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방 기록 - 60년 전통의 동네 커피숖
2022년 8월에 들른
‘커피숖 마이코’
내가 사는 곳에서 버스를 타고 15분이면 갈 수 있는 커피숖이다.
구글맵에서 커피숖을 찾아보다가
입구 사진을 보고 한 눈에 반해 가게 된 것이다.

란마 ½의 샴푸를 떠올리게 하는 핑크색의 타이포.
まいこ(마이코)
주택가에 이런 가게가 있으니 그 귀여움이 한 층 돋보인다.

가게에 들어가니 60-70대 정도의, 안경을 쓴 푸근한 인상&살짝 무뚝뚝해보이는 인상의 주인분께서 티비를 보고 계셨다.
아이스커피를 주문.
에어컨 바람에 한 땀 식히며 마셨던 아이스커피가 기억에 남는다.
(커피를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동네 단골들이 많이 올 법한 분위기인데 이 날은 나 혼자였다.
적막한 가게 안을 티비 소리가 채우고…
커피를 다 마신 나는 점주님께 가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도심에 있는 인기 카페도 아닌, 그냥 동네 커피숖 사진을 찍겠다는 게 낯설었는지 살짝 놀란 모양의 점주님. 그러나 이내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담배 판매대와 바 카운터)
코니카의 사진기를 꺼내,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내 모습을 지긋이 보시던 점주님
“그건, 필름카메라인가요?”
하고 살며시 말을 걸어주셨다.
“예, 아날로그가 좋더라고요”
“요즘도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분이 계시는군요?”
자연스럽게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되었다.
점주 아저씨.. 무뚝뚝한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귀여운 아저씨였다.
대화 내용의 순서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정리하면
이 가게는 60년전부터 쭉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에어컨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게에 에어컨 바람을 쐴 겸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그리고 옛날에는 아이스커피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고 냉커피(冷コーヒー, 레-코-히-)라는 단어를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랬던 것 같다.
유명한 빙과류인 더위사냥도 ‘냉커피맛’이라고 써있었던 것 같다.

점주 아저씨는 커피숖을 경영하기 전에는 간판 가게를 하셨다고 한다.
사진 속 메뉴판도, 전부 다 손으로 그렸단다.
(테두리도 전부 다)
물론 입구에 붙어있는 타이포도 전부 손으로 그린 뒤 오려붙였다고 한다 !!!

그 때문에 가격을 바꿔야할 때마다
새로 메뉴를 그려야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에 대해서는 고민이 크다고 하셨다.
컴퓨터 기술에 의지하지 않는 모습이 멋있었다.


“옛날 이야기가 듣고 싶거든 언제든 놀러와요”
헤어질 때 인사도 퍽 귀여우신 아저씨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다른 가게들 돌아다니느라 한번도 못 갔다.
올해가 가기 전 오랜만에 옛날 이야기를 들으러 가게 되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