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침디
직접 구매한 드레스를 입고 결혼을 했다며 11마존에서 마샬 스피커를 결혼 선물로 받았던 청자입니다.
그 마샬 스피커는 이제 신생아의 수면을 돕는 백색소음기로 사용되고 있네요ㅎㅎ
올 3월 임신 사실을 알고 올해를 임신과 출산으로 꽉 채우게 되었습니다.
방장의 생방으로 태교를 했던 아기라 꼭 침하하에 감사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이런 한 해는 또 없을 것 같아 저를 위한 기록처럼 사연을 써봅니다.
30대 중반이 되니 겪고 싶지 않은 것, 피하고 싶은 것을 조금은 피해가며 살 수 있었는데
임신과 출산 과정은 그렇게 안되더라구요. 제가 선택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뱃속의 아이가 건강하게 있는지 알 수 없었고,
태동을 느끼며 아이의 안녕을 가늠할 수 있을 땐 발로 뻥뻥 차는 이 녀석 덕분에 좋아하던 운전을 쉬었고,
수술이 너무 무서워 자연 분만을 하고 싶었지만 예정일을 넘겨도 나올 생각을 않는 아기 덕분에
너무 두려웠던 수술을 통해 아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기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수술 시간 동안
피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어떤 극복의 경험을 했습니다.
그 시간 끝에 들은 아기의 울음 소리는 너무 예뻤습니다.
그리고 수술의 흔적을 보며 우리 아기를 만나는데 이 정도 상처가 남는다면, 이것도 괜찮다는 꽤 엄마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 후 저는 천국이라던 조리원에서 굉장한 산후우울감과 만나게 됩니다.
모든 과정을 함께 해 준 남편이 먼저 일상으로 돌아간 그 날 밤
우리 앞에 놓여진 막대한 책임감에 짓눌리고,
평범했던 내 삶과 우리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미쳐버릴 것 같은 우울감에 휩싸였습니다.
남편이 나가 오히려 넓어진 방에서 저는 숨이 안쉬어지는 첫 공황증세를 겪게 되었어요.
너무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과와 모유수유에 대한 책임감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산후조리는 할 수가 없더라구요ㅎㅎ
다행히도 저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도와준 다정한 남편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산모들, 이 시기를 먼저 지나간 친구들 덕분에 조금씩 나아졌고,
지옥같던 시간을 지나 아기와 함께 집에 온 날 부터 저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제야 예쁜 아기의 모습이 더 자세히 보이고 아빠가 된 남편의 모습이 또 귀여워서 행복합니다.
아기와 함께 보내는 24시간이 지금도 정신이 끼릭까락 하는 수면부족의 연속이지만
우리를 반반 닮은 이 존재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 덕분에 간간히 웃어가며 부모가 되어감을 느낍니다.
저는 아기를 낳으면 엄마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아이의 성장과 함께 저도 같이 엄마가 되어가는 거 였네요.
출산 전 마지막으로 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래서 니네 어떻게 살건데’ 에서 마음에 남은 단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멋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내가 불에 타는 미래를 안다해도 그 길을 선택하는 엄마의 마음.
지금은 감히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건프라를 좋아하는 아빠 덕에
‘건’강하고 ‘담’담하게 잘 크라는 태명을 붙였던 우리 담이.
침하하 이모 삼촌들에게 인사를 올립니다ㅎㅎ
12월 4일, 제 생일(방장 생일 이브)에 아이는 태어난지 29일이 되고 곧 신생아를 졸업하네요.
항상 저에게 힘이 되어주는 남편이 휴가를 내서 함께 출생신고를 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좀 더 마음이 단단한 엄마로 새로 태어나는 생일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이 시기를 지나 아이를 키우신 모든 부모님들을 존경합니다.
이 연약한 신생아 시기를 지나 오늘을 살아낸 여러분은 대단합니다.
그리고 저도 잘 해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