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항우

침착맨

709

23.10.12

길을 걷다가 공사현장에서 신기한 것을 보았다.

주인공은 일반적인 굴삭기로 공사일에 한창이었다.

굴삭기가 신나게 땅을 파고 있는 걸 보면서 와, 사람이 파면 하루종일 걸릴 것을 저 녀석 하나면 금방이구나. 저 녀석이야말로 일당백, 항우라 할만하다. 다만 남녀 음양의 신비로 태어난 게 아니라 공장에서 쇳가루 튀면서 강철 몸을 가지고 태어났으니 메카항우라 불러야 하겠다. 메카항우의 능숙한 대삽질에 감탄에 또 감탄을 하였다.

사실 여기까지는 새삼 별다른 일도 아닌 일이었다. 길을 지나다 보면 종종 보이는 풍경이니까.

신기한 부분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열심히 땅을 파던 메카항우가 갑자기 손목 부분을 분리시키더니 손을 떨어트리는 게 아닌가.

메카항우야 그러지 말아라. 그러면 너 땅을 못 판다. 네가 땅을 못 파면 많은 사람들이 힘겹게 한 삽 한 삽 퍼날라야 한단 말이다. 내가 음침하게 중얼거리든 말든 툭 떨어져 버린 메카항우의 손은 엎질러버린 물과 같아서 요지부동이었다.

일순간 적막마저 느껴졌던 바로 그 때, 메카항우가 몸을 비틀면서 팔뚝을 움직였다. 팔뚝이 다다른 곳은 굴삭기의 다른 손 후보들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는 땅에 놓여져 있는 다른 손 후보들 근처에서 손목을 몇 번 까딱대더니 알아서 새로운 손을 자기 팔에 끼웠다.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았는데도!

분리시킨 손은 바가지 형태였고 새로 장착한 손은 드릴 형태였다.

새로 장착한 드릴 손이 제대로 붙었는지 끼릭까락 한 번 돌려보고는 곧바로 땅을 지지기 시작한다.

콘크리트와 바위가 사방팔방으로 튄다.

메카항우의 역발석기개세에 산천초목이 놀라고 길바닥 똥파리 정령과 지렁이 정령도 어지럽게 흩어진다.

땅을 죄다 조사놓고는 또다시 능숙하게 바가지 손으로 갈아 끼우는 메카항우.

이제는 불안하지 않다. 저 녀석에게는 이 공사판 집도를 허락해도 되겠다 싶었다.

AI와 안드로이드의 인간세상 침공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우리 인류의 미래는 누리는 삶일까 지배당하는 삶일까.

메카항우만이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인저얼미

23.10.12

BEST

메카항우도 남녀음양의 신비로 태어납니다.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7083430791-mn8f4fbolg.jpg

왕왕호들갑

23.10.12

BEST

휴방을 즐기는 거야 아님 심심한 거야ㅋㅋㅋㅋㅋ

쨰꺤듕이

23.10.12

BEST

굴삭기가 땅 파는거 봄 -> 와 사람이 삽질하면 몇 명이 이걸 해야 해 -> 그놈 일당백의 항우와 같구나 -> 하지만 넌 기계덩어리이니 메카항우라 하겠다 -> 아니 손을 스스로 갈아 끼다니..! -> AI와 안드로이드의 침공이 머지 않았구나..

의식의 흐름 미쳤다..

우원박누구냐

23.10.12

BEST

굴착기는 디벨론이죠

어려워서잘풀겠는데요

23.10.12

BEST

알고 보니 누가 더 침하하 많이 받나 경쟁하는 거 아닐까요ㄷㄷ

오프라인

23.10.12

호들갑알러지침숭이

23.10.12

메카항우 글에서 보이는 의식의 흐름에 길바닥 똥파리 정령과 지렁이정령뿐 아니라 인터넷망령인 저까지도 어지럽네요

마루나루

23.10.12

형 이럴꺼면 그냥 방송키자~~

미르띤이마룡

23.10.12

손이 잘리자마자 즉시 새로운 손으로 업그레이드 , 만화에 나올 법하다.

