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이 어제 영상에서 ‘온라인 소통의 발달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기 너무 쉬워졌는데, 그런 환경에 익숙해지니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는 오프라인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런 뉘앙스의 얘기를 하셨더라고요.
그리고 저번에 원박 관련 생방하실 때에 침하하를 '익명 커뮤니티와 팬카페를 강제 합사시킨 곳'이라고 표현하셨던 것도 있었구요.
침하하는 확실히 온라인 커뮤니티 치고 돌연변이 같긴 합니다. 보통 커뮤는 방장 말대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익명 가면에 나체로 자유롭게 낄낄 댈 수 있는 곳이거든요.
근데 침하하는 강제 합사를 시켜놨기 때문에 마치 사회화된 사람인 척 옷을 입고 있어야 되는 느낌이라 조금씩 불편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맘껏 호들갑 떨고 싶은 사람도, 편하게 욕도 좀 하고 싶은 사람 모두요.
근데 전 그래서 침하하가 좋습니다.
침투부나 침하하가 여초스럽다 하는 얘기도, 아마 인방 관련 커뮤니티는 대부분 남초 구성인 경우가 많다 보니 양쪽을 적당히 포용하거나 대중성 있는 콘텐츠를 하게 되면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유머나 팬심’이 다른 성별의 것으로 보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실제 수치는 남초인 게 당연하지만, 다른 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분들의 표현이 자주 보인다고 느껴지는 거죠.
사실 방장이 대중성 있는 콘텐츠를 할수록 본인이 아닌 세계를 탐구할 수밖에 없고, 거기에는 인싸나 10~20대 문화, 레거시 미디어까지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여성스러워 보이는 것들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팬이 있으면 그중에 과몰입이나 트롤도 한둘 껴있기 마련이지만 다른 곳에선 좀 체 볼 수 없다보니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침하하는 유유유나 과한 애정 표현을 싫어하는 여자 횐님들도 있고, 심한 욕설을 싫어하는 남자 횐님들도 있고, 익명 뒤의 무례한 표현을 싫어하는 사람도, 착하다 못해 노잼스러운 팬카페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모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별이나 아싸 인싸 구분 없이 골고루 다 있어버리죠.
서로 다른 사람들을 죄다 포용해주기 때문에, 가꿈 소통하는 데 에너지가 들고 표현하는 데 번거로움도 있구요.
근데 전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팬카페나 커뮤니티 전문가는 아니지만, 침하하가 온라인 단체 치고 토론 수준이 꽤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지식적인 측면에서 높다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한테 ‘님 생각은 그렇군요, 근데 나는 이래서 이래요.’ 라고 품 들여가면서 설명해주는 자세가요.
보통 다른 데서는 자기 생각이랑 다르다 싶으면, 소위 꼴보기 싫으면 그냥 서로 욕박고 꺼지라 하면서 끝나는데 침하하는 인신공격 같은 걸 하지 않는 이상 댓글을 얼리는 한이 있어도 글을 그대로 놔두고, 그 의견도 침하하 글 중 하나로 존재하기 때문에 좋든 싫든 나와 다른 의견을 계속 마주치고 소통하게 되는 거 같아요. 나와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고요.
집 밖을 안 나가도 소통 연습이 되는 매우 신기한 공간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침하하가 이렇다 저렇다 해도, 기본적으로는 남초에 가깝고 침착맨에게 좀 더 관대한 편인, 딱 침착맨스러운 이곳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불편한 사람이 적은 유머만 모여 있는 이곳이 어쩌먼 가장 순수한 유머 사이트 아닐까 싶기도 해요. 한정된 환경에서 누가 봐도 웃을 수 있는 유머만 엄선된 곳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원래 뒷담화와 비하가 섞인 웃음이 훨씬 쉽기 마련인데, 여긴 침니버스 밈 말고는 진짜 순수 웃음력으로만 승부해야 된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이건 호들갑 섞인 농-담입니다.
마지막으로 길어서 밑으로 내리신 분들께는 딱 한 줄로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누군가 '너 허구헌날 폰으로 뭘 그렇게 보니?'라고 묻는다면, 당황하는 대신 '난 지금 유모어와 글쓰기 능력을 함양하고 있어'라고 얘기하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