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8일 네이버 zilioner 이말년월드 블로그에 ‘우주의 먼지가 되고 싶은 날 듣는 노래’ 로 올라 왔던 포스팅 내용입니다.
오늘이 25년 7월 마지막 날이고 갑자기 생각나서, 저의 블로그에 퍼와서 보관 되어 있던 내용을 올려봐요😄.(음악 영상 링크는 제가 덧 붙였습니다.~)
우주의 먼지가 되어 정처없이 떠다고만 싶을 때가 있다.
잡생각이 드글대거나 깊은 좌절감에 빠졌을 때, 혹은 괜히 씨잘데기 없이 빈정 상할 때,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아무 이유없이!
오늘은 차분해지고 싶다.
바람에 흩날리고 싶다.
그래, 오늘은 그런 날이다.
<우주의 먼지가 되고 싶은 날 듣는 노래 10곡>
[ Blue In Green -LAZYBONE ] (2005)
군대 전역하고 복학하기 전, 동해쪽으로 여행다닐 때 주구장창 듣던 노래.
계속 듣고 있다보면 힘 좍좍 빠지는 게 노래가 마치 내 생명력을 갉아 먹고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된다.
힘이 쓸데없이 넘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곡!
[ 은밀한 버스 -플레이걸 ] (2009)
너무나 쓸쓸한 노래다.
주욱 듣고 있으면 이 세상에 나 홀로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과연 노래에 나오는 귀밑에 붙인 건 뭘까? 싱겁게 귀미테는 아니겠지? 된장이라도 바르고 다니는 걸까.
간주멜로디가 내 간장을 후벼판다.
[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Zipper ] (1998)
내가 중딩때, 그러니까 눈의 붓기가 빠지기 전의 얼라(얼라이언스 아님. 아이라는 뜻임)일 때 나온 명곡.
산뜻한 느낌의 멜로디가 날 완벽한 먼지로 만들어준다.
노래란 참 요상망측한 것이다.
자연스레 날 중딩때, 어린 그 모습으로 돌아가게 해주니까.
[ 수목원에서 -윤종신 ] (2001)
윤종신표 특유의 모든 걸 다 포기한 목소리가 일품이다.
윤종신은 가수가 되지 않았더라면 스님이 되었을 것 같다.
무소유가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나 역시 드넓은 우주 속 팔랑거리는 지푸라기가 된 느낌이 든다.
[ 순간을 믿어요 -언니네이발관 ] (2004)
진짜 언니스러운 목소리의 밴드.
이 밴드의 노래는 좀 비스무리한 게 많아서 질리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뒤져보면 참 좋은 곡들이 많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순간을 믿어요'.
코코아같은 걸 마시면서 들으면 좋다.
느긋하게 노래를 들으면서 코코아를 식혀먹는 그 맛은 나만 안다.
며느리도 모른다.
반대로 냉면 먹으면서 듣긴 안 좋은 노래다
[ 로라 -변진섭 ] (1989)
나는 변진섭의 미성이 참 좋다.
변진섭의 목소리엔 다른 가수에겐 없는 잔잔한 애절함이 있다.
이 세상에 대놓고 애절하게 부르는 가수는 많지만 이처럼 잔잔하게 보일락말락아일락 애절함은 변진섭만 가능하다.
노래를 듣다보면 어느새 하루죙일 로라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옆사람에게 지겨워 죽겠다며 욕 한사발을 먹는 자신도 발견하게 된다
[ 공항 가는 길 -My Aunt Mary ] (2004)
공항은 이별과 만남, 슬픔과 반가움이 범벅이 되는 장소다.
그만큼 노래로 만들기 좋은 소재일텐데 의외로 공항은 노래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난 척척박사가 아니니까.
My Aunt Mary의 공항 가는 길을 들으면 아무리 빡쳐있어도 차분해진다.
동생이 내 지갑에서 천원짜리 두어장을 빼가도
복실이가 내 아킬레스건을 물어도
[ 옛사랑 -이문세 ] (1991)
유명한 명곡.
먼지가 되기 딱 좋은 곡이다.
하는 일 없이 흐느적대다가 이 곡을 틀고 이불을 돌돌 말아 침대에 쑥 들어가 있으면 서서히 먼지가 된다.
이문세 특유의 창법이 내 먼지로의 변신을 재촉한다.
내 몸이 한알한알 분해되어 방안을 떠돈다.
[ 고백 -델리스파이스 ] (2003)
어린시절 모습을 맑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맑고 순수한 목소리와 달리 가사는 늦바람난 여편네의 느낌이 난다.
처음에 아무생각없이 흐뭇하게 들어오다가 나중에 가사를 읽어보고 내가 생각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곡 역시 멜로디와 가사의 괴리감으로 먼지가 되기 좋은 곡이다.
[ 슬픔을 이기는 기도 -부활 ] (2005)
솔직히 이 곡은 디제이맥스(온라인리듬게임)를 하면서 알게 됐다.
기타연주가 인상적인 노래.
보컬 정동하의 건조한 목소리가 특히 마음에 드는 노래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듣고 슬픔을 이긴 적은 없었다.
라면먹다 이 노래 듣고 갑자기 신세가 서글퍼져서 라면 남긴 적은 있다.
오늘 하루는 제가 뽑은 리스트를 무한반복으로 들으시면서 몸에 들어간 힘을 좌악 뺍시다.
항상 힘이 들어간다고 좋은 게 아니니까요.
잔뜩 꼬인 개념을 먼지처럼 나풀거리며 흐느적거려BOA*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