별거아니라고

23.10.12

ㅋㅋㅋㅋㅋㅋㅋㅋ

카메라히어로

23.10.12

고도로 발달한 침착맨은 돌고래 유괴단과 구별할 수 없다

신이나

23.10.12

개청자의 感想(감상)

1. 제목이 메카항우라? 이 형님 킹덤 신권 탐독한 잔향이 여즉 자욱하신가 보다.

2. 나는 2010년대까지 굴삭기의 명칭을 포크레인으로만 알고 있었더랬다. 충격을 먹고 찾아보니 엑스커베이러(Excavator)가 맞는 표현이더라.

3. 이미 병건이형은 눈 앞에 있는 현실세계의 굴착기를 상상 속 메카항우로 빙의시켜버린 모양이다. 아마도 생경한 듯한 굴착기의 버킷 교체 상황을 무척 신기하게 관찰하며 신나게 묘사하셨다.

4.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병건이형의 상상 속에서 드글드글거리는 똥파리와 지렁이 정령의 춤사위가 너무 웃기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배어나왔다. 조사버리다는 표현도 근 십여 년만에 듣는 것 같아 피식했다. 이 사투리도 생각이 나면 앞으로 종종 사용해야겠다.

어라?글자수제한이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7093365906-0cf4nyxwrfp.jpg

모닝침디

23.10.12

말랑카우 같은 건줄 알았어요 방장

근데 글 진짜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

핵버섯

23.10.12

병건민수야 고맙다

디슷더웨

23.10.12

아니 방장 왜이렇게 글을 잘씀??? 어휘 조합하는게 수준급이심

파우더남편

23.10.12

찐메카항우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7094830763-r85fnd5kaqh.jpg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7094838220-mxxezc9oqg.jpg

와플메이커

23.10.12

미래에 인터넷으로 연결된 AI들이 인간들은 모르게 은밀히 단체를 구성해서 회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김풍기물란말이

23.10.12

방장 의식의 흐름 진짜 너무 킹받아...

두루마리

23.10.12

메카항우 : “삽 파동포!” ( ` · ω · ´)♂〓〓〓〓★(ºДº;;;).:

일병건

23.10.12

명필이로다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7097340662-5pslmyctear.jpg

모닝침디

23.10.12

크러쉬다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7098770215-qq8iem7uzo.gif

침착넨

23.10.12

머랄까 쓸데없이 몰입력있음

침하하19845

23.10.12

내 생각에 글쓰기 귀찮아질즈음 돌아올듯

라라피포

23.10.12

그동안 글쓰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을까

침하요

23.10.12

와 1일1침착맨글이다 너무 행복해요

킹받는침착맨

23.10.12

방송을 쉰 침착맨 필력이 어마 무시한 거시다

나는야물개다

23.10.12

글 진짜 잘쓴다 더 줘

대감이

23.10.12

ㅁㅊㅁㅋㅎㅇ

존중해이개새끼들아

23.10.12

너모좋아

누누부리

23.10.12

진짜 명필이다

참지않는참치마요

23.10.12

로봇,공룡에 밀려서 그렇지 굴삭기 장난감은 꾸준히 어린 아이들한테 탑티어 장난감일 정도로

미묘한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게 있음

토계피

23.10.12

짤마저 완벽

토계피

23.10.12

방장의 글에서 행복의 조각들이 조금 느껴진다면 오바일까나? 이왕 쉬는 거 제대로 푹 행복하게 쉬시길 바란다.

누룽지콘

23.10.12

주변에 메카우희는 없었나요?

우원박누구냐

23.10.12

BEST

굴착기는 디벨론이죠

석-전

23.10.13

ㅋㅋㅋㅋㅋㅋ

우원박싸우자

23.10.13

세상을 디벨롭. 디벨론

침이올씨다

23.10.13

대발아~ 와라~

지떨코

23.10.13

BEST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7148432344-1hvyqruzlqe.gif

Blooming

23.10.13

이런거 언제 찍었어 ㅋㅋㅋㅋㅋㅋ

@지떨코

신이나

23.10.18

원박원박아ㅋㅋㅋㅋㅋㅋ

모것신

23.10.12

AI들렸어??

1 2 3 4 5

📜침착맨의 글쓰기 전체글

'침착맨의 글쓰기' 게시판을 만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