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요 편의상 반말을 쓰걸랑요~
0. 들어가며
가끔 침투부를 보면 침펄풍 아재들이 창작욕을 배출한다고 표현한다. 그런 것처럼 대부분의 00학도들은 가끔씩 자신의 지식방출욕구를 참지 못할 때가있다. 나는 침하하만 보는 아싸고 최근에 많이 노는 친한 친구는 대부분 경제학에는 별 관심이 없어 방출할 곳이 없다ㅠㅠ.
그런데 궤도사령부가 생겼다? 자신의 지식을 방출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경제학 여기 껴도 되냐…
그런데 Number theory 민수님께서 수학글을 꾸준히 올리시는 걸 목격했다. 아ㅋㅋ 그럼 경제학도 응용수학이라 대충 치자고ㅋㅋ

(출처 : 네이버 지식인, 질문자가 아하 짤을 정확히 묘사했다)
암튼간에 누가 나한테 경제학 뭐하는 거임? 이라고 물어보면 이런거한다 저런거 한다 말하지만 요런 재밌는 거도 한다 예시를 들 때 항상 나오는 게 Kenneth Joseph Arrow(1921~2017) 선생님의 불가능성 정리(1951, Impossibility theorem)이다.
이게 재밌는 게 대중적(그리고 정치학적)으로 이 정리의 결과를 해석하면
세상에 완벽한 투표제도는 없는 거잖슴~~~
이다. 물론 이는 경제학자들한테 최우선적으로 중요한 해석도 아니거니와 왜곡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해석하면 관심유발 가능이잖슴~
내가 아는 不 정리는 수학의 괴델 불완전성 정리, 물리학 불확정성 원리 정도이고 후자는 물리학 문외한이라(문송, ㅎㅎ) 대충 뭔 내용인지 들어보기만 했다~ 이말입니다. 근데 경제학에서 Arrow의 불가능성 정리는 위의 두 정리에서만큼의 위상을 갖고 있다.
1. Arrow 선생님에 대하여
먼저 이 정리를 증명하신 Arrow 선생님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이분은 내가 가장 좋아하시는 경제학자 중 한 분이다.

(경제학의 GOAT, Kenneth Joseph Arrow 선생님 1921~2017)
이분은 박사학위로 위에서 말한 불가능성 정리를 증명하셨고 대략 몇년 후 일반균형존재정리라는 걸 증명하셔서 1972년 노벨상을 타신 분이다. 노벨 경제학상은 다른 분야와 다른 재단에서 주고 또 늦게 생기기도 했는데 이분은 이미 생기기 이전부터 1순위로 거론되신 분이고 이후 수십년간 이분이 최연소 수상자셨다(그 후 2019년 뒤폴로 교수님이 경제학상 두 번째 여성 수상자이자 최연소 수상자로 자리매김 했다).
이분은 학부때는 수학을 전공하셨고 이후에 경제학으로 옮기셨는데 재밌는 건 1930 대공황을 겪으셔서였는지 학생 때는 사회주의에 심취해 계셨다고 한다. 이후 경제학을 공부하시면서 사회주의에서 탈출하셨으나 여전히 평균적인 경제학자들보다 상당히 진보적 신념을 갖고 계셨다고…
아무튼 이분의 가장 크게 꼽히는 (위에서 말한) 두 업적은 현재까지도 다양한 분야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거시경제학, 재정학, 매커니즘디자인 등등등…). 특히 일반균형이론과 관련해서는 근대 경제학의 이론적 완결성을 부여했다~극찬을 받는다 이말입니다!(나중에 얘기할진 모르겠는데 뷰티플마인드 주인공인 John Nash는 현대 경제학을 열었다~극찬을 받는다 이말입니다!)
2. 불가능성 정리를 얘기하려면 사회선택이란 게 뭔지부터 정의해야되는데요
사실 경제학이나 수학에 관해 학생들을 몇 번 가르친 적이 있는데(과외형식으로)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입장이었고 본격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이니깐 Statement 자체에 엄청 집착해왔고 뭘 가르치든 정확한 Statement부터 주입시키고 시작하려고 해왔다. 그런데 몇 년 지나고, 특히 과학 강의하시는 궤도님 보니깐 내가 철저히 잘못해왔다는 걸 깨달았잖슴~~

