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잠실에서 열린 포켓몬 팝업 스토어를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었습니다.
매장에는 여러가지 포켓몬 굿즈 상품이 진열 되어 있었는데 그중 랜덤 포켓몬 뱃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구매해서 까보기 전까지 어떤 포켓몬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도파민 상품이었는데요. 도파민 중독자인 저는 바로 2개 집어서 친구와 함께 계산대 줄에 섰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친구와 잡담을 나눴는데, 화제로 ‘왜 무쌩긴 포켓몬을 자꾸 굿즈로 내는거야?’ 라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매장에 악성 재고처럼 남아있는 슬리퍼, 오롱털, 레트라, 노라키 등등의 상품이 쌓여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파는 입장에서도 사는 입장에서도 이득이 될게 없지 않나? 싶으면서도 와중에 수요가 있는건지 토론하던 와중 랜덤 뱃지 상품의 라인업에도 눈이 갔습니다.

뱃지는 총 100종류 였는데 랜덤 상품인 만큼 어느정도 인기 포켓몬과 비인기 포켓몬을 적절히 섞어야 맛있는 도파민이 나온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저의 심기를 거슬렀던 것은 바로 저 ‘단데기’ 였습니다.
다른 애들은 멋진 최종 진화 형태이거나 귀여운 애기 포켓몬인데 저 ‘단데기’ 혼자만 애매하게 중간 진화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지요.
“이야~ 차라기 캐터피나 버터플이 낫지, 무쌩긴 단데기만 아니면 된다!”
이 말을 뱉은 순간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어째서인지 손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 제목보고 눈치 체셨겠지만

네… 뽑아버렸습니다.
친구들도 무쌩긴 포켓몬을 비하한 업보라며 저를 놀렸고 저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로 다시는 단데기를 무시하지 않겠다는 반성의 의미로 가방에 꼭 모시고 부적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단데기 말고도 이쁘게 생긴 님피아가 나오긴 했지만 ‘단데기 임팩트’의 충격이 강해서 달고 다니는건 단데기 뿐이구요. 님피아는 책상 서랍에 보관중입니다.
여러분도 무쌩긴걸로 누군가를 음해하는 일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안그러면….

단데기가 여러분을 찾아갈지도 모릅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