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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가 이중섭이 아닌 아버지 이중섭

데미소다
22.12.19
·
조회 5971

 

 

우리에게 <황소> 그림으로 유명한 이중섭, 

하지만 그는 엄청난 사랑꾼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아내를 사랑한 이중섭

스물 다섯, 이중섭은 분카가쿠인(3년제의 전문학교 과정)의 유화과를 졸업하고 연구생 신분으로 학교에 남아

2년 후배인 야마모토 마사코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당시 일제강점기었기에, 식민지국 신분의 본인과 식민지 종주국 신분의 아내를 맞는다는 건 힘이 들었다. 

그러나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된다.

 

발을 치료하는 남자 1941. 6. 4. 

 

 

이중섭은 연애시절에 그림으로 엽서를 보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 중 하나인 발을 치료해주는 남자는 이중섭과 마사코가 산책 중 보도블럭에 신발 뒤축이 끼여 피가 나자, 

이중섭이 그를 살펴보는 장면을 그려 넣은 것이다. 손에 피가 묻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을 보는 장면에서 사랑을 가늠할 수 있다.

 

결혼하게 된 이중섭과 마사코

 

 

이 맘 즈음, 독립하게 된 우리나라와 전쟁을 막 시작하게 된 일본의 상황으로, 마사코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와 살게 된다.

이때 마사코는 이남덕이라 이름을 갖게 되는데, 이름의 뜻은 남남북녀가 아니라 남녀북남에서의 남, 

덕은 더덕더덕 아들, 딸 낳고 잘 살아서 한오백년 뒤엔 대향남덕국을 만들자하여 덕이라 붙였다. (대향은 이중섭의 호이다.)

 

그렇게 잘 사나 싶었는데..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피란길에 들어서게 된다.

피란민 분산정책에 따라 제주도로 보내진 가족은 턱 없이 부족한 피란민 식량배급과 게와 조개 등을 채취해 먹어가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리고 1952년, 마사코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재산상속문제 때문에 마사코(이만덕)은 일본으로 아이들과 함께 떠나게 된다.

이중섭은 후에 그들에게 가겠다며 열심히 그림활동에 몰두하게 된다.

 

 2. 편지로 달래는 맘

 

이후 이중섭은 편지로 아내와 소통하게 된다.

 

… 나중에 만나 그대에게 보답으로… 별들도 눈을 꼭 감고 숨 죽일 만큼 길고 깊게 키스해 줄게요. 지금 내가 그대를 얼마나 깊이 뜨겁게

사랑하는지, 어떻게 내 마음을 그대에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소 … 나의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운 선생님, 제발 좀 가르쳐주세요.

1953년 3월 말경

 

어느 날은 서운해하기도 하다가

 

이 대향이 몇 번이나 사흘에 한번은 편지 보내달라고 부탁했는데 왜 이런저런 이유만 늘어놓으시오 … 남덕 씨만 생활이 어렵다고

생각하는가요? 모든 사람에게는 다 똑같은 고통이 있는 거외다.

1953년 5월 15일

 

어느 날에는 서운해한 자신에 대한 속을 터놓기도 한다.

 

내가 조금 신경질적으로 글을 보내더라도 널리 이해해줘요. 오로지 그대만을 뜨겁게 사랑하기에 그대에게만 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오.

… 대향은 지금 오로지 사랑스러운 그대의 즐거운 편지와 빨리 그대 곁으로 가는 것만 생각한다오. 나는 그대들을 내 모든 것을 던져 

사랑하고 또 사랑하오 …

1953년 5월 22일

 

이렇게 이후에 계속 편지로 아내와 소통하며 본인의 작품을 만드는 데 몰두한다. 이듬해 초까지 150점 가량의 그림을 그리는데,

이 그림에 <달과 까마귀>, <떠받으려는 소>, <흰 소>, <부부> 등이 탄생한다.

 

떠받으려는 소

 

 

 

 3. 자식을 사랑한 이중섭

 

당신한테 쓰는 편지도 참 못 쓰는 편인데 아이들에게 쓰는 건… 도무지 잘 되지 않아요. 

어떻게 써야 아이들이 기뻐할지 생각해본다오.

용기를 주고 싶고 기쁨도 주고 싶소.

1953년 6월 15일

 

이중섭은 아이들을 사랑했다. 그의 그림에는 아이들이 많이 나오는데,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태성 군

그 후로도 건강하지?

아빠가 보낸 그림을 보고…

“아빠는 다정해서 정말 좋아”라고 엄마한테 얘기했다고?

