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인기!
용건만 간단히, 움짤은 한 번 더 생각
금병영에 상의하세요
야생의 이벤트가 열렸다
즐겨찾기
최근방문

군인 명찰 (진짜 사연 있음)

동물탑쌓기
1일전
·
조회 171

2023년 12월 입대 예정이었던 그 친구를

2023년 10월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서울 소재 모 대학교 새내기였고

그 친구는 군수 (군대에서 반수) 예정자였어요


 

처음 만난 그날부터 호감을 갖게 된 저희는 약 한 달 동안 매일 연락을 주고 받았고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 전시도 보고 산책도 하고

입대가 코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추억을 쌓았습니다


 

서로에 대해 커져버린 마음이 무색하게도 입대날은 너무나 빠르게 다가왔고 밖에 있는 제게 부담을 주기 싫다던 울음 섞인 말과 함께 친구로 남아달라고 한 채 그는 입대했습니다


 

저희는 입대 후에도 편지도 주고 받았고 연락도 꾸준히 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제가 대학교 입시 공부할 때 쓰던 필기 노트랑 각종 교재도 군대로 보내주고

그때마다 친구는 꼭 너랑 같은 학교에 합격하겠다고

같이 학교 과잠 입고 캠퍼스를 누비고 싶다는 얘기를 해주곤 했습니다


 

외출이나 휴가 때마다도 만났는데

저는 점점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갔습니다

친구도 워낙 힘든 부대에서 근무했던지라

군 생활을 너무나 힘들어 했고

저를 대하는 태도 역시 예전 같지 않았어요

그 친구가 변해가는 것이 저는 가장 가슴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심적으로 스트레스도 컸고 변해가는 친구를 곁에 두고 보는 게 몹쓸 짓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를 위해서라도 친구를 위해서라도 이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휴가 때 잠깐 볼 수 있냐는 친구의 물음엔 한 번도 거절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정립되지 않고 애매하다 못해 식어가기만 하는 관계를 붙잡은 채 반 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군 생활에 적응하면 금방 다시 예전처럼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던 주변의 위로는 점차 다른 사람 소개해줄테니 얼른 정리하라는 조언들로 변해갔고 저 역시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매일같이 했습니다

그렇게 친구를 끊어낼 결심을 했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오늘은 얘기를 꺼내야 한다고 다짐하며 나갔던 그 친구와의 약속에서 친구는 제게 선물이라며 PX에서 산 화장품들을 잔뜩 주었습니다 저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애썼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선물이 하나 더 있다며 쭈뼛쭈뼛 가방에서 명찰을 꺼내 내밀었습니다

남아 도는 명찰들 중 하나였을지 몰라도 주변 친구들이 남자친구로부터 명찰을 받아 가지고 다니는 걸 봤던 제겐 명찰이 큰 의미로 다가왔고 명찰을 건네 받던 순간에도 가슴이 쿵 내려 앉는 기분이었어요 만나기 전에 굳게 다짐한 것들이 와르르 무너졌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명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이 작은 게 우리 관계에 대한 연명 수단이라도 된 것처럼 여기는 스스로가 바보같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끝이 아니라 참 다행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이 역시도 바보같지만요)

후련하게 돌아올 수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복잡해진 머릿속에 저와 비슷한 시기에 남자친구를 군대로 보낸 제 절친을 불러내 한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체 명찰은 왜 주는 거냐며 볼멘소리를 해댔지만 명찰을 준 걸 보면 걔도 아직 널 좋아하는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내심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던 그날 저녁입니다


 

그치만 지금의 저희는

그토록 기다리던 전역날에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네용

지금 제 곁엔 다른 좋은 사람이 있고

친구의 곁에도 다른 사람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합니다

힘든 시기 견뎌 내느라 고생했다고 꼭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어 아쉬운 마음 반 후련한 마음 반입니다


 

영영 끝나버린 관계이지만 차마 명찰은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이유는 정말 모르겠음)

그래서 잡다한 것들을 모아두는 봉투에 넣어 두고 있었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사연 있는 물건 자랑 글을 보자마자

불현듯 떠올라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당


 

대한민국 국군 장병님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댓글

구쭈 전체 인기글 전체글

방장 콩밥특별시 합류 기념 gta 레전드 영상 1
침착맨
풍워얼량
·
조회수 1091
·
06.01
마크 대형 서버 '레오펠 : 사자의 노래' (승빠님 하신다길래 가져옴) 1
방송 해줘요
풍워얼량
·
조회수 2279
·
06.01
침착맨님 GTA 해주셔서 감사해요
침착맨
침티횽이야
·
조회수 892
·
06.01
방장이 이것도 하실지 모르겠지만 승빠님이 다음에 할 대형 서버라길래 가져와봤습니다 5
침착맨
풍워얼량
·
조회수 1178
·
06.01
청소하다가 위즈원 2기 키트 발견 1
취미
잡덕맨
·
조회수 715
·
06.01
참다참다 글씁니다. 나는 침착맨 지지 안합니다. 4
침착맨
침투부전문시청팀사원
·
조회수 1267
·
06.01
한국 최초의 장애인 스탠드업 개그맨의 개그.jpg 14
유머
바이코딘
·
조회수 4429
·
06.01
철면수심과 가평 남이섬 여행 4시간
침투부 공유
Artoflove
·
조회수 707
·
06.01
프로기사가 보는 고스트 바둑왕.jpg
유머
바이코딘
·
조회수 840
·
06.01
유튜브가 광고로 돈을 버는 방법 8
유머
바이코딘
·
조회수 5345
·
06.01
용산 백업시디 사기당한 썰
앗! 나의 실수!
졸렬한 보부인
·
조회수 581
·
06.01
S급 부대찌개 먹으러 옴 5
호들갑
침착맨개킹받게하기
·
조회수 811
·
06.01
넷플릭스 원피스 드라마 쵸파 등장 3
유머
푸르로닝
·
조회수 1073
·
06.01
우원박 출판사 전시회 보러간 침착맨 + 매직박 + 철면수심 4
침착맨
지떨코
·
조회수 4940
·
06.01
원박 풀로 무도 보듯 시청하는 사람도 많으셨구나 2
침착맨
국민거포이병건
·
조회수 1081
·
06.01
트위치 구독이 그리워지는 밤이네 1
호들갑
아마추어시청팀
·
조회수 668
·
06.01
그시절 무시무시한 저작권법.jpg 10
유머
바이코딘
·
조회수 5228
·
06.01
80년대 만화에서 야경색이 파랗던 이유 13
유머
바이코딘
·
조회수 5943
·
06.01
방장 콩밥특별시 입주.이거 진짜에요? 2
침착맨
라니스푼
·
조회수 1210
·
06.01
오늘자 투표소 및 투표용지 사진 19
유머
국밥부장관
·
조회수 5474
·
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