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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명찰 (진짜 사연 있음)

동물탑쌓기
1일전
·
조회 179

2023년 12월 입대 예정이었던 그 친구를

2023년 10월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서울 소재 모 대학교 새내기였고

그 친구는 군수 (군대에서 반수) 예정자였어요


 

처음 만난 그날부터 호감을 갖게 된 저희는 약 한 달 동안 매일 연락을 주고 받았고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 전시도 보고 산책도 하고

입대가 코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추억을 쌓았습니다


 

서로에 대해 커져버린 마음이 무색하게도 입대날은 너무나 빠르게 다가왔고 밖에 있는 제게 부담을 주기 싫다던 울음 섞인 말과 함께 친구로 남아달라고 한 채 그는 입대했습니다


 

저희는 입대 후에도 편지도 주고 받았고 연락도 꾸준히 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제가 대학교 입시 공부할 때 쓰던 필기 노트랑 각종 교재도 군대로 보내주고

그때마다 친구는 꼭 너랑 같은 학교에 합격하겠다고

같이 학교 과잠 입고 캠퍼스를 누비고 싶다는 얘기를 해주곤 했습니다


 

외출이나 휴가 때마다도 만났는데

저는 점점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갔습니다

친구도 워낙 힘든 부대에서 근무했던지라

군 생활을 너무나 힘들어 했고

저를 대하는 태도 역시 예전 같지 않았어요

그 친구가 변해가는 것이 저는 가장 가슴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심적으로 스트레스도 컸고 변해가는 친구를 곁에 두고 보는 게 몹쓸 짓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를 위해서라도 친구를 위해서라도 이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휴가 때 잠깐 볼 수 있냐는 친구의 물음엔 한 번도 거절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정립되지 않고 애매하다 못해 식어가기만 하는 관계를 붙잡은 채 반 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군 생활에 적응하면 금방 다시 예전처럼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던 주변의 위로는 점차 다른 사람 소개해줄테니 얼른 정리하라는 조언들로 변해갔고 저 역시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매일같이 했습니다

그렇게 친구를 끊어낼 결심을 했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오늘은 얘기를 꺼내야 한다고 다짐하며 나갔던 그 친구와의 약속에서 친구는 제게 선물이라며 PX에서 산 화장품들을 잔뜩 주었습니다 저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애썼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선물이 하나 더 있다며 쭈뼛쭈뼛 가방에서 명찰을 꺼내 내밀었습니다

남아 도는 명찰들 중 하나였을지 몰라도 주변 친구들이 남자친구로부터 명찰을 받아 가지고 다니는 걸 봤던 제겐 명찰이 큰 의미로 다가왔고 명찰을 건네 받던 순간에도 가슴이 쿵 내려 앉는 기분이었어요 만나기 전에 굳게 다짐한 것들이 와르르 무너졌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명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이 작은 게 우리 관계에 대한 연명 수단이라도 된 것처럼 여기는 스스로가 바보같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끝이 아니라 참 다행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이 역시도 바보같지만요)

후련하게 돌아올 수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복잡해진 머릿속에 저와 비슷한 시기에 남자친구를 군대로 보낸 제 절친을 불러내 한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체 명찰은 왜 주는 거냐며 볼멘소리를 해댔지만 명찰을 준 걸 보면 걔도 아직 널 좋아하는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내심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던 그날 저녁입니다


 

그치만 지금의 저희는

그토록 기다리던 전역날에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네용

지금 제 곁엔 다른 좋은 사람이 있고

친구의 곁에도 다른 사람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합니다

힘든 시기 견뎌 내느라 고생했다고 꼭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어 아쉬운 마음 반 후련한 마음 반입니다


 

영영 끝나버린 관계이지만 차마 명찰은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이유는 정말 모르겠음)

그래서 잡다한 것들을 모아두는 봉투에 넣어 두고 있었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사연 있는 물건 자랑 글을 보자마자

불현듯 떠올라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당


 

대한민국 국군 장병님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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