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 화산갱생 -1화. 고민-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을 써보는 느르르보입니다.
매주 월, 수, 금 저녁에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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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고민
“아빠, 아빠가 진짜로 이 세상에서 제일 쎄?”
“응 그럼. 아빠보다 센 사람은 이 세상에 없지.”
연비진은 딸 연단비를 품에 안고는 얘기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고사리 같이 작은 손. 거기에 본인과 아내를 딱 반반씩 닮은 얼굴까지. 무엇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연비진은 딸을 위해 지옥에도 들어갈 자신이 있었다.
연비진의 말처럼 실제로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맞았다. 모든 무림인에게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을 넘어서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으로 평가받고 있으니까 말이다.
극월(極越) 연비진.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말이다. 끝(極)을 넘어(越)섰다는 의미의 극월. 여태까지 그 누구도 닿지 못한 끝을 넘었다는 별호.
검황(劍皇)이니 권제(拳帝)니 하는, 역대 무림 역사에서 수십명은 가졌을 별호와는 다르게 극월은 오직 연비진 한 명에게만 허용된 별호이다.
“그럼 나쁜 사파인들도 다 무찌를 수 있어?”
“단비는 사파인이 나쁘다고 생각해?”
“응! 친구들이 정파는 좋은 사람이고, 사파는 나쁜 사람이래!”
“아..하하, 그..그래? 그러면 단비는 아빠가 정파면 좋겠어? 사파면 좋겠어?”
“당연히 정파지!”
***
연비진은 귀주에 위치한 동오마을에서 태어났다. 연비진이 태어난 연씨 가문은 마을에서 인덕이 훌륭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흉년이 들 때면 사람들에게 곡식을 베풀었고, 딱한 사정으로 인해 빚에 허덕이는 사람에게는 지원을 해주었다. 연씨 가문의 인덕에 감명받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연씨 가문을 좋아했다.
연비진의 부모는 연비진을 사랑으로 키웠다. 매일 밤 자장가를 불러주었으며, 밖에 나갈 때면 항상 연비진의 손을 잡고 다녔다. 그렇게 연비진은 사랑으로 가득찬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린 연비진은 그런 행복이 계속될 줄 알았다. 그러나 불행은 예고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연비진이 열살이 되던 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깰 때, 집에 불이 났다. 사람이 수백 명은 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연가 가문 전체가 화마(火魔)에 휩싸였다. 불길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온 집안은 꿀렁거리는 검은 연기로 가득 찼다.
불길에 휩싸인 방 안에서, 연비진의 어머니가 바닥에 숨겨진 문을 열었다. 그리고서는 연비진에게 말했다.
“비진아. 어서 여기 밑으로 들어가 있어. 할 수 있지?”
“엄마는요?”
“우선 비진이 들어가있으면 엄마랑 아빠도 좀 있다가 들어갈게.”
“... 그럼 저도 기다렸다가 같이 들어가면 안돼요?”
연비진은 혼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혼자 들어가면 다시는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린 연비진은 부모님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었다.
“연비진! 얼른 들어가래도!!!”
“아..아빠?”
연비진의 아버지는 생전 처음으로 본인의 아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소리만 클 뿐, 화가 실리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어린 연비진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집이 불길에 휩싸인 급박한 환경 속에서 처음 듣는 아버지의 큰소리가 화를 담고 있는지, 화를 담고 있지 않은지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지 못했다.
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에 충격 받은 연비진은 머리가 멍해졌다. 항상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항상 웃어주던 아버지가 자신을 향해 화내는 것이 무서웠다.
“얼른 들어가!!!”
아버지가 다시 한 번 다그치자 눈 앞이 뿌얘졌다. 눈동자에 가득 고인 눈물을 흘리면서 연비진은 문 아래로 내려갔다.
쾅-!
