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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일본인 독립운동가를 아시나요.

침하와와
22.12.20
·
조회 4069

여기 무타구치 렌야라는 장군이 있습니다.

 

무타구치 렌야 - 나무위키 

-무타구치 렌야-

 

왠지 되게 흐리멍텅해 보여 전쟁을 못할 것 같은 인상인데요.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무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군인이었죠. 서프라이즈에서 그를 다룬 내용이 있는데, 그 중 하나만 보여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덕분에 그는 광복절만 되면 ‘한국의 독립운동가’라는 조롱을 듣고는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의 무능 덕분에 일본 패전이 앞당겨졌고, 예 우리는 독립했죠. 그런데 농담조로 언급되는 무타구치 렌야 말고 ‘정말로’ 일본인인데 조선의 독립을 도운 독립운동가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로 변호사 후세 다츠지와,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입니다. 가네코 후미코 씨는 박열 열사의 아내로도 잘 알려져 있죠. 이 글에서는 대중적으로 별로 유명하지 않은 후세 선생을 다루어볼까 합니다.

 

일단 여러분에게 질문 해보려고 합니다. 후세 다츠지와 가네코 후미코 중 누가 먼저 건국훈장(독립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한국 훈장)을 받았을까요? 왠지 가네코 후미코일 것 같지만, 정답은 후세 다츠지입니다. 후세 다츠지는 일본인으로서는 최초로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받은 전설적인 사람인데,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요?

 

후세 다쓰지 - 나무위키

-변호사 후세 다츠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후세 선생은 변호사였습니다. 그는 법조경력을 검사로 시작했는데요. 동반자살한 모자 중 어머니가 살아나자 살인미수로 기소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법조인으로서 어떤 투철한 사명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그가 1920년 발표한 ‘자기혁명의 고백’ 중 일부입니다.

 

인간은 누구든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진정한 자신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는 양심의 소리이다. 나는 그 소리에 따라 엄숙히 '자기혁명'을 선언한다. 사회운동의 급격한 조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종래의 나는 '법정의 戰士라고 말할 수 있는 변호사'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회운동에 鬪卒한 변호사'로서 살아갈 것을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민중의 권위를 위해 선언한다. 나는 주요 활동장소를 법정에서 사회로 옮기겠다.

(다음과 같은 사건에 대해서만 변호활동을 하겠다)
1.관원에게 무실한 죄, 부당한 부담을 강요받은 사람의 사건
2.자본가와 부호의 횡포에 시달리는 사람의 사건
3.관헌이 진리의 주장에 간섭하는 언론범 사건
4.사회운동에 대한 탄압과 투쟁하는 무산계급의 사건
5.인간차별에 맞서 투쟁하는 사건
6.조선인과 대만인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사건


신념이 느껴지시나요? 그는 실제 행동도 그렇게 했습니다. 특히 6번에 주목해주세요. 후세 선생은 1911년 조선 독립을 지지하는 글로 일본 경찰 조사를 받았고, 3.1 운동의 전초전이라고 알려져 있는 2.8 독립선언운동의 변호를 맡았습니다. 천황이 살고 있는 궁성에 폭탄을 던진 김지섭 의사도 변호했고 굵직굵직한 독립운동가들을 많이 변호했습니다.

 

그의 평전 중 하나인 ‘나는 양심을 믿는다’에 따르면 그의 변호 방식은 피고인의 투쟁을 존중하는 방향으로서 설사 피고인에게 불리한 형량이 내려진다고 해도, 그의 투쟁 방식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하는데 있었다고 합니다. 즉, 최대한 피해자인 조선인의 입장에서 변호를 하려고 했던 것이죠. 형량 감소를 위해 일부 타협하라고 했을만한 직업이 변호사이고,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행보임에도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건 변론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대역죄인 사건일 것입니다. 관동대지진 이후 흉흉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일본에서 날조한 사건이 ‘대역죄인 사건’인데요, 말그래도 천황 암살을 모의했다는 것입니다. 이때 후세 선생은 이들의 변호인으로서 무죄를 주장하였고, 옥중 결혼수속도 도와줍니다. 

 

-박열, 가네코 후미코 재판 (1926)-

 

영화 ‘박열’에서 나오는 장면들을 기억하시나요? 독립운동가로서 박열과 후미코의 모습은 짜릿하지만, 법정에서 무죄를 받는데 불리할 수 있겠죠. 그런데 왜 변호인은 피고인의 자유분방함을 그대로 두었을까요? 이게 바로 후세의 변호 방식이자, 운동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이후 후세는 박열 평전인 ‘운명의 승리자, 박열’을 집필합니다)

 

방금 제가 ‘관동대지진 이후’라고 했습니다. 관동대학살은 많이 들어보셨죠?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관동대학살이 일어났는데요. 관동대지진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나온 최악의 결과였습니다. 이때 후세 선생은 진상조사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과문도 작성했죠. 당대 ‘내가 잘못했다’고 한 사람이 한 명은 있었는데, 그게 바로 후세 선생이었습니다.

