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을 쓰는 건 처음이네요. 게시판에 있는 30년 된 애마 글을 보고 저도 한 번 용기 내봅니다.
제 첫 차 스타렉스입니다. 물론 제 차는 아니구요. 국가 소유긴 한데 제가 잠시 맡아서 몰았습니다. 빨간 불이 번쩍거리는게, 보기만 해도 시끄러운 녀석이죠.
연식이 그렇게 오래 된 것도 아닌데, 벌써 10만 키로를 훌쩍 넘어 정차 중에는 매케한 하얀색 가스를 뿜어대는 녀석입니다. 쉬는 날 없이 매일 100키로 이상을 달리는 녀석이니 그럴만도 하죠.
이 녀석을 처음 만난 날, 저는 장롱면허나 다름 없는 초보 운전이었지만 첫 날부터 긴급의 극한인 CPR 출동을 나가다보니 도로에 적응할 시간 따위는 사치였습니다. 뭔가에 홀린듯이 스타렉스에 몸을 맡긴 채 엑셀과 브레이크를 쉬지 않고 밟았습니다. 스타렉스는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사이렌으로 저의 운전을 도와줬고, 저는 이게 초보 운전인지 무면허 운전인지 구분 할 수 없을 극악 무도한 드라이빙을 치뤘습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병원 주차장에서 저는 느꼈습니다. 이 녀석이 그동안 쌓아둔 경험치가 나에게 그대로 전수되었다는 것을.
그 날 이후로 저는 단 한 번의 접촉사고도 내지 않고 신호 위반을 하고,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도 하고, 꽉 막힌 올림픽대로를 반으로 가르며 지나가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그 긴급한 상황에서만 이 녀석이 저에게 잠시 빌려주는 운전 실력을 받아먹다보니 지금은 운전 하나는 어디 가서 안 꿀릴 자신 있는 드라이버가 되었지요.
덕분에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고. 사람도 살리고 하트세이버라는 것도 받아보고 그랬습니다. 코로나 때는 같이 고생도 많이 하고(장시간 대기하는 건이 많아 공회전을 많이해 이 녀석도 건강이 많이 상했을 것입니다), 멀리 경기도에 있는 병원에도 가보고 그랬죠.
늘 정신 없는 시간만 보낸 것은 아니구요. 상황이 끝나고 소방서로 돌아오는 길은 대체로 평화롭습니다. 사진처럼 같이 노을 진 하늘을 볼 때도 있고, 영상처럼 노래를 부르는 날도 있었죠.
이제는 이별했지만 추억이 많은 첫 차 스타렉스입니다. 왜 이별했냐구요? 제가 얼마 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뒀거든요.
그만두기 전 한 컷.
아 눈치 채셨겠지만 마지막 컷의 녀석은 스타리아입니다. 스타렉스는 제가 그만두기 전에 이미 생명을 다했거든요.
스타렉스야 그동안 고생 많았다. 그곳에선 좋은 길만 달리렴!
P.S. 저는 그만뒀지만 오늘도 여전히 달리고 있을 구급차들, 구급대원들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말, 힘내고 건강 잘 챙기라는 말 남기며 언젠가 스타렉스에서 찍었던 그들의 고생을 나타내는 숫자 보여 드리며 물러납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