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흥미로운 주제가 있어 처음으로 글써보는 n년차 침순이입니다.
저에게는 약 8년째 함께 하고 있는 물건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고양이 수염입니다.
2016년부터 저는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게 되었는데
어느 날 청소를 하던 중 바닥에서 가늘고 하얀 먼지같은 걸 발견하게 됩니다.
고양이 수염이었죠.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고양이 수염을 가지고 있으면 부자가 된다더군요.
그래서 그 수염을 주워 아주 작은 지퍼백에 넣고 지갑에 넣어두었습니다.
고양이 수염은 가끔가다 빠지고 새로 나는데
워낙 가늘고 희미한 색이라 발견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발견할 때 마다 주워서 지갑에 보관중입니다.
자 그럼 제가 과연 부자가 되었을까요??
사람마다 부자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제 생각엔 맞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가 집에 왔을 당시 저는 10평짜리의 작은 집에서 아이 하나를 키우며 살고 있었습니다.
매일 바쁘게 일해도 빚 갚으며 살기 빠듯해서 넓은 집으로의 이사는 엄두도 못냈죠.
고양이 수염을 수집한 지 1년 쯤 되었을 무렵,
7살 된 아이가 “엄마 우리는 이사안가?? 나도 넓은 집 살고싶어” 라고 이야기했고 가슴이 무척 아팠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혹시나 싶어 신청해 본 임대아파트 청약이 당첨되었습니다. 22평짜리 아주 넓은 거실과 마운틴뷰 통샷시로 이루어진 투룸으로 말이죠.
저렴한 임대료로 그곳에 몇 년간 머무르며 계속 고양이 수염이 보이는 대로 수집하였습니다.
빚도 어느 정도 청산하고 안정적인 직업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임대아파트에서 나와 작지만 멋진 복층집을 전세 얻어서 살게 되었고 그 복층집에서 제 고양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고양이가 떠나고도 저는 계속 수염을 지니고 있었고
그로부터 몇 달 후 28평 빌라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하게 됩니다. (은행의 도움을 아주 약간 받긴 했지만)
화장실이 2개라고 아이가 정말 좋아했어요.
저와 이 모든 상황을 함께한 아이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몰랐는데 얘도 언젠가부터 고양이 수염을 수집했다며 서너개 가지고 있더군요.
어쩐지.. 한참 돈 쓸 일 많은 학생인데 돈이 마르지 않더라니 훗
아무튼 생각해보면 고양이가 오기 전까지는 참으로 고군분투하며 살아도 나아지는 게 없다고 느끼던 삶이었는데, 고양이든 수염이든 제게 행운을 가져다 준 건 맞는 것 같습니다. 특히 물질적으로요.
넓은 거실에 앉아 큰 티비로 빨래개며 침착맨 유튜브를 시청하는 지금의 제 삶, 8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 저를 부자로 만들어준 고양이 수염과 가슴으로 낳아 먼저 보낸 제 고양이 사진 올려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