아빠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

더욱 더 재밌는 그림을 그려 보내줄게

아빠 중섭

 

 

이중섭이 1950년대 일본에 있던 가족에게 보낸 일본어 편지 중 일부. 그가 사주겠다고 약속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두 아들을 작가 자신과 부인 이남덕이 긴 팔을 뻗어 지켜주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태현 군, 태성 군

건강히 잘 지내고 있지?

아빠는 오늘 종이가 떨어져서 한 장만 그려 보낸다.

태성, 태현 둘이서 사이좋게 보렴.

다음에는 재미있는 그림을 한 장 씩 그려서

편지와 함께 보내줄게.

태현 군, 태성군.

둘이서 사이좋게 기다려다오.

아빠가 가서 자전거 사줄게.

아빠 ㅈㅜㅇㅅㅓㅂ

 

 

4. 이중섭의 말년

 

그렇게 이중섭은 열심히 작품활동에 몰두하다, 1955년 1월 18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미도파백화점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게 된다.

몇몇 평자들에게는 시대착오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으나, 나름 성황리에 진행이 된다.

하지만 전시가 끝난 후 그림 값을 제대로 못 받거나, 마음의 울화를 술로 마시며 몸이 쇠약해졌고, 그 이후로 가족에게 쓰던 편지도 그만 쓰게 되고, 후에 그림도 절필하게 되며

전시회를 성공해 하루 빨리 가족에게 돌아가려고 했던 그의 꿈은 좌절된다. 

 

돌아오지 않는 강, 1956

이중섭의 절필작이라고 알려진 ‘돌아오지 않는 강’은 이중섭이 동명의 미국영화를 보고 온 후,

이름이 좋다며 되뇌이다 신문에 실린 영화 광고를 잘라 벽에 붙여놓고 웃기도 하고, 그 아래에 아내가 보내준 편지를

잔뜩 붙여놓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강을 제목 삼아 여러 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창 밖에 새를 그리기도 하고 인물을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으로 그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두 아들에게 꼭 선물해줘야겠다던 자전거는

 

시인 구상의 가족, 1955

 

자신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구상의 아들에게 선물해준다. 

오른쪽의 수염난 사람이 본인을 그린 것이다.

자전거를 받고 기뻐하는 가족들 사이에 껴있지 못하는 모습으로, 이중섭만 떼고, 가족만 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 후, 이중섭은 신경쇠약과 영양결핍으로 여러 곳을 전전하며 요양하다, 어느 날부터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누구 하나 돌봐주는 이 없이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정신이 온전치 않을 때는 “난 그림을 그리려고 한 게 아니야! 내가 사랑하는 남덕과 아이들이 보고싶을 뿐이라고!”라며 푸념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에서야 천문학적인 가격을 매기는 작품의 주인이지만, 본래 현실은 슬프고 애닯은 인생을 산 이중섭.

그러나 그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림에 대한 열정만큼은 진심이었다는 것은 변함 없을 것이다.

 

 