 

-조선에서 강연하는 후세 선생-

 

이외에도 그는 다양한 민생 문제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나주 궁삼면 농민들이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의해 억울한 피해를 입자 이를 조사하기 위해 방한하기도 했죠. 비단 조선문제에만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대만과 일본 내에서도 활발히 활동했습니다. 그렇기에 가는 곳마다 그를 ‘무산계급의 친구’와 같은 호칭을 붙여주며 환영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인권변호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이런 행보가 일본제국 눈에는 결코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재판에서 부당하게 트집이 잡혀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게 됩니다. 해당 사건은 제가 위에서 소개해드린 ‘나는 양심을 믿는다’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혹여 궁금하시면 읽어보세요.

 

1945년, 후세 선생은 일본 패망 이후 다시 변호사 자격을 회복하게 됩니다. 사회활동도 왕성히 이어나가게 되죠. 인상깊은 행보로 박열과 함께 ‘조선건국헌법초안사고’를 기초합니다.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인이 믿는 사람이었으니 한반도에 새로 세워질 국가에 대한 헌법을 같이 쓸 수 있었던 것이죠.

 

이외에도 후세 선생은 재일조선인들의 권익을 위한 사건에서 변호인단으로 활약하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사망하게 됩니다. 그의 장례식에는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모였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 덕분에 2004년 대한민국 정부는 후세 다쓰지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하게 됩니다. 일본인으로서 최초였고, 그는 건국훈장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었죠.

 

-후세 선생 헌창비-

 

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해.

(生きべくんば民衆とともに、死すべくんば民衆のために) 

 

이시노마키 아케보노미나미공원에 있는 후세 선생의 헌창비 문구입니다. 그의 평생 신념을 잘 응축한 문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영화 ‘박열’, SBS ‘꼬꼬무’ 등을 통해 후세 선생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고 있지만 박열 열사 관련으로만 조명되어 그럼에도 생각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우리가 무타구치 렌야를 조롱하며 ‘한국의 독립운동가’다라고 웃을 때, ‘진짜’ 조선의 독립을 위해 힘써왔던 후세 선생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적어도 우리만큼은 우리를 위해 죽겠다고 외친 사람을 잊으면 안 되니까요.

 

긴 글이었습니다만, 제가 제일 존경하는 인물이라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읽어주신 흰님들께 감사하다~

 

 

댓글
오예스
22.12.20
卒한 변호사 !!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만 다시 읽으니 또 대단함을 느낍니다.
침하와와 글쓴이
22.12.20
알고 있는 일화들을 다시 읽을 때마다 대단함을 계속 느낍니다. 맞습니다.
일론머스크3세
22.12.21
卒호민
셀프놀래미
22.12.20
대단한 분이셨네요 정말
침하와와 글쓴이
22.12.20
맞습니다!
침착맨갤러리
22.12.20
이사람은 현충원에 모셔도 모자람 없다
침하와와 글쓴이
22.12.20
ㅇㅈ
SSR고기바이올린김종수
22.12.20
다른이야기지만 박열영화에서 가네코후미코역 맡으신 분 진짜 일본인인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놀람 ㅋㅋ
침하와와 글쓴이
22.12.20
ㄹㅇ 연기 잘하심
침풉풉
22.12.20
역사 속에는 국가와 이념을 떠나 자기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진짜 영웅이라고 부르는가 봅니다.
예전에 다큐에서 보고 참 감명 깊었는데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력한해자
22.12.20
멋지다. 국적에 사로잡히지않고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 분...
침하와와 글쓴이
22.12.20
흰님 닉 ㅎㄷㄷ
강력한해자
22.12.20
헉 그러게요
@침하와와
명예소방긘
22.12.21
글을 너무 잘쓰셔서 더욱 몰입해서 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여포아빠
22.12.21
배추살땐무도사
22.12.21
의도하지 않았는데 멍청하고 능력이 부족해서 어쩌다 보니 독립에 기여한 일본인
:무타구치 렌야
끝까지 신념을 관철하며 본인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여 영민히 독립에 기여한 일본인
:후세 다츠지
뻐꾸기
22.12.21
짱갈래종수짱
22.12.21
어둠의 독립운동가 렌야 ㅋㅋㅋㅋ
IMARY
22.12.21
여러모로 느끼는바가 많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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