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군 생활도 6년차를 바라보고 있는 공붕 침순이 입니다.
다들 한번 쯤 방 정리하다가 졸업 사진이나 판도라의 상자를 발견하면, 방 정리는 멈추게 되고 발견한 그 물건에 몰입하게 되잖아요.
저에게도 며칠 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훈련단 때 받았던 인터넷 편지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데요.
당시 훈련단 에서 썼던 짐을 모두 정리하고 임관일을 맞이할 때 쯤 이었습니다.
위문 편지랑 인터넷 편지는 버리지 않고 고이 모셔갈 생각이었기에,
마땅히 챙겨갈 가방이 없던 저는 입영일 날 나눠준 각종 찌라시가 담겨있었던 서류 봉투에 담아 이사를 갔었습니다.
(임관해서 훈련단 방 빼고 특기학교로 간다는 뜻)
이후 특기 학교 숙소를 거쳐 자대 에서 지내게 될 숙소 책상 서랍에 편지를 잘 모셔 두었죠.
평소에 서랍을 잘 열지 않아서, 방 청소 덕분에 오랜만에 꺼내본 인터넷 편지는 정말 반가웠었어요.
그 덕에 방 청소도 멈추고 편지에 과하게 몰입 하고 있던 찰나
그것이
인편 사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저의
유격 주기표
(정말 서류 봉투 속에서 나왔습니다…)
유격훈련 기간 동안은 이 주기표를 전투복 왼쪽 가슴에 다음과 같은 사진처럼 바느질을 해야 했고,
자신의 소대 번호를 토대로 나온 이 주기표에 써있는 숫자가 곧 관등 성명이 됩니다.
(실제 예시 사진이 없어서 제가 입고 있는 전투복에 급조 해봤습니다,,,)
그러니까 유격 훈련 기간 일과 중에는
‘ㅇㅇㅇ 후보생’이 아닌
’102번 보라매‘가 되는 것이죠.
대답도 ”악!” 으로 해야 했습니다.
TMI ) 저는 1중대 1소대 2번이여서 102번 보라매 였습니다.
유격이 끝나자마자 금방 또 다른 훈련이 이어지기에, 대부분의 보라매들은 후보생 타이틀을 되찾자마자 뜯어서 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걸 '내 인생 두 번은 없을 유격의 추억'이라며 인터넷 편지 사이에 고이 모셔 두었고, 아직 까지 소장하고 있었더랬죠..
정말 뜨거웠던 7월 여름.
잊지 못 할 유격이었고
훈련단에서의 기억은 미화된 덕분에 동기들과 재밌던 추억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가서 해라 그러면 못 할 것 같아요...........................
그렇게 제 서랍 속에는 아직도 102번 보라매의 여름이 잠들어 있습니다.
나름 저만의 사연과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 소개해봅니다.
아
참고로 저는
1. 11M 외줄 타기 하다가 전복 돼서 바베큐 됨
2. 줄 잡고 물 건너기 하다가 힘 풀려서 줄 잡고 레펠 마냥 내려와서 물에 빠짐(그러고 열외 해서 전투화에 물 가득 담긴 채로 피티 체조함)
3. 악 지르며 땡볕에 체조 하다가 힘들어서 땀 인척 눈물 한 방울 흘림(근데 나만 그런 거 아니었음)
1,2번은 좀 아니지 않냐 고요?
ㅇㅉㄹㄱㅇ~
모든 국군 장병들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