참조

이중섭의 사랑, 가족 / 최석태, 최혜경

이중섭 편지 / 양억관

그림향기 / 정우철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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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도그호스트
22.12.20
BEST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71514562845-9kucbwe88ni.jpg
백안시
22.12.19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라는 전시에서 이중섭 작가 작품이랑 편지 소개된 거 보니까 울컥하더라고요
데미소다 글쓴이
22.12.19
저도 그림향기라는 해설행사 다녀오고 궁금해서 찾아보게 됐는데 눈물나더라고요..
참조로 본 이중섭의 사랑, 가족과 이중섭 편지도 나중에 찾아보심을 추천드립니다
명예소방긘
22.12.19
제주도 여행 중 이중섭 박물관이 떠오르네요. 정말 감명깊게 감상했던 기억이. 잘 읽었습니다.
쌀과자먹는소리
22.12.20
거꾸로먹는돌
22.12.20
ㅠㅠ결말이 어째서… 저희 아버지도 정말 다정하시고 사랑이 넘치는 분인데 생각이나네요
늦게르더라스트맨
22.12.20
시인 구상의 가족이라는 작품은 처음보내요잉~
이중섭작가님의 작품들은 뭔가 모랄까 진흙으로 그린것같아요
사탕들렸잖어
22.12.20
너무 좋아요 ㅠㅠ 몇년전에 이중섭화가 전시 다녀왔었는데 편지들이랑 마지막그림까지보고 참 사랑이 많은사람이다 생각했었네요
떡볶이좋아
22.12.20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결말이 이렇게까지 쓸쓸해야했을까요..
백안시
22.12.20
아 지금 다시 보니 생각났는데 제가 본 전시에서는 한국에서 그림 판매금을 사기당해서 가족을 부양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정신질환까지 겪게 되었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참.. ㅠ
이쁜둥이미운둥이
22.12.20
도그호스트
22.12.20
여담인데 이중섭 화백님 볼때마다 전무님이랑 비슷한 인상인거 같음
도그호스트
22.12.20
BEST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71514562845-9kucbwe88ni.jpg
끼리코덤보
22.12.20
현대미술관에서 이중섭특별전 봤던게 생각이 나네용
싱하형
22.12.20
껌종이에도 그림 그리신분
침투부즉시구독
22.12.20
침하하에 미술관련 글이 올라오다니! 너무나 반가운 것이다~~~~ 지금 국현 서울관가면 이중섭 엽서화를 볼 수 있읍니다! 위작 논란이 있지만 이중섭 작품은 언제나 진작 시비가 있어와서 이번에도 놀랍지는 않음(;;) 암튼 마사코님에 대한 사랑, 두 아들에 관한 그리움 모두 잔뜩 느껴지는 전시이니 아직 못보신분 꼭 보세여!!!
물수제비퐁당
22.12.20
가족이 있는데도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하신 건 너무 슬프네요
우보니
22.12.20
헉.. 결국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신 거죠? 먹먹하네요..
쓰리썸플레이스
22.12.20
이중섭 화가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에 우연한 기회에 갔었는데 전시 끝 무렵에 편지 보고 질질 울면서 나왔던 기억이 나네
울프병건
22.12.20
헐 편지 너무 슬프고.. 정말 절절하네요 ㅠㅠ 생의 끝이 너무 안타까워요우우ㅜ
매관매직구쭈박
22.12.20
내 사랑하는 아내 남덕 천사 만세 만세
황금
22.12.20
기러기아빠로 살다가 전시회의 실패 정신병원에서 무연고자로 고독사... 잔인한 삶이었네요
셀프놀래미
22.12.20
아내나 자식들은 이중섭 작가님을 얼마나 사랑하셨을까요? 이 글에서만 보면 작가님의 외사랑(?) 같은 분위기가 드는데, 실제로는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수레탄제갈공명
22.12.20
사실상 일본 한국 두 국가 다 이어진 전쟁으로 국교는 단절되어있다시피했고 가족 모두 재회를 위해 힘쓰는 상황에서 후배에게 사기를 당해 이중섭 화가와 아내분까지 모두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하네요... 아내분도 아이들을 위해서 그나마 연고가 있어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친정에서 지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데미소다 글쓴이
22.12.21
제가 찾아본 자료에는 받은 편지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편지 내용에서 보면 받은 편지도 많았을 걸로 추정돼요. 그림에 필요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거나 답장 잘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답니다.
데미소다 글쓴이
22.12.21
참고로 마사코이자 이남덕 여사는 이번 년 여름 101세의 나이로 타계하셨답니다. 인터뷰를 했는데 이중섭에 대해 사랑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하셨다고 하네요 :)
셀프놀래미
22.12.21
오 감사합니다,,친절한 애프터서비스까지ㅣ..!
절절한 사랑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네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데미소다
말랑침덩이
22.12.20
오... 소인 금월 초에 《이건희컬렉션:이종섭》에 다녀왔소이다... 그에 영감을 받아 팬아트를 제작하였는데, 이 글을 보니 너무 반가운게 아니겠소? 천천히 읽어보겠소이다.
고양이사진내놔
22.12.20
그림만 알지 작가님의 인생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었는데 시대적으로 보편적이면서도 예술적으로 특별한 슬픔을 가진 생을 사셨군요..
미안합니다만죽어주시렵니까
22.12.20
일본을 갔으면 됐잖아 ㅠㅠㅠ
데미소다 글쓴이
22.12.21
이중섭 본인도 자신은 조선이 낳은 화가이다. 라고 할 정도로 민족의식이 투철하기도 하셨어요. 그래서 그림의 소재를 우리나라에서 얻기도 했고, 또 궁핍했던 처지, 국내외 상황 등등.. 나가기 힘든 상황이 겹쳐 못가지 않았을까.. 추정됩니다ㅠㅠ
기미준
22.12.20
훌쩍. 국어 시간에 이중섭 작가의 그림을 바탕으로 한 시를 공부하며 백 스토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아이들한테 보낸 편지까지 읽으니 너무너무 슬프네요
은혜갚은히피
22.12.20
편지가 너무 슬퍼요
곳간털린다람쥐
22.12.21
안타깝다ㅠㅠ
난고양이
22.12.21
너무 슬프네요.. 이런 정보를 집에서 바로바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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