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방 기록 - 하늘나라에 간 아내분의 가게를 이어받은 할아버지
점주는 아내가 운영하던 커피숖을 이어받았다
와카야마시 ‘논논 커피숖’
‘소루'라는 다방에서 차를 한 잔 하고 다음에 갈 카페를 찾아봤다.
구글 맵으로 검색하니 한 가게가 나왔다.
영업시간, 메뉴, 가게의 분위기 등… 어떤 정보도 등록되지 않은 가게였다.
약 1킬로를 이동.

한적한 동네의 커피숖에 들어가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외지인에게 박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에라 모르겠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80정도 되어보이는 할아버지가 신문을 읽다말고 “아아 ! 어서오세요 !”하며 놀란 듯 말한다. 인기척에 놀란 모양이었다.
“홍차 있어요?”
“아 ~ 여긴 커피만 팔아요..”
“아, 그럼 커피 한 잔 주세요”
할아버지가 몸을 일으켜 커피를 끓인다.
혼자 뿐인 가게에는 티비 소리와 물 끓는 소리만 울려퍼진다.

“외근이신가? 아니면 쉬는 날?”
침묵을 깬 주인 할아버지의 한 마디.
“오늘은 사카이(오사카)에서 당일치기로 놀러왔어요. 사는 곳은 히로시마입니다”
“그렇구만. 사진 찍으러? 이 근처에 나나마가리 시장이라는 곳이 있는데, 다들 그 시장을 찍으러 오는 모양이요”
“아.. 유명한가보네요. 처음 들었어요. 저는 이 가게에 오는 게 목적이었거든요”
그 말을 들은 주인 할아버지께선 기쁜 듯 웃으셨다.
개업한 지 35년, 단골손님의 대부분은 돌아가셨다고.
“이 근처에는 3개 정도의 커피숖이 있었어요. 지금은 다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께서 이 가게를 계속 하시는 이유는..
“건물이 내 거라 말이지. 월세 부담이 없어. 뭐 그냥 열어두기만 하는 가게지만 말이요”

“그 말씀은, 커피숖 운영이 단순 장사라기보다는 생활의 일부라는 셈이겠네요?”
“그렇지 그렇지. 생활의 일부 ! 아내가 얼마 전 죽어서 말이야. 혼자서 하고는 있지만”
이 가게는 원래 아내분이 시작한 가게라고 한다.
와카야마시내의 커피숖 종업원이었던 아내분이 35년전 개업.
지금의 점주인 할아버지는, 30년간 다른 일을 하고 계시다가, 5년전부터 이 가게 일을 도맡게 되었다.
그리고, 2022년 말, 아내분께서는 눈을 감았다.
“그럼.. 아내분께서 30년간 하시던 가게이니만큼, 지금도 이 가게에는 아내분의 흔적이 꽤 남아있겠네요”
“아니, 가게 전체에 남아있지 ! 이 가게에 있는 인형도, 장식도.. 전부 아내꺼거든. 하하하~”
아내분을 무척 사랑하시는 게 훤히 보였다.


궁금했던 가게 이름에 대해 질문.
“논논 이라는 가게 이름은 아내분께서 지으신 겁니까?”
“내 애칭이 ‘논쨩’이거든. 그래서 그렇게 지은거지”
아내분의 남편에 대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따뜻한 가게 이름이다.
“이 가게, 매일 하고 있거든. 1월1일빼고. 옛날에는 아내랑 여행도 가고 그랬는데.. 지금은 홀몸이 되었으니 364일 하고 있소이다”
“오, 그럼 올해 1월1일에는 뭘 하시면서 보내셨나요?”
“가게 청소 했지!”
“하하, 그거 365일 일한거나 마찬가지네요”
“그렇네? 뭐 급한 일 있으면 빨리 문닫는 날도 있고 그래”


보통은 8시부터 오후5시까지 영업한다고 한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성냥이 눈에 들어와서
“기념으로 성냥 하나 주실 수 있습니까” 물으니
"두 개도 좋고 세 개도 좋고 얼마든지 가져가시오"
웃으시며 흔쾌히 허락하셨다.
보통 나는 가게 성냥을 항상 한 개만 받아간다.
누군가 나처럼 기념으로 성냥을 받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날만은 특별히 성냥 세 개를 받아갔다.
성냥도 기뻤지만, 그 기쁨보다도 주인 할아버지와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는 기쁨이 큰 하루였다.
다시 만날 그 날까지, 부디 몸 건강히 지내십시오.

(2023년 1월, 일본어로 쓴 기록을 한국어로 번역
가게 사진은 전부 허락을 구하고 찍은 사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