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침하하 여러분
이 글을 쓰기 위해 제가 무려 침하하에 가입을 했습니다.
다른 사연있는 물건들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지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직 어린이집을 다니던 어느 크리스마스 행사 날의 일입니다.
그때는 어린이집에서 부모님께 미리 선물을 준비해 오시라고 부탁드린 뒤, 산타 할아버지(사실은 분장한 알바생)이 그 선물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곤 했습니다.
당시 선물 금액 기준이 3만원 미만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은 정말 3만원에 딱 맞춰서 정성껏 선물을 준비해 보내주셨지요.
그런데 막상 어린이집에 가보니, 다른 친구들은 고가의 인형 집이나 크고 화려한 장난감을 받고 있더라고요. (저희 어머니도 이 때 다른 선물들을 보고 후회하셨답니다)
아무래도 저도 속으로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되어 산타 아저씨 무릎 위에 앉아 선물을 뜯었는데…
상자 안에는 웬 벽걸이 조립 시계가 들어 있었던 겁니다.
미취학 아동이 시계를 받고 얼마나 황당했을지 상상되시죠?
저는 속으로 “고양이 인형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몇 번이나 말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시계라니요.
그 어린 마음에 너무 서러워서 풀이 잔뜩 죽어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엉엉 울고 말았지요.
그날 밤, 제가 잠든 사이 아버지는 급히 차를 몰고 마트로 향하셨습니다.
이미 영업이 끝나 문 닫을 시간이었는데도, 직원분들께 “딸아이가 있는데, 크리스마스에 선물이 꼭 필요하다”며 사정을 하셨다고 해요.
그렇게 간신히 고양이 인형을 구해오셨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버지가 인형을 제 품에 안겨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어제 산타가 시계를 준 건, 우리 딸을 더 깜짝 놀래켜주고 싶어서였단다. 이게 진짜 산타가 준비한 선물이야.”
그 말을 들은 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가 되었지요.
그 인형은 지금 제 곁에 있습니다.
벌써 15년이 훌쩍 넘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고양이 인형이지만요.
어렸을 때는 어디든 데리고 다니고, 빨고 또 빨아서 지금은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지만…
제게 이 인형은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입니다.
이 인형에는 크리스마스 밤, 마트를 뛰어다니던 아버지의 마음과, 저의 어렸던 마음을 꼭 끌어안아주신 부모님의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짧지 않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