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23년 초 광주31사단 신병 훈련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살면서 한 번도 전라도로 내려가 본 적이 없었던 저는 훈련소에 입대하기 위해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11번이라는 번호를 부여 받았습니다.
훈련소 생활을 제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저희 때까지만 해도 훈련소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고 12년 내내 책상에서만 생활하던 저에게 아침 구보와 체력 단련은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도 저에게 낙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7번 훈련병과의 장기.
저는 사회에서 한 번도 장기를 둔 적은 없었지만 생각보다 적성에 맞았고 이곳에서 사귄 7번 훈련병의 지도편달 덕에 장기를 마스터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둘은 남들이 아이브 뮤직비디오나 러브라이브 1기를 볼 때 장기를 두며 둘만의 우정을 쌓아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수료식이 끝나고 저희에게 예정된 이별이 찾아 왔습니다.
내일이면 이제 이 친구랑도 끝인건가라는 생각에 조금 울적한 마음이 든 저에게 갑자기 그 친구가 찾아와 말을 걸었습니다.
“우리 자대 가서 휴가 나오면 꼭 다시 만나자. 그리고 이건 우리 우정의 증표야.”
그 친구의 손에는 초록색 선비 사와 빨간색 선비 사가 올라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초록색 선비 사를 건네받았습니다.

하지만 군대에서 나가면 꼭 만나자는 말은 절대로 지켜질 수 없는 말이었고 이제 벌써 전역한지도 1년이 지났지만 제가 그 친구와 만나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이름도 기억에서 사라져 7번 훈련병이었단 것밖에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잘 살고 있기를 바랍니다.
고마웠다 7번.. 잘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