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수능시험장 시험관리 세부시행계획 매뉴얼

이것은 수능 시험장 관리를 위한 사해문서 입니다.

발령 첫해에 담임할래 방송담당 할래 하고 교감쌤이 그러시길래

‘방송담당? 오우 쮓 내가 우리학교 개방장이다’ 하고 방송 담당 덥석 했습니다.

근데 먼가 술렁이는 분위기… 방송반 애들이 개판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대학생때 대학교 방송국 활동 경험도 있어서 업무도 어렵지 않았는데

아니나 달라 그해 9월 즈음 날아온 저 책자.

네 저희 학교는 수능시험장이었습니다…

학기 초 술렁이던 교무실 분위기는 이거 때문이었습니다.

수능 한달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는데

정전 시 타종과 방송실 설비는 운영되게 만들어 줄 축전지?발전기? 점검 

30분 이내 설비 복구를 위한 주변 관계부처 연락망 점검

각종 재난상황시 진행 시나리오

전부 다 안될 시 플랜 B 까지 다 준비합니다.

하루 전에는 당일날 스캐쥴대로 워게임 시뮬레이션처럼 준비한 기억이 납니다. 

 방송 진행 요원도 전자 제품을 반납하고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가 시계 하나에만 의존하게 됩니다.

당일에는 예비령 / 준비령 / 본령 / 종료령 시간 맞춰서 부저 울리고 육성으로 안내방송하고

다음 방송 전까지 그저 대기합니다.

또 기계 장비라는게 갑자기 어떻게 망가질지 몰라 

절대 오늘만 망가지지 말라며 어느정도의 기도메타도 진행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왕빡세고 까딱 잘못하면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실릴 사안이라 부담백배일것 같지만…

사실 재미있었습니다ㅋㅋ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작중 흑막 단체인 제레의 일원이 된 것 같고 혼자 뽕차서 이카리 겐도처럼 앉아있고 그랬습니다.

‘14시 50분이다… 4교시 한국사영역 본령 송출…!’ 뿌우뿌우뿌우뿌우뿌우…

요 지@랄로 혼자 놀고 있었습니다.

(방송실은 비인가인원 절대 출입금지여서 가능)

사실 3교시 영어영역 듣기평가만 사고없이 끝나면 얼추 끝났다고 봐도 돼서

그 이후에는 부담이 확 줄어듭니다.

아무튼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끝났고 칭찬도 엄청 들었는데

어쩌다 사고사례 듣고 엄청 무서워져서 지금은 그냥 담임하고 감독관 지원해서 하루 고생하고 맙니다….

그래도 그때 기념 삼아 아직도 저 관리 책자는 갖고 있습니다.

우짜든둥 전국의 수험생분들 슬슬 화이팅 선생님들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