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사소한 것에 잘 웃고, 사소한 것에 잘 우는 인뿌삐 시청자입니다.
오늘은 어디에도 올리지 않았던, 저의 사랑니를 침하하에 인생 처음으로 자랑하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바야흐로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저는 생애 첫 신경치료를 경험했습니다.
치료 도중 너무 아파서 눈물이 티셔츠를 다 적실 정도로 펑펑 울었지만, 치과 선생님은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설상가상 그 날은 어머니께서 “이제 혼자 치과 갈 수 있지?” 라고 하신 날이었습니다.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저는 혼자 집까지 걸어갔습니다. (약 20분 거리)
가는 내내 너무 아파서 펑펑 울며 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사건은 제게 아주 큰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그 뒤로 저는 열심히 이를 닦았지만, 또 충치가 생겨 인생 두 번째 신경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저는 신경 마취가 잘 안 되는 체질이라는 것을요.
치료 순간마다 통증이 느껴졌고,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저는 고등학생임에도 치과에서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결국 마취를 추가로 하고 간신히 마무리를 했었습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또 신경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그때도 마취가 잘 안 들어 결국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면 아예 신경에다가 마취를 해버리죠”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옥을 보았습니다.
뚫려 있는 신경 구멍에 마취 바늘이 다이렉트로 꽂히는 그 고통… 진짜 죽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제일 효과가 좋았습니다.
그러던 평화로운 어느 날 … 왼쪽 아래 사랑니가 잇몸을 뚫고 올라오려 했습니다.
저는 치과가 너무너무 가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아파 죽을 것 같을 때 치과에 갔습니다.
혀로 만져본 사랑니 사이즈는 거의 어금니급.
‘이건 신경 건드릴 수도 있겠다…’ 싶어 무서워 떨며 치과에 앉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미리 “저 마취가 잘 안 들어요” 라고 말씀드렸지만, 체감상 특별히 더 해주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사실은 모르겠음 ..)
결국 저는 수술대에 누워 등은 식은땀에 흠뻑 젖고, 손은 덜덜 떨며 사랑니를 뽑았습니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고, 큰 통증 없이 사랑니가 뽑혔습니다.
“끝났습니다” 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온몸에 힘이 풀리며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 제 사랑니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저는 ‘이빨을 또 언제 가져보겠나’ 라는 생각이 들며, 기념 삼아 가져가고 싶어 간호사분께 부탁드렸고,
잠시 버퍼링이 걸리신 뒤, 깨끗하게 닦아 종이컵에 담아주셨습니다.
집에 와서는 사랑니를 비닐팩에 넣어 보관했습니다.
이게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언젠가 목걸이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참고로 거뭇거뭇한 건 썩은 게 아니라 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