연비진이 들어가자 문이 닫히고는 사방이 어두워졌다. 연비진은 어둠 속에서 서럽게 울었다. 집이 불에 타고 있는 것보다, 아버지가 무섭게 화낸 것보다도 다시는 부모님을 보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에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정신을 잃은 어린 연비진의 몸이 스르르 무너졌다.
며칠이 지난 후에 연비진은 눈을 떴다. 정신이 든 그는 벽을 더듬으며 몸을 일으켰다. 본인이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되돌아가서는 문을 밀었다.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밀었다. 여전히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연비진은 움직이지 않는 문을 한동안 바라봤다. 그러고는 문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눈 앞에 보이는 일직선으로 펼쳐진 통로를 걸어나갔다.
한없이 이어지는 통로를 걸어가길 사흘, 잘 다듬어져 매끔했던 벽이 울퉁불퉁해졌다. 어르스름한 빛이 느껴지며 이마 위로 종유석이 보이고, 바닥에는 물이 고여있는 물이 보였다.
통로는 어느새 동굴로 변해 있었다. 계속 앞으로 걸어가자 동굴 입구가 보였다. 연비진은 동굴 입구를 나섰고, 눈 앞에 펼쳐진 푸른 숲을 바라봤다.
숲을 벗어난 연비진은 마을을 찾아갔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물어봤으나, 그 누구도 연씨 가문을 알지 못했다.
“저 그럼 동오마을은 아세요?”
“동오마을 말이냐? 아, 보름 전에 천벌을 받아 사라진 마을?”
“천벌이요?”
“그래. 그 마을에서 하늘을 거스르는 짓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분노한 옥황상제가 천벌을 내린 것이라고 들었다.”
“네!?!?”
연비진은 천벌을 받았다는 상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늘을 거스르는 짓을 했다는 둥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연비진은 동오마을에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면, 아니, 설령 살아계시지 않더라도 부모님을 만나고 싶었다.
“거기까지 가는데 며칠이나 걸려요?”
“동오마을이 외진 곳이라 중간에 마을도 없고. 아마 산길로 스무날은 걸어가야될 것 같은데, 근데 왜 물어보냐?”
“아저씨, 저 동오마을로 데려다주시면 안돼요?”
“동오마을에 데려다 달라고? 설마 너.. 천벌 받은 동오마을 사람이냐?”
“아, 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
동오마을에 데려다달라는 말에 여태까지 연비진에게 호의적으로 대답해주었던 상인이 안색을 바꾸고는 물었다. 연비진은 눈치 빠르게 이를 눈치채고 말을 얼버무렸다.
“하늘을 거스르는 놈들은 죽어 마땅하지! 괜한 궁금증에 그런 곳에 가서 천기를 거스르지 말거라.”
연비진의 예상대로 상인은 동오마을에 증오를 내뱉었다. 마치 자신이 직접 피해를 입은 듯이, 동오마을 사람을 발견하면 죽일 것만 같은 분노가 느껴졌다.
“아무튼, 이만 가보마.”
그러고는 할 말을 다했다는 듯이 상인은 연비진의 질문에 대답하느라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 움직여 걸어갔다.
연비진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봤지만, 그들 역시 상인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호의적으로 대답해주다가도 동오마을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분노를 표출하기 바빴다.
사람들의 호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느낀 연비진은 스스로의 힘으로 동오마을에 가겠다고 다짐했다.
***
아무것도 없는 어린 아이가 당장에 살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두가지 밖에 없다. 구걸과 도둑질. 도둑질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 연비진은 시장 어귀에서 구걸을 시작했다.
연비진이 구걸한지 사흘, 어린 아이가 처량한 모습으로 혼자 구걸하는 모습이 불쌍해보였는지 꽤나 많은 식량이 모였다. 이정도 식량이면 동오마을까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 연비진은 동오마을로 향하고자 마을을 나섰다.
마을이 언덕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때, 바위 뒤에 숨어있던 거지 무리가 나타나 길을 막고서는 말했다.
“이새끼야, 너 뭐야?”
“네?”
“그래. 너 뭐냐고.”
“전.. 연비진이라고 하는데요.”