(저를 거쳐간 모든 학생들에게 사죄합니다….)
그래서 일단 최대한 유들유들하게 가보자~ 이말입니다!
사회선택함수라는 건 기본적으로 “함수”이다. 집합론적인 함수란 그냥 우리가 중고딩때부터 배워왔듯 input을 넣으면 output이 나오는 무엇인가이다. 그럼 사회선택함수는? input으로 사회구성원들의 사회적 대안에 대한 선호관계를 받고 output으로는 사회적 대안에 대한 사회의 선호관계를 주는 것이다~ 이말입니다. 맨 처음에 말했듯 이는 “투표제도”로 해석될 수 있는데 마치 우리가 각 후보자에 대해 선호관계를 갖고 투표장에서 투표를 하고 나오면 그 결과로 1등, 2등, 3등…결과값 나오는 것과 같이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이렇게 말하고 넘어가면 섭섭하니 예시를 들어보자. 이 세계에 3명의 투표자 침,펄,풍이 존재하고 후보 TRPG, 월드컵, 먹방이 있다고 하자. 침,펄,풍은 아래와 같이 TRPG, 월드컵, 먹방에 대해 선호관계를 갖고 있다.

(TRPG 그리워잉ㅜㅜ)
그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투표제도 중 하나인 다수결투표제를 생각해보자. 다수결투표제는 각 후보를 1:1로 맞다이시켜 득표수가 많은 애를 더 좋은 애로 뽑는 것이다.
예컨대 TRPG vs 월드컵을 하면 TRPG를 침, 풍이 뽑아 2표, 월드컵을 펄이 뽑아 1표가 나오게 되고 다수결투표제 하에서는 TRPG가 월드컵보다 침,펄,풍으로 이루어진 3인 사회에서는 더 선호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매치 월드컵 vs 먹방, 먹방 vs TRPG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수 있고 우리는 아래와 같은 도식을 얻을 수 있잖슴~~

(PPT로 대충 했다. 투표결과에서 나팔꽃은 벌린쪽으로 더 선호된다는 의미)
자 이제 대충 이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침펄풍의 각 컨텐츠에 대한 선호관계(개인들의 선호관계 프로필)이 input, 다수결투표제도(사회선택함수)가 함수, 투표결과(사회적 선호)가 output이걸랑요~
3. 예시를 통해 배우는 불가능성 정리
그래서 Arrow선생님이 정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5가지 특성을 모두 동시에 만족하는 사회선택함수는 없다
로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깐 우리가 현실적으로 사회선택함수를 투표제도로서 해석하는 경우가 많으니 불가능성 정리는 “완벽한” 투표제도는 없다~로 해석될 수 있다 이말입니다!!
그러한 특성을 대충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합리성 : 개인의 선호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선호는 완비성(completeness)와 이행성(transitivity)를 만족해야 한다. 완비성의 경우 임의의 두 후보자에 대해 사회는 선호관계(누가 더 좋다, 아니면 둘다 동등하다)를 무조건 갖게된다는 뜻이고 이행성은 사회가 대안 x,y,z에 대해 x를 y보다 선호하고 y를 z보다 선호하면 x를 z보다 선호해야한다는 의미이다.
(2) 보편성 : 사회적 대안에 대한 가능한 모든 개인의 선호를 input으로 포괄해야 한다.
(3) 파레토 원칙 : 만약 모든 개인이 x보다 y가 더 좋다고 하면 사회도 x보다 y를 더 좋아해야 한다.
(4) 무관한 대안으로부터의 독립성 : 사회선택함수의 두 input에 대하여 만약 사회적 대안 x와 y에 대해 개인들의 선호가 동일하다면 output인 사회적 선호에 대해 x와 y 사이의 선호관계가 같아야 한다.
(5) 비독재성 : 독재자가 존재해서 그 사람의 선호가 사회의 선호를 결정해서는 안된다.
Arrow의 불가능성 정리를 처음 접하는데 위만 보고 뭔 소린지 완벽히 이해가 된다면 대학원에 가자

(후우…000 000 00 00…)
아무튼 예시로 보면 후딱후딱 이해가 된다. 먼저 Section2에서 보았던 예시와 다수결투표제도 그림을 다시 소환해보자

투표 결과에 따르면 TRPG가 월드컵보다 사회적으로 더 좋고, 월드컵이 먹방보다 더 좋고, 먹방이 TRPG보다 더 좋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면 (대충 표기를 남용했을 때) TRPG>월드컵>먹방>TRPG>월드컵>먹방>… 과 같은 영원한 순환고리가 만들어져 벌임…그리고 중요한 건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뭐가 사회적으로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지 알 수가 없잖슴~~
이러한 현상을 다수결의 모순(혹은 콩도르세(Condorcet)의 역설)이라고 말하며 Arrow의 불가능성 정리가 나오기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왔던 것이었다~이말입니다! Arrow의 불가능성 정리에서는 1번 조건인 합리성(중 이행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예시이기도 하다.
그럼 다른 예시를 하나만 더 들어보자. 현대 간접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최다득표제, 즉 투표자 한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후보자를 한 명 뽑고 표를 제일 많이 받은 후보자 순서로 서열을 매기는 투표제를 실시한다(물론 제일 좋아하지 않음에도 차선으로서 뽑아버리는 전략적 투표행위가 있긴 하나 일단 배제하고 생각하자).
이번에도 다수결투표에서 했던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해보자.

