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침하하 여러분. 축구보는 뇌절오소리입니다. 마침내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마무리됐습니다. 오늘은 곧 사라질 이 게시판에 마지막으로 글을 남겨보려 합니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19일 오전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프랑스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대망의 결승전을 치러 전후반을 2-2로 마친 뒤 연장전도 3-3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어진 승부차기 혈투 끝에 아르헨티나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용.
메시는 이번 월드컵에서 총 7골과 3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결승전에서 메시는 전반전 23분 페널티 킥 선제골로 아르헨티나에 리드를 안겼고 2-2로 팽팽하던 연장전 후반 3분 다시 득점을 추가해 3-2 스코어를 만들었지용.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1번 키커로 나서 실수 없이 골망을 흔들며 아르헨티나의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하드 캐리'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은 많은 논란과 비난 속에 지난 11월 21일 개막했습니다. 개막전은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로 시작했죠.
정말 많은 정치적 이슈, 인권 관련 이슈가 있었던 월드컵이지만, 지극히 스포츠적인 관점에서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난 2018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고 이후에 끊임없이 자신만의 색을 대표팀에 주입하려 노력했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선수 발탁 문제부터 해서 특유의 패스로 풀어나가는 전술까지 전문가, 팬들 중 일부는 ‘이게 월드컵에서도 통하겠느냐’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표했죠.
합당한 비판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아시아 2차 예선,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비교적 약팀(그렇다고 무조건 이긴다는 말은 아닙니다)을 만나 상대했고 월드컵 본선에서는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같은 강팀을 상대해야 했으니까요.
결국 벤투 감독은 16강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지난 11월 2일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안와골절로 쓰러진 손흥민은 ‘마스크맨’으로 돌아왔고 나폴리의 장벽 김민재는 월드 클래스 공격수들을 잘 막아냈습니다. 김민재의 공백을 채워준 권경원 선수도 빼놓을 수 없죠.
마지막 브라질과 16강 경기에서 무너지긴 했지만, 누가 욕하겠습니까. 100% 쏟아낸 선수들인데요.
한국의 여정은 일찍 끝났지만, 월드컵은 계속됐습니다. 자국에서 ‘아보카도’라고 조롱받던 왈리드 레그라기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4개월 만에 스페인, 포르투갈을 꺾고 모로코를 아프리카 역대 최초로 4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루카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를 이끌고 자신의 ‘라스트 댄스’를 성황리에 마쳤죠.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한 크로아티아였지만, 3위 결정전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며 값진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이 대회 최고의 센터백으로 떠오른 ‘크로아티안 마스크맨’ 요슈코 그바르디올도 있죠.
결승전은 그야말로 구세대와 신세대의 진검승부였습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에서 프랑스에 3-4로 패배하면서 탈락의 쓴맛을 봤던 아르헨티나의 리벤지 매치이자 메시의 마지막이 될 월드컵 경기, 또 킬리안 음바페와 친구들의 역사적인 월드컵 2연패 도전이라는 엄청난 스토리가 엮인 결승전이었죠.
경기는 전문 용어로 ‘박터지는’ 매치였습니다. 전반전 메시와 앙헬 디 마리아의 골로 2-0으로 앞서 나갔던 아르헨티나는 쉽게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후반전 디 마리아를 빼주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경기 내내 가장 위협적이었던 디 마리아가 빠지자 프랑스는 비교적 겁없이 공격을 진행했고 아르헨티나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죠.
모든걸 쏟아 부었던 전반전에 비해 후반전은 집중력이 떨어졌고 선수들의 수비 간격이 벌어지면서 음바페에게 연달아 2골을 내주고 맙니다.
여기서부터 드라마의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메시와 음바페는 연장전에 돌입한 뒤에도 각각 1골씩 주고받으며 승부차기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그 결과가 만들어졌죠.

제가 축구를 본격적으로 것은 학생이던 2009년 2010년 언저리입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막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메시와 본격적인 라이벌리가 형성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등번호 13번을 단 박지성 선수가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죠.
그때부터 정말 많은 경기를 봤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박지성 선수가 나섰던 2010-11시즌 맨유와 바르셀로나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2011-12시즌 맨체스터 시티가 QPR을 극적으로 잡아내고 거둔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
‘메취총’이라는 엄청난 장면이 만들어졌던 2014-15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의 맞대결,
수없이 많은 맞대결이 펼쳐진 그 시절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
손흥민 선수가 맨체스터 시티에 멀티 골을 꽂아 넣었던 2018-19 챔피언스리그 8강전 등 대충 떠올려봐도 이정도네요.
그런데 제가 축구를 보기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 흥분하고 긴장하며 재밌게 본 경기는 이번 월드컵 결승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로 많은 스토리가 엮여져 있고 축구 팬이라면 언젠가는 보고 싶었던 메시의 월드컵 우승 장면이 그려진 이번 결승전은 정말…뭐라고 더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경기였습니다.
막 쓰다보니 횡성수설 하게 됐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러분과 함께 축구를 보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축구에 관심을 가져줘 행복했던 월드컵이었습니다. 마침내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메시와 친구들, 정말 맛있는 악역을 해준 프랑스 대표팀에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잉.
저는 닉네임을 바꾸고 일반 개청자 1로 돌아갑니다. 간간히 와서 드립도 치고 뻘글도 쓸겁니다. 흐흐흐,
몸은 고됐지만, 눈과 마음은 정말 즐거웠던 카타르 월드컵,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사진] Getty Images / FIF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