갑작스레 나타난 거지 무리가 길을 막고서는 연비진에게 물었다.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연비진은 당황스러워 자기 이름을 말했다.
“하, 누가 네 이름 궁금하대? 이새끼 아무것도 모르네. 야, 가진거 다 내놔.”
“제가 왜요?”
“너 저 마을에서 구걸했지? 저 마을에서는 개방 거지만 구걸할 수 있는거 몰라?”
거지의 세계에는 불문율(不文律)이 있다. 개방이 선점한 마을은 오직 개방 거지만 구걸할 수 있다는 규칙.
개방은 거지들로 구성된 문파이다. 중원의 그 어느 곳에도 거지가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기 때문에 이들이 모인 개방은 중원 전체에 눈과 귀를 갖고 있는 셈이다. 거지들이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한군데에 모아서, 중요한 정보로 가공하여 파는 것이 개방이 주로 하는 일이다.
그러나 문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정보를 취합하는 것만 해도 기록을 위해서 비싼 종이가 수없이 필요하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전서구를 훈련시키는데도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는만큼 그에 비례해서 자금이 들어간다.
정보를 파는 일이 개방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개방을 유지하는 비용이 감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개방에 속한 거지는 개방 본부에 본인이 구걸해서 번 돈 중 일부를 상납금으로 올려야 한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악습이 생겨났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개방이 선점한 마을은 다른 거지가 구걸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돈이 필요한 개방이, 구걸이 잘 되는 부유한 마을은 오직 개방 거지만 구걸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다.
물론 그것이 국법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지의 세계에서 개방의 힘은 절대적이다. 개방은 거지의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거대 조직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개방은 정파로 분류된다. 선량한 사람이 억울하게 누명을 써서 거지가 되었다는 사람들의 선입견도 있고, 개방의 정보를 찾는 사람이 주로 정파의 높은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개방을 비호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렇기에 개방 거지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방의 말을 따르는 것은 거지 세계의 불문율(不文律)이었다. 개방에 속하지 못한 거지가 개방이 선점한 마을에서 구걸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만약 이를 어기면 다양한 형태로 보복이 들어온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개방에 들어가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다.
개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본인이 가진 재주가 뛰어난 것을 입증하던지, 아니면 구걸을 다른 사람보다 잘해 많은 상납금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개방은 소속된 거지에게 타구봉을 지급하고, 무공을 가르치고, 최소한 굶어죽지 않을만큼의 식량을 보장한다. 따라서 머릿수만큼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니 무작정 모든 거지를 다 받아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알지 못하는 연비진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개방은 무엇이고, 구걸을 하는 데에 무슨 제한이 있다고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제들아. 이놈이 가진거 전부 다 뺏고, 타구봉법으로 개방의 위엄을 보여주거라.”
“예, 사형!”
앞에 나선 거지가 말하자 뒤에 서있던 거지들이 몽둥이를 꺼내들고는 어린 연비진을 개 패듯이 팼다.
연비진은 몽둥이에 맞으면서도 본인이 왜 맞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억울함이 가슴 깊이 차올라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거지들에게 화가 났지만 연비진은 너무 나약했다. 몸을 웅크리고 팔을 들어 머리를 막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그러니 연비진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사파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정파를 정의롭다고 말할 수 없었다. 심지어 연비진은 사파의 수장이다.
무림의 모든 사파를 모아 하늘에 맹세한다는 뜻에서 천사맹(天邪盟)을 설립한 초대 맹주, 그가 바로 연비진이었다.
“아빠, 단비 이제 내려줘.”
그러나 연단비는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지도 못할 뿐더러, 깊은 생각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렸다.
그녀에게는 오늘 낮에 친구에게 들었던 말이 진실이었고, 정파는 좋은 것이고, 사파는 나쁜 것이었다.
연비진은 안고 있던 연단비를 내려주었다. 그녀는 발이 땅에 닿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방으로 달려갔다. 연비진은 그런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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