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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난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할 때 준 선물

셉템버
20시간전
·
조회 303

안녕하세요 침착맨님 및 침하하 횐님 여러분.

 

저의 사연 있는 물건은 바로바로 1년전, 제 프로포즈를 성공시켰던 핸드메이드 북입니다.

 

프로포즈 선물로 왜 요딴 허접한 것을 만들어서 줬느냐... 말하는 게 좀 부끄럽지만

이렇게 판이 깔린 마당에 한번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

이야기는 어언 10년 전, 군 복무 중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5년 4월 군번으로 입대한 저는 이 2년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컸습니다.

 

막연하게 ‘전역 전까지 책 100권을 읽자’는 목표를 세운 다음 병영도서관 들락거리고, 야간 연등시간을 활용해서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기록하고, 일기도 쓰기 시작했습니다.(목표는 달성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저는 지통실의 최약체인 작전과 행정병으로 근무하면서 쏟아지는 정보들을 메모하고, 보고 하기 좋게 정리하는 습관도 차차 잡혀가고 있었습니다.

 

 

<승>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일병 2~3호봉이 될 때쯤, 대학교 동아리 후배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고백하고 사귀게 된 과정은 개인 프라이버시)

 

대화가 잘 통해서 서로 마음이 맞았지만, 문제는 전역까지 460여일이 남았다는 것.

휴가·외출·외박 때만 만날 수 있었다는 것.

2015년은 일과 시간 외 휴대폰 사용은 꿈도 못꿀 때여서 이야기 나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

 

때문에 이별방지 대작전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추억의 양은 적을지언정 추억의 화질을 높여서, 남들만큼의 추억의 용량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목표였습니다.

 

작전계획은 이렇습니다.

1) 부대 공중전화로 통화하거나 싸지방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를 쓸 때, 대화 내용을 작은 노트에 메모한다.

2)생활관으로 돌아가면 메모를 일기장으로 옮긴다.

3)휴가 나갈 때마다 일기를 워드에 옮겨 적는다.

(출타자 교육 때마다 정보장교님 or 당직사령님의 일기장 검사는 좀 수치스럽지만 줄건 줘)

4)한 달 단위로 인쇄, 제본해서 선물한다.

 

이렇게 제본한 종이뭉치에는 윤종신 님의 노래 제목을 빌려 <사랑의 역사>라는 표지를 붙이고, 디자인 한답시고 허접한 손그림을 곁들였습니다.

 

그렇게 2015년 말부터 매 달마다 만들어서 선물해주었고 2017년 1월 전역할 때 아내는 15권의 사랑의 역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 유치해 진짜)

 

 

전역 후에는 CC로서 같이 대학생활을 누리면서, 군대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연락하고 붙어다녔는데요. 예전처럼 모든 대화내용을 일일이 기록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날마다 핵심 사건을 위주로 간략하게 일기를 쓰고 있어서(지금도 매일 쓰고 있습니다) 종종 여자친구에게 구글 메인화면처럼 오늘의 역사를 알려주었습니다. “2년 전 오늘 자기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게" "3년 전 오늘에는 무슨 일이 있었게” 식으로요.

 

 

 

<전>

다시 1년 전인 2024년으로 돌아와, 저는 일생일대의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 가을쯤부터 이렇다 할 프로포즈 없이 서로 결혼할 의지(?)만 확인하고 웨딩홀 예약 등등 결혼식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에, 정식 프로포즈는 남겨두고 있었거든요.

 

한달 한달 결혼식이 다가올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프로포즈 어떻게 하느냐", "선물은 뭐가 좋느냐" "진짜 노래 불러주면서 반지 끼워줘야 하느냐" 물어보고 고민만 하다가

 

더 이상 미루면 신혼여행 중에 프로포즈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 때쯤, 진심을 담아 준비할 수 있는 것을 주기로 했습니다.

 

2017년 전역 후부터 2024년까지의 일기를 책으로 엮어서 준다라는 것.

어쩌면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것.

…이 결정을 결혼식 한달 전에 했다는 것.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너무 늦었던 걸까요. 8년 간의 일기를 한 데 모아 다듬고 정리하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임의로 설정한 데드라인인 '결혼식 2주 전'까지 완성하는 건 요원한 일처럼 보였습니다.

 

 

 

<결>

출퇴근길에서 노트북 작업까지 하면서 열심히 손버둥을 친 끝에,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애사를 담은 책을 만들었습니다.

 

집근처 프린트카페에서 출력하고 제본한 다음 꽃다발과 함께 아내에게 주면서

“아무래도 4년 단위로 끊는 게 예쁜 것 같다”

“지금 주는 건 파트 원이다”

“내년 결혼 1주년 때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파트 투를 주겠다”

멋쩍은 마음에 이상한 말들을 쏟아냈는데 아내가 한마디 하더라고요.

“오빠, 벼락치기 했네?”

 

아무튼 그러고 나서 함께한 4년을 같이 읽어갔습니다. 빵 터지는 부분도 있었고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부분도 있었는데요.

 

일기에서 가장 감동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 옆에 "이때가 결혼을 결심한 순간이었어"라는 지금 시점의 멘트를 적어놓았고, 아내가 그 멘트를 읽을 때 프로포즈 했습니다.

(멘트는 개인 프라이버시)

 

---

 

다 적고 나니 너무 사적인 이야기를 풀었나 싶은데요. 두달 앞으로 다가온 첫 결혼기념일 선물(파트 투) 제작을 아직 시작도 안해서 스스로 동기부여도 줄겸, 사연도 나눌겸 하여 주저리주저리 적어보았습니다.

 

모두들 나처럼 시간에 쫓겨 프로포즈하지 마시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Foucault
16시간전
강추합니다 지금의 그 마음 잊지말고 항상 행복하시길 빕니다
꼬질이좋아
16시간전
이빨이 썩을거같아요(너무 스윗하시고 아내분 부럽고)
차돌짬뽕자메이카1호점
12시간전
어우 넘 스윗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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