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는 아니고 ‘지오레인저 오블로커 레드펀쳐’입니다
때는 미취학아동시절
아버지께서 ‘지오레인저 오블로커 레드펀쳐’를 사주셨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습니다 팔 옆에 버튼 누르면 주먹도 발사됩니다
아버지는 제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으셨습니다
다음날 저는 이 장난감을 갖다 팔았습니다
팔고 싶지 않았는데 유치원에 자랑하려고 가져갔다가 때마침 열린 벼룩시장에 팔렸습니다
유난히도 내성적이었던 저는, 저의 ‘지오레인저 오블로커 레드펀쳐’가 그 가치도 모르는 코찔찔이 유치원생의 종이쿠폰 몇장에 팔려가는 참혹한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를 따스하게 바라봐주시던 아버지의 눈빛은, 하루 아침에 뭐하는 새끼지? 하는 눈빛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집에서 하루 세끼 밖에 못 얻어먹으며 밤에는 꼼짝없이 불꺼진 방에서 잠을 자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이별했던 ‘지오레인저 오블로커 레드펀쳐’가 지금은 제 옆에 누워 자고 있네요^^
20여년 후, 중고거래를 통해 되찾아왔기 때문이지요
아버지께서는 기억 못하시는 눈치지만, 제게는 20년 넘게 가슴에 품고 살아온 죄책감이었답니다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사다준 장난감, 선물을 받고 너무나 좋아하던 아이가 다음날 냅다 팔아버리고 돌아왔을 때 기분은 어떠하셨을까요?
사탄의 자식을 보는 기분? 그럼 아빠가 사탄임ㅋㅋ
딱히 피규어나 장난감을 모으지 않지만 ‘지오레인저 오블로커 레드펀쳐’는 언제까지나 저와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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