 17
여행
하스펄
·
조회수 4029
·
23.10.23
런던 여행중입니다. 21
여행
핏캣츳
·
조회수 4536
·
23.10.22
오늘의 밥밥디라락 10
음식
susuya
·
조회수 3836
·
23.10.17
일본 다방 기록 - 60년 전통의 동네 커피숖 14
여행
계은숙
·
조회수 4191
·
23.10.16
일어나자마자 볶는 제육 27
음식
감자밥
·
조회수 6014
·
23.10.14
일본 다방 기록 - 하늘나라에 간 아내분의 가게를 이어받은 할아버지 25
여행
계은숙
·
조회수 4941
·
23.10.12
미국 앨버커키 열기구 축제 21
여행
서망고
·
조회수 4556
·
23.10.12
수정) KTX&SRT 간단 노선도 업데이트! 45
여행
포항민수
·
조회수 6635
·
23.10.12
가을은 새우의 계절이쥬... 16
음식
체리쥬빌레
·
조회수 3772
·
23.10.10
어제 생일이었슴다! 혼자 제주 다녀왔슴다 46
음식
침착맨맛쿠키
·
조회수 3705
·
23.10.10
걍 색스임 25
음식
짱짱절미
·
조회수 6857
·
23.10.08
안녕하세요 횐님들 오랜만에 몇자 적어봅니다 14
음식
행복하고싶잔슴
·
조회수 3673
·
23.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