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보내 보려다 침하하에 씁니다.
대학시절 학교 근처 원룸에서 지낸 적이 있었는데요 원래는 통학을 해도 됐었는데 자취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혼자 산다는 것이 경제적인 부담을 부모님께 더 드리는 거 같아 포기했다가 보증금 없이 월 15에 전기 인터넷 수도 등 공과금 무료 가격이 매우 싼 원룸이 있다고 해서 통학 시간이 아깝다는 + 차비랑 별 차이도 안 난다는 핑계로 첫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건물은 단층에 고시원 같은 구조로 복도가 길게 나 있고 방문만 좌우로 나란히 나 있었는데 싼 원룸이 과 내 소문이 금세 퍼져 과 동기 후배들이 엄청 들어와 만실이 되었고 어느새 기숙사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가운데 복도도 실내화를 신고 지내자 청소하는 날도 정해놓고 자치구역으로 만들어 갔고 장도 함께 봐서 나누거나 함께 식사하는 등 꽤 괜찮은 공동체 생활을 해 나갔는데 주인 할머니도 그 모습을 보며 뿌듯해 김치 무상 제공을 약속하시는 등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이 모여 살다 보니 잦은 파티가 벌어졌는데요..
유독 제 방이 메인 스테이지가 되었습니다.. 싼 원룸이긴 하지만 2인 1실로 사용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저는 1인 1실이었고 파티 비용이 각출이었는데 파티룸 제공자는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암묵적 룰 & 남은 전리품들은 방주인의 것이라는 보상이 있었거든요.. 당시 그래도 경제적으로 쪼들리던 저로서는 괜찮은 조건이었습니다..
그런 생활이 이어질수록 이제 제 방에는 저도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요 .. 선천적 아싸인 저도 이제 낯선 이가 익숙해져갈 무렵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저는 사실 술을 마시지 않는데요… 그래서 파티 초반에는 음식물 섭취를 위해 술판에 끼어 있다가 술판이 길어지면 슬쩍 일어나 피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개인적으로 할 일을 했습니다. .. 주변에서도 이제 그러려니 하고 알아서 잘 놀았고요.. 그날도 배를 채운 후 피씨 앞에 앉아 한참 게임을 했습니다.. 어느새 새벽 한두 명이 살아남아 조잘 거리더니 어느새 그마저 사라지고 조용해져서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친구들은 테트리스 하듯 서로 엉켜서 잠이 들어 있었고 그날따라 사람도 유독 많아 내가 누울 자리도 없겠는데? 싶더라고요 골치 아프게 됐다 싶어 어쩌나 잠시 고민하다가 당시 흡연자였기 때문에 담배를 하나 피우면서 생각해 보자 싶어 일어나려는데.. 한 명이 잠들지 않고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모르는 녀석이었습니다.. "담배 피우러 나갈 건데? 너도 나갈래?”
나름 최대한 자연스럽게 물어봤는데.. 그저 제 쪽을 뚫어져라 쳐다볼 뿐 대답이 없었습니다..
약간의 정적 후 눈을 뜬 채로 눈알만 반대편으로 굴라더군요…
괜히 약이 올라서 야 씹냐? 하면서 옆에 있던 소주 병뚜껑을 휙 던졌고.. 우습게도 그 아이 뺨에 챡~ 하고 달라붙었습니다..
빵 터져서 웃었는데…
반대편으로 돌아간 눈알이 순간 다시 제 쪽으로 휙 돌아오더라고요..
순간 쫄아 버렸고 “아 미안 괜찮냐?” 하고 말을 붙였는데..
역시나 대답은 없고.. 머쓱해진 저는 “안 피울 거면 혼자 나간다?”
하고 몸을 일으키는데 괴상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정되어 있던 눈알이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그 당시 제 눈앞에는 이미 10명 가까운 친구들 + 밝은 전깃불 등으로 공포심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별 주사가 다 있구나.. 싶어 방을 나선 순간..
“야이 개xxxxxxx 야!!!!!!!!!”
하고 소리를 빽 지르는 걸 듣고 깜짝 놀라 다시 방으로 들어왔고 그 녀석을 봤는데.. 눈을 감고 다시 잠들어 있더군요..
아 진짜 별 개 진상이 다 있구나.. 다음부터 쟤는 오지 말라고 해야겠다.. 싶어 나가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그날은 그대로 밤새 게임을 했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하나둘씩 친구들이 깨어났고 먼저 깬 애들과 같이 방도 치우고 갈 사람 가고 사람 수도 점점 줄어 그제야 나도 좀 자야겠다 싶어 자리를 잡았는데 마침 어제 진상 녀석이 눈을 뜨더군요…
잘 걸렸다 싶어 다시 몸을 일으켜서는 남아있던 친구들한테 어제 얘가 어땠는지 폭로를 시작했고.. 그 친구는 그게 진짜였어? 이런 식으로 연기톤으로 시치미를 떼더라고요.. 그래서 몰이를 시작하려는 찰나..
어제 말이야.. (*이제부터 그 친구 시점입니다..)
어제는 나도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일찍 잠들었다.. 눈을 떠보니 다들 이미 누워 있었고.. 불이 밝아 누가 불 좀 꺼줬으면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봤는데 컴퓨터를 하고 있던 내 뒷모습이 보였다..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았고 이게 술 때문인지 뭔지 감도 안 잡혔다 그렇게 눈알만 굴리고 있는데 컴퓨터를 하고 있던 내 책상 발 넣는 부분 그늘에 웬 여자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딱 봐도 귀신.. 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눈을 감고 싶었는데 감아지질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는데 그대로 얼마의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용기를 내서 다시 한번 내 쪽을 봤는데 마침 너도 날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약간의 안도를 할 찰나..
"담배 피우러 나갈 건데? 너도 나갈래?” 니가 물었고 뭐라도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순간 책상 밑에 있던 여자가 그제야 나를 의식한 듯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눈알을 반대편으로 돌릴 수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온다.. 온다..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그 순간 빰에 뭐가 닿는 느낌에 놀라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그 여자 얼굴은 내 코앞까지 와 있었고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그 괴기스러운 얼굴을 마냥 보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눈알이라도 다시 돌려보려 했지만 이젠 그 얼굴은 재밌다는 듯 내 눈알이 가는 쪽으로 따라다니면 얼굴을 바짝 붙이고 있었고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너에게 제발 나 좀 어떻게 해줘라는 간절하게 빌고 있었다..
그런데 니가 휙 나가버리는 게 보였고 그렇게 가버리는 니가 원망스러워서 욕을 빽 하고 나서야 기절을 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야 그 모든 행동들이 하나하나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한동안 친구들을 부르지 않으려던 나의 계획도 변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대한 혼자 있지 않으려고 했고.. 방학 때 방을 뺀 후로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