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땃~한 크리스마스 카드

안녕하세요

제가 자랑할 물건은 바로 크리스마스 카드입니다.

이렇게 생긴 카드인데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뒤에서 불빛을 비춰보면 무려..

이렇게 숨겨진 그림이 합쳐져서 매우 이쁘답니다.

12월만 되면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을 이렇게 꾸며놓지요 후후

저는 크리스마스에 적당히 환장한 놈입니다.

기독교인도 아니지만 제 생일보다 예수님 생신이 더 좋더라고요 겨울 시즌만 되면 마냥 설렙니다.

그래서 저 카드를 여러 종류 사서 선물하려고 쟁여뒀습니다.

저는 체육교사인데 저 카드를 샀던 무렵 수행평가로 줄넘기 2단뛰기를 했었고 대부분 아실지도 모르지만 요즘 많은 아이들은 줄넘기를 선행학습 한답니다..?

민원 없게끔 객관성도 확보하면서 부상 위험도 적고 선생님이 평가하기도 수월한 줄넘기가 많은 학교에서 수행평가로 채택되면서 태권도장이나 줄넘기 학원 등에서 줄넘기를 배워오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전 그래서 줄넘기가 싫어요. 

기초체력에 좋기야 하겠지만 더 재밌고 다양한 스포츠를 익히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교육이 이렇게 고착화시킨 것 같아서 매우 심술이 납니다.

아무튼 줄넘기를 잘하는 학생들은 수행평가를 너무도 쉽게 통과하고 줄넘기를 선행학습 하지 않은 학생들은 제가 열심히 가르치는데 모든 아이들에게 밀착마크해서 가르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아이들에게 한 아이를 전담해서 가르쳐라 하고 자동사냥을 돌립니다.

그럼 대부분이 조금 가르치다가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냥 다른 데로 가버리더라고요 당연히 어려운 일이기에 이해합니다.

그 중에서도 수행평가가 끝날 때까지 찰싹 붙어서 다른 친구도 만점을 받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돕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체크해뒀다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저 카드를 선물했습니다.

본인 뿐 아니라 다른 친구까지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며 도울 줄 아는 그 마음은 정말 대단한 거라고 꼭 간직한 채 쑥쑥 자라라는 메세지를 카드에 끼워서 줬죠.

저 카드가 많은 학생한테 뿌리기엔 제법 가격이 나가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저런 훌륭한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더군요 

그렇게 카드를 나눠주고 혼자 크 멋졌다 하고 있는데 학교가 끝날 무렵 한 학생이 카드를 들고 오는 게 아닙니까?

선생님도 메리 크리스마스라면서 카드에 편지를 써서 제게 주더군요.

그 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교사를 하면서 뿌듯한 일들이 0.0001% 확률로 제법 있지만

크리스마스 마다 이걸 꺼내놓으면 아주 따땃~ 하고 좋답니다. 

카드가 별로 맘에 안들어서 바로 나한테 떤지기 한 건 아니겠지? 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겨울에 운동장에 눈이 쌓이면

광역 눈 뿌리기로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었다가 모두 회피해서 제게 흥미를 잃게 만든 후 서로 물고뜯고 싸우게 하거나

창고에서 체육대회 현수막을 꺼내 애들 올려놓고 썰매개마냥 달리면서 중량 인터벌 훈련을 하곤 하는데 하체가 쫄깃해집니다.

올 해 겨울에도 크리스마스 선물교환식하고 

눈이 쌓이면 애들 파묻을 생각에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