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제 비즈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주시렵니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비즈입니다. 그 당시 자주 가지고 놀던 아이클레이 통에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담겨있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반짝거리는 것에 환장하는 까마귀 습성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일화를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래사장 가면 몇시간동안 마모된 유리조각 모으면서 놀았음. 사실 지금도 그래요.
-아빠가 중국에서 사온 소수민족 인형에 달려있는 귀걸이가 너무 예뻐서 한땀한땀 뜯어서 따로 모으다가 걸림(엄마한테 회초리 세례받음) 이후 엄마가 바느질로 복구했습니다.
-어릴 적 엄마가 친척들한테 예물 보여주고 있을 때 “그럼 엄마 죽으면 저거 다 내꺼야?” 셀프 패드립 시전. 저는 기억 안 납니다. 엄마가 증언해주셨어요
아무튼 그래서 왜 비즈가 사연있는 물건이 되었느냐?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이건 저의 사고 흐름이 정확히 기억나는데요,
엄마는 제가 반짝거리는 것을 너무 좋아하니까 악세사리 보관함을 자주 보여주시곤 했습니다. 전 그 반짝임에 매료되었고 엄마가 일을 나가셨을 때도 맨날 꺼내보곤 했습니다.
견물생심이라고 하죠. 어느 날 이 목걸이를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목걸이는 엄마의 것.. 난 딱 구슬 하나만 필요한데..어떡하지’라고 생각하는 찰나 떠오른 기막힌 아이디어. 목걸이의 가운데 말고 이음새 부분을 자르면 그냥 끊어진 것이라 여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살치고 꽤나 총명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완벽 범죄는 성공했습니다. 엄마는 끊어진 목걸이를 보고 수리를 맡기기만 할 뿐 절 추궁하지 않으셨죠.
나중에 여쭤보니 진짜로 그냥 끊어진줄 아셨다고 합니다. 체인이 아니라 낚시줄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고.
…그렇게 한 번으로 끝났다면 좋았을 것을.. 저는 엄마의 진주 목걸이와 흑진주 목걸이에도 같은 짓을 하였고..결국 붙잡혔습니다. 제가 회초리를 맞은 기억이 손에 꼽는데 위의 인형 일화랑 이때가 기억에 남아요. 맞으면서도 ‘올 게 왔구나..’했던 건 이 두 경우가 전부였거든요.
아무튼 위의 사건이 있고 나서 엄마는 고민을 하시다가 절 동대문 시장에 데려갔고 거기서 비즈를 원없이 고르게 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나중에 내 자식에게 이럴 수 있을까 싶어요. 아무 생각 없던 저는 50원에 예쁜 비즈 1개, 1000원에 짜잘한 비즈 한통 담으면서 너무 행복했고 그때부터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비즈 도안 보는 게 서툴렀던 저를 위해 같이 보면서 펭귄을 만들어주셨던 것도 기억나네요.
이 시절의 추억 때문인지 지금 보면 굉장히 허접한 퀄리티의 비즈도 뭔가 버리기 아쉬워지네요. 그래서 저 비즈통은 쓰지도 않으면서 아직도 자리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어요. 지금은 혼자서 개구리도 만들 줄 아는 멋진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목걸이도 안 잘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