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차.
아버지께서는 놀라울 정도로 운전의 달인이셨습니다.
남들이 먼저 출발해도 과속하나 하지 않고 먼저 도착하는 일이 잦았죠. 직업이 운전과 관련이 없으신데도 불구하고 실력이 좋으셨어요.
그러나 우리 집안에도 안타까운 일이 생겼어요. 가족사와 정신질환, 그리고 이혼으로 온 집안은 분열되었고, 가족들 연락이 부담스러워져 폰번호를 바꾸고 아버지와 등을 돌릴 일이 생기게 되었어요. 몇 년씩이나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아버지를 보았을땐, 많이 변해계셨죠. 제가 알던 아버지가 아니셨어요. 정신질환의 영향이었죠. 그래도 일상생활은 잘하셨고 운전도 잘하셨어요. 아버지께서 스스로 삶을 떠나보내기전 저는 이상하게 이 나이에 뽀뽀를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으로 물어봤어요, 나도 아빠처럼 운전 잘하고싶은데 맨날 골목길에서 긁고다닌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말이죠. 이땐 차가 필요하면 어머니 차를 몰거나 쏘카를 할 때였어요. 아버지는 절 쳐다보시며 무심하게 그리고 부끄럽다는 듯이 “많이 해보면 돼, 별거없어.”
그렇게 떠나신 아버지의 차를 저는 물려받고 싶었습니다. 차량 모델도 제 또래들이 쉽게 타지 못하는 차였어요. 그러나 당시 생활이 힘들었던 저희 집은 아빠 차를 팔아 생활비에 보탰습니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내드린지 어언 2년째인 지금, 저는 인생 첫 차인 싼타페를 몰면서 영상업이라는 특수성때문에 금방 1만 키로를 채웠고, 누구보다 자신있게 운전을 잘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마지막으로 주신 자랑스러운 이 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돋보일거라는 생각에 늘 운전할땐 하늘을 바라보고 출발합니다.
고마워, 아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