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공간에서 대화로 이끌어가는 영화들 모음
다른 횐님이 맨프롬어스 추천하신 거 보고 생각나서 쓰는 글
12인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an, 1957)
뭐? 1957년 영화? 고전영화? 흑백영화? 라며 뒷걸음질 치려는 횐님이 계신다면 당장 멈춰!
이 분야의 근본과도 같은 명작 오브 명작 중 하나입니다.
한 소년이 아버지를 칼로 살해한 사건을 두고 12명의 배심원단이 만장일치 합의를 위한 논쟁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게 답니다. 영화는 약 90분 내내 좁은 배심원실 안에서의 끊임없는 대화만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재밌어요!
비록 법정물(?)이지만 어려운 용어가 나온다거나 법적인 지식이 필요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훌륭한 메세지를 담고 있지만 지나치게 교조적이라든가 억지스럽게 교훈을 들이밀지 않는다는 점도 좋아요.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인간군상들을 압축해둔 것 같은 열두 사람이 화를 내고 설득하고 수긍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맨 프럼 어스 (The Man From Earth, 2007)
추천글이 침하하에 올라갔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요.
이야기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는 후반부는 갈수록 마치 액션영화를 보는 것처럼 입틀막 하고 봤던 기억이 있네요.
대학살의 신 (Carnage, 2011)
앞선 두 영화보다는 가볍고 또 활기찬 영화입니다.
한 아이가 친구와 다투던 중 다른 아이의 앞니를 부러트립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부부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아이들 싸움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모인 네 명의 어른들이 펼치는 개싸움 현장!
포스터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시나요?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크리스토프 발츠, 존 C. 라일리…!
이런 배우들 4명을 집 하나에 몰아넣고 러닝타임 내내 투닥거리게 시켰으니 일단 연기가 끝내줍니다.
처음엔 체면 차리며 하하호호 하던 으른들이 순조롭게 난장판으로 향하는 모습이 정말 재밌어요.
완벽한 타인 (2018)

이번엔 가장 최신 영화이자 한국 영화입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네 사람이 오랜만에 부부동반 모임을 가집니다.
네 쌍의 부부가 식탁에 둘러앉고 한 사람이 재밌는 게임을 제한합니다.
모두 핸드폰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저녁을 먹는 동안 핸드폰에 오는 모든 전화, 문자, 이메일 등등을 공유하는 거예요.
이들의 저녁식사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여러 쌍의 부부가 나온다는 점이나 사회적 가면 속의 추한 면들을 까발린다는 점에서
대학살의 신과 조금 결이 비슷하기도 합니다. 다만 조금 더 한국적이고 덜 발랄한 느낌?
역시나 너무나 훌륭한 배우들이 가득 나오고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중간 중간 회상씬 같은 것들이 있어서
완전히 한 공간만을 찍은 영화는 아니긴 합니다. 그래도 저녁식사 자리를 중심으로 주로 집 내부의 상황으로 스토리가 흘러갑니다.
횐님들은 이런 게임을 하자고 하면 어떠세요? 일단 영화 속에선 아주 골때립니다.
보다 보면 아니 왜 저런 걸 해서 이 난리를 만드냐?? 싶기도 하고 아니 근데! 저렇게 해서라도 까발려진 게 다행인가?? 싶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명작은 아니지만 시간 아까울 일은 없는 영화였습니다.
저가요.. 영화 좋아하는데 늘 귀찮아서 게시판에 글은 안썼는데요..
이렇게 쓰다보니 재밌네요. 다음에도 뭔가 키워드를 정해서 여러 영화를 묶어 추천하면 재밌을지도?
암튼 이런 류의 영화들,
제가 떠올리지 못한 영화도 있을 테고 아직 못 본 영화도 있을 텐데 댓글로 더 추천해주면 너무 고마워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