침은 TRPG, 펄은 월드컵, 풍은 먹방에 투표하고 결국 각 컨텐츠는 한 표씩 받아 사회적으로는 공동 1등을 하게 된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풍이 병거니우스의 모험에 참여한 뒤 TRPG가 너무 좋아져 TRPG가 1순위, 월드컵은 2순위, 먹방은 3순위로 컨텐츠 선호가 바뀌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최다득표투표제를 실시하면 아래처럼 결과가 나온다.

그러면 다시 투표를 진행한 결과 TRPG가 1등, 월드컵이 2등, 먹방이 3등이 되는 걸 볼 수 있다. 개인의 선호를 잘 보면 침과 펄의 컨텐츠에 대한 선호는 아예 변하지 않았고 풍은 이전과 같이 여전히 TRPG보다 월드컵을 좋아한다. 즉, 개인의 TRPG와 월드컵 사이의 선호관계는 아무도 안바뀐 거잖슴~~그런데 사회적으로는 원래 TRPG와 월드컵이 동등했다가 TRPG가 월드컵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되어버렸잖슴~~ 이게 바로 애로우의 조건인 4번, 무관한 대안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어긴 사회선택함수인 거시다~ 풍의 선호가 바뀌기 전후를 생각해보면 오직 먹방과 다른 컨텐츠 간의 선호만이 바뀌었을 뿐인데 놀랍게도 투표 결과는 TRPG와 월드컵 간의 순위도 바뀌어벌임…
4. Statement를 감상하자
위에서 간단하게 설명하고 예시도 들었지만 좀 더 정확한 Statement는 다음과 같다.
X를 사회적 대안의 집합이라고 하자. 그리고 사회구성원이 3명 이상이라고 하자. 그러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사회선택함수 f는 존재하지 않는다(혹은 위의 4가지를 만족하면 5번을 만족시킬 수 없다).
(1) 합리성 : 사회선택함수 공역의 원소인 사회선호는 항상 완비성과 이행성을 만족시킨다.
(2) 보편성 : 사회선택함수 정의역의 원소는 X에 대한 개인들의 모든 (완비성과 이행성을 만족하는)선호관계를 담고 있어야 한다.
(3) 파레토 원칙 : 사회적 대안의 집합 X안의 임의의 원소 x, y에 대해, 모든 개인의 선호가 x>y(x가 y보다 선호)되는 선호프로필을 사회선택함수에 입력했을시 뱉어내진 사회선호도 x>y이어야 한다.
(4) 무관한 대안으로부터의 독립성 : A, B를 X의 원소에 대한 개인들의 선호프로필이라고 하자. X안의 x,y에 대해 A프로필에서 각 개인의 x와 y간 관계와 B프로필에서 각 개인의 x와 y간 관계가 일치한다면 A와 B를 각각 사회선택함수에 입력했을 때 나오는 사회선호관계에서도 x와 y간 관계가 일치해야 한다.
(5) 비독재성 : 다음과 같은 독재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s.t. 독재자가 x>y인 선호프로필을 사회선택함수에 입력하면 뱉어내진 사회적 선호는 x>y가 된다.
Arrow선생님의 최초의 증명은 꽤나 길었다고 한다(보진 않고 듣기만 함ㅋㅋ). 그러나 오늘날 널리 읽히는 증명은 꽤나 간단하고 어려운 수학적 정리는 전혀 쓰이지도 않아 수학, 경제학적 논리에 익숙하기만 하다면 독파해낼 수 있다. 길이도 2~3페이지 정도로 단순화되었다! 듣기로는 수학계 거물이신 Terence Tao 선생님도 심심풀이로 한 번 증명하셨다고 한다. 미시경제학 대학원 기본교재에 보통 수록되어있으니 흥미있다면 잘 찾아서 읽어보시길 추천하잖슴~~
5. 마치며
오랜만에 지식방출욕을 해소했더니 현타가 씨게 온다. 이제 다시 할일 하러 갑니다잉

(현타가 씨게 온 모습이다)
와 침하하! 감사하다 이마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