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티타늄 맨 입니다.
오늘은 의자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허먼 밀러의 에어론 이라는 의자를 대략 8년 전부터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처음 접했던 허먼밀러의 이미지는 매우 비싼 명품 의자 였습니다.
어떻게 생긴건지 보지도 않았고, 인터넷에서 가격만 봤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침착맨님의 영상 ‘의자 삽니다’에서 그 허멍밀러의 모습을 처음으로 봤습니다.
명품이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한 외관. 이딴게… 300만원?
그런데 여기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명품" 이라기에는 너무 평범한 사무용 의자
"명품" 다운 특성이 전혀 없는 의자
그렇다면 혹시..? 라는 생각에 지난주 강남에 허멍밀러를 앉아볼 수 있는곳에 가봤습니다.
살 생각은 전혀 없었고, 어떤 의자인지 너무나 궁금해 앉아보기나 하려는 마음이었습니다.
10년 전 수술 후 거동이 많이 불편하여 의자나 침구류를 알아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침구류는 꽤 괜찮은 물건을 알게되어 여태까지 애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자 같은 경우는 정말 수 많은 의자를 앉아보았지만 만족스러운 의자는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 저의 마음속에서는 ‘의자따위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어마무시한 가격대의 의자를 앉아본건 아니고, 가구단지에 가서 그곳에 전시되어있는 수많은 의자들을 앉아보았던 것이지만요. 제 기억으로는 가장 비싼게 80만원 정도 였던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건, 의자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이지 못한 이미지를 갖고있던 제가 허멍밀러에게 "의자따위가 감히 날 어떻게 할수 있을것같아?" 라는 마음으로 찾아갔습니다.
침착맨님의 영상에 다른 후기들에는 이런 말 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앉았을 때 그렇게 편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이 의자는 자세교정에 의미가 더 있는 의자이다.’
‘이 의자는 있을땐 모르지만 난자리가 티가난다.’
등등 "그렇게 까지 편하지는 않다" 라는게 중론이었던것 같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접한 허멍밀러 전시장.
처음 의자에 앉자마자 저는 강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편하다... 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의자는 편함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이 의자는 사실 의자가 아니지 않을까?
혹시 이건 진통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의자에 앉자마자 놀라울만큼 허리통증이 괜찮아졌습니다.
저의 가장 편한 상태는 아무래도 누워있는 상태입니다.
누워있을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고,
집에있는 소파에 앉아있을때 두번째로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허먼밀러는 침대와 소파 사이의 편안함이라고 느껴질정도로
상식적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편안함 이었습니다.
등받이의 매시 소재와 뒤에 붙어있는 지지대가 허리를 살짝 들어올려주어 중력과의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중력을 상쇄시켜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척추를 무중력 상태로 만들어주는 감각이 들었습니다.
앞전에 말한 걸 약간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저의 가장 편한 상태는 "물에 누워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어렸을적부터 수영을 잘했기 때문에, 물과는 굉장히 친한 상황이고
바다건 강이건 계곡이건 잔잔한 물이라면 어떤 물이건 누워있을 수 있습니다.
허멍밀러에 앉은 순간 물에 누웠을 때 처럼 척추의 부담이 확연히 줄어듦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과 동시에 왜 다른사람들은 이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아마도 저와 다른분들은 평소 척추를 그렇게까지 의식하지 않아서 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치 팔이 멀쩡한 사람이 쿠션위에 팔을 올려놓아도 이게 그렇게까지 편한가? 싶겠지만, 팔이부러진 사람이 쿠션위에 팔을 올려놓으면 편한 것과 같은,
그런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모든 척추 환자가 이 의자를 앉아야한다! 라고 하는건 아닙니다.
그치만 저와 같은 사람에게 허멍밀러는 과연 이게 의자인가 싶을 정도로 미스테리한 물건입니다.
미친 가격은 외관과 전혀 상관없는 순수 100퍼센트 실용성에서 오는 미친 기술력의 가격이었던 것입니다.
이정도의 기술이라면 절대 저가격이 비싸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구원과도 같은 의자입니다.
수술 후 저는 상실만을 경험합니다.
이것도 할 수 없어지고 저것도 할 수 없어지고 잃어가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허멍밀러는 처음으로 저에게 무언가를 주었습니다.
편안하게 앉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라는걸 주었습니다.
허멍밀러는 단순히 의자가 아니라
의자모양의 진통제,
의자모양의 의료기기,
라고 생각 됩니다.
허리가 불편하여 앉는게 힘드신분들 꼭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자리에서 바로 결제를 했습니다.
2년인가 3년인가 들었던 적금이 곧 만기가 되어서 약간이나마 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의 소득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가격의 의자였지만 저에게 있어서 책정된 가격보다 의자의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이 되었습니다.
만약 저를 수술한 교수님이 이 의자를 알고, 12년전에 이의자를 앉아보기를 추천해주셨으면 좋았었을 것 같습니다.
12년전에 이 의자를 알았다면 내 12년이 조금은 더 살만 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되어 감사합니다.
가장 힘든시기에 주어진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돈내산입니다)
그리고 이 의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신 침착맨님께 감사드리며,
사실상 이 의자는 침착맨님 때문에 산것이므로
허멍밀러는 어서 침착맨님에게 광고료를 집행하시길 바랍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위에 조금 드라마틱하게 말하긴 했지만
저에게도 좋은일도 있었고, 좋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와이프가 저를 지금까지 살게했다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리고 저도 와이프를 살게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음엔 그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픈 두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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