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쌉싸리와요..
폭력적인 사진부터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왼쪽은 독일 베를린의 커리부어스트 맛집 Curry61에서 가져온 기념품입니다.
실제로 Curry61 매장 전면에는 저 사진이 크게 인쇄되어 있답니다.
이때 딱 한 번 있었던 베를린 여행의 파격적인 하루를 소개하겠어요…
몇 년 전의 독일 유학 중 베를린으로 떠났던 여행 마지막 날,
베를린의 관광 명소로 알려진 페르가몬 박물관 로비에 앉아서 저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고 있었어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해외에 혼자 나와서 작고 큰 소동을 겪어낸다는 건 당시의 저한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내 인생에도 이런 순간이 있을 수 있구나.
행복한 감상에 젖어서 입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알림이 오는 것이었어요.
카드 사용을 시도하였으나 잔액이 없어 거절되었다고....
몇 차례에 걸쳐 알림이 왔지만 지갑은 내 가방 속에 있는데 알림이 잘못 왔는가 보다 싶었죠.
지갑은 내 가방 속에?
설마? 갸웃하며 짐 보관함의 가방을 열어보았는데
없었습니다.
도대체 언제 어디서 털린 것인가.
일단 박물관 지하로 뛰었습니다..
박물관의 친절한 독일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카드를 정지하고…
이러쿵저러쿵 경찰 조차도 받았지만 원래 소매치기는 잡을 수 없는 것이 유럽의 국룰이지요.

아마도... 그날 짐이 많아서 잠시 캐리어 위에 지갑을 놓고 고개를 돌렸던 순간이 화근이었던 모양입니다.
근처에 걸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멀쩡한 행인이 도난을 한다니 흉흉하기 짝이 없죠?
조심성이 없었다고 하시면 할 말이 없지만
지갑을 두고 자리를 비운 것도 아니었고, 방심했던 순간은 정말 찰나였습니다.
천만다행인 것은
그날이 여행 마지막 날이었고, 휴대전화 속에 기숙사로 돌아가는 차표가 파일로 남아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는 국제미아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독일에는...
판트Pfnad라고 해서, 내용물을 다 마신 페트병을 기계에 넣어 재활용하면 일부 금액을 돌려주는 기계가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밥을 먹겠다며...
저녁에 판트로 동전을 벌어서... 동전지갑을 짤랑거리며 눈물 젖은 샌드위치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베를린... 제게는 소매치기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도시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는 일이 되었군요.
페르가몬 박물관의 따사로운 햇살부터
그날 밤 기차까지 이어진 눈물바람...
역시 앞일이란 예측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무엇이냐면,
베를린의 추억을 찾으려고 앨범을 열어보니까 같이 있더라고요.
바이마르의 일름 공원에서 가져온 씨앗입니다.
그 당시 젊은이다운 고민을 갖고 일름 공원 의자에 앉아서 (아무튼 이것저것) 이루어주세요. 라고 소원을 빌었는데요.
'이루어주세요'라고 마음속으로 말을 끝맺는 순간 제 무릎으로 저 씨앗이 천천히 떨어져 내려오는 것이었어요.
일름 강이 나에게 선물을 주려나 보다... 싶어서
저 씨앗을 보관해뒀답니다.
그때 빌었던 것들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삶이 쉽지 않지만,
알아서 좋은 일들을 쟁취해야 한다는 배움은 얻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당시엔 이런 경험치가 없었으니
'일름 강이 날 도와주려나 보다' 같은 순수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거예요.
저한텐 그때의 순수함이 귀중하게 느껴져서 잘 간직하고 있는 추억입니다.
노잼이죠?
호들갑 싫어하시는데
너무 길었다면 죄송합니다.
모두 소매치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