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횐님들
올해 봄 방울토마토를 먹던 저는 갑자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토마토 씨앗을 떼서 키우면 토마토가 자랄까?

그래서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물에 적신 휴지를 접시에 깔고 씨앗을 얹어 어두운 곳에 보관하니 뿌리가 자라더라고요
쭈펄님과 비슷한 고민을 간직하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뿌리가 자란 씨앗을 화분에 옮겨심고 사흘이 지나니 사진처럼 싹이 돋았습니다

마토야~ 내 속 썩이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야 한다~

애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던데 토마토도 그렇습니다

조금 자라니 금세 빽빽해졌습니다. 작은 화분에 모종이 다섯 개나 몰려 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분갈이를 해주었습니다
새벽씨와 붕가! 붕가리 하겠습니다!

지지봉 한 쪽에 모종 두 개씩 총 네 개의 모종을 묶어주었습니다
사람과는 다르게 묶은 뒤에도 팔팔합니다
생장 상태가 가장 미숙한 모종 하나는 당사와의 협의 끝에 다른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토마토 연습생의 세계는 이토록 냉혹합니다
남은 모종들에겐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칭찬과 비난을 적절히 섞어 단련시켰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이렇게 2차성징을 맞이하게 됩니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토마토 꽃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작은 개나리 같아서 귀여워요

꼬ㅊ이 쪼그라들면 수정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토마토와 사람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수정이 되면 열매가 열립니다
열매는 유전정보가 담긴 보따리 같은 것입니다
문득 사람도 일종의 DNA 보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유전정보 보따리가 부풀고 있습니다

이 즈음 토마토는 이 정도까지 자랐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잘 자랄 줄은 몰랐습니다
신기했어요

아래쪽에 달린 유전보따리부터 점점 누리끼리해지더니

발그레해졌습니다
부끄러움을 알면 어른이 된 것이라고들 합니다
토마토도 그렇습니다

이때쯤 날씨가 쌀쌀해져서 실내로 들여놓았습니다
토마토는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합니다
닦달도 기본적인 여건은 보장한 뒤에 해야 합니다

시뻘개졌습니다
이 뒤로 일주일 후에 수확했습니다

수확한 유전정보 보따리들입니다

유전정보 보따리를 반으로 가르면 유전정보가 들어있습니다
그것이 유전정보 보따리이기 때문입니다
작지만 튼실한 것이 꼭 여러분과 저를 닮았습니다

집어먹고 남은 토마토는 병조림을 만들었습니다
이거 정말 맛있어요
토마토에 칼집을 내고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벗긴 뒤 다진 양파, 올리브유, 소금, 후추, 레몬즙과 섞어 냉장고에 최소 세 시간 재워뒀다가 먹으면 시원하고 새콤하니 입맛 떨어지는 여름 날씨에 제격입니다
여러분도 꼭 만들어보세요
재밌게 읽으셨나요?
뭔가를 직접 키워서 먹는 건 저도 처음이었는데요. 씨앗부터 열매까지 자라고 영그는 모습을 직접 돌봐 보니, 내가 어떤 존재를 먹고 있는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식재료에 대한 감사란 이런 게 아닐까요?
겨울이 지나고 추위가 누그러지면 여러분도 꼭! 토마토를 사서 드시길 바랍니다
토마토는 건강에 좋으니까요
저는 곧 꿀술을 담가 보려고 하는데요
언젠가 꿀술 담그는 이야기도 써보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토마토를 수확하는 건전한 영상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