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갓동님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6일 오전 4시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브라질과 맞대결을 펼쳐 1-4로 패배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8강 진출에 실패, 카타르 월드컵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11월 25일 우루과이와 치른 첫 경기부터 브라질과 16강 맞대결까지 12일이 쏜살같이 지나갔네요. 정신 없는 2주였습니다.
대표팀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8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고 이후에 끊임없이 자신만의 색을 대표팀에 주입하려 노력했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선수 발탁 문제부터 해서 특유의 패스로 풀어나가는 전술까지 전문가, 팬들 중 일부는 ‘이게 월드컵에서도 통하겠느냐’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표했죠.
합당한 비판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아시아 2차 예선,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비교적 약팀(그렇다고 무조건 이긴다는 말은 아닙니다)을 만나 상대했고 월드컵 본선에서는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같은 강팀을 상대해야 했으니까요.
결국 벤투 감독은 16강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무너지긴 했지만, 누가 욕하겠습니까. 100% 쏟아낸 선수들인데요.
한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일정은 여기서 멈추지만, 한국 축구가 멈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국 축구는 이제 다시 앞을 볼 차례입니다. 윤하님의 노래 ‘오르트 구름’에 나오는 가사처럼 숨 한 번 고르고 이어가야죠.
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을 기점으로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대한민국 축구의 근본, 뿌리는 K리그에 있습니다. 지난 1983년 ‘슈퍼리그’라는 명칭으로 등장한 한국 프로축구 K리그는 AFC 챔피언스리그(아시아축구연맹 주관 대회로 아시아대륙 클럽 대항전, UEFA 챔피언스리그 생각하면 쉽습니다) 최다 우승이라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리그입니다.
지난 11월 21일 한국여론평판연구소에서 진행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 설문 조사에서 축구는 29.7%로 1위를 차지합니다. 2위 야구는 19.1%였죠.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프로 구단 순위는 조금 달랐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기아 타이거즈가 각각 7.5%, 7.3%로 1, 2위에 올랐으며 3위에는 토트넘 홋스퍼가 6.8%로 기록됐습니다. 그 뒤로는 롯데 자이언츠, SSG 랜더스,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등이 선정됐습니다. 전북 현대 모터스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선정된 K리그 구단이에요.
K리그1에는 총 12개의 팀이 있습니다. K리그2에는 11개 팀이 있으며 다음 시즌 천안시축구단이 새롭게 합류해 12개 팀이 됩니다.
저는 대학생때부터 K리그 직관을 즐겼습니다만, 기자가 된 후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한 달에 2~3번 정도 K리그 현장 취재를 나갑니다. 갈때마다 생각보다 관중석에 사람이 많아서 놀라요. ‘아 아무도 안 본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많이들 찾아오는구나’ 솔직히 놀랐습니다.
경기 자체도 재미있습니다. K리그 재미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유럽 축구도 매 경기 재밌는건 아니잖아요.
앞서 놀랐다고 했지만, 월드컵이 시작하고 다시 놀랐습니다. K리그 최고의 미남 스타, 게다가 득점왕을 수상하기까지 한 조규성 선수가 뒤늦게 화제가 되더라구요. 띵 했습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은, 절대로 “나는 K리그 챙겨 본다. 안 보는 너네는 뭐냐”라는 선민의식 비슷한 걸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현대 프로 스포츠는 순전히 고객의 니즈에 따라 반응하는 일종의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기가 많으면 보지 말라고 해도 팬들은 선택하겠죠. 그만큼 자본 유입이 커지고 인프라, 유소년 선수 육성 등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돈이 많아집니다. 반대라면 점점 쪼그라들죠.
당장에 옆에 일본 J리그만 살펴봐도 비교가 한 눈에 됩니다. J리그는 지난 2016년 스포츠 스트리밍 사이트 DAZN(다즌)과 10년 동안 2,100억 엔(한화 약 2조 1,000억 원) 중계권 계약을 맺었습니다. 적어도 10년은 국민들의 관심이 지속될 것을 자신한 것이죠. 실제로 일본의 구장을 찾는 관중은 정말 많습니다.
2022년 K리그 평균 관중은 4,804명입니다. 반면 J리그의 평균 관중은 꾸준히 증가해 2019년 20,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체급 차이가 큽니다.
자연스럽게 J리그는 해외 스타 중 말년을 보내는 선수, 이를테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라든가, 페르난도 토레스같은 선수를 영입하기도 합니다. 유소년 축구 인프라에 투자하는 금액도 커지고 선수들은 해외로 나갈 기회가 더 많아졌죠.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은 최종 엔트리 26명 중 20명을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스페인, 독일을 모두 제압하고 조 1위로 16강에 오르죠.
저는 이게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0년 전부터 끊임없이 발전을 도모했던 일본입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아시아 최종예선 경질설에 휘말리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끝내 준비했던 축구를 했어요.
한국 축구는 16강에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이번 16강은 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과를 낸 것이라고 봐요.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한국은 고개를 들어 2023 아시안컵, 더 멀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K리그는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K리그를 많이 보라! 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요. 그 누구도 말이죠.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 차원에서 더 파격적이고 화끈한 마케팅, 관중을 끌어 모을만한 아이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말했습니다. “한국인은 축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기는 걸 좋아한다.”
“이기려면 축구를 좋아하고 즐겨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축구를 잘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앞뒤가 바뀌어 있다.”
“매년 4년 월드컵에서 기쁨을 느끼고 싶다면 축구를 좋아해야 한다. 축구의 흥미를 알려줄 제도적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월드컵 여정은 끝났습니다. 다들 새벽까지 응원하시고 함께 안타까워 해주시고, 또 즐겨주셔서 저도 더 즐겁게 한국을 응원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안 한 가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모두 아님 하고싶은 사람만 하시면 됨) 우리 지역에 무슨 팀이 있는지, 지난 시즌에 몇위를 했는지 한번 찾아보는거 어떨까요?
“우리 지역에 사는 청년이 다른 동네 선수와 한판 붙는거, 구경 가볼까?” 라는 마음으로 나들이 다녀와도 좋구요.
치열한 리그 경쟁 속에서 무슨 이야기 거리가 나왔고 어떤 감동적인 스토리가 나왔는지 살짝 맛만 한번 보는거죠. K리그 경기장에 가시면요 선수와 직접 이야기할 기회도 (드물지만) 있구요 직접 선물 전달하면 기억도 해줍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훈훈함이 섞여 있어요.
K리그는 J리그에 앞질러질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K리그 관심이 저조한 상황에서도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어요.
씁쓸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K리그에 대한 관심, 인프라와 유소년 투자가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얼마나 강력해질지 기대도 되는 대회였습니다.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쉬었다가 다른 나라 경기 공부하러 가겠습니다. 횐님들 사랑해잉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명단
GK : 김승규(알 샤밥) 조현우(울산) 송범근(전북)
DF : 김민재(나폴리) 김영권(울산) 권경원(감바 오사카) 조유민(대전) 김문환(전북) 윤종규(FC서울) 김태환(울산) 김진수(전북) 홍철(대구) 박지수(김천상무)
MF : 정우영(알 사드) 손준호(산둥) 백승호(전북)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이재성(마인츠) 권창훈(김천상무)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이강인(마요르카)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나상호(FC서울) 송민규(전북)
FW : 황의조(올림피아코스) 조규성(전북)
예비 명단 : 오현규(수원삼성)
[사진] Getty Images / 한국프로축구연맹 /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