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오후 한시경, 와이프와 점심을 먹고 있었더랬다.
20분쯤 먹고 있었나? 웬 남정네 셋이 식당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런가보다 하고 계속 밥을 먹는데, 그 남정네 셋이
마침 내 시야에 들어오는 자리에 앉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 셋 중 한 명이 유독 덥수룩한 수염을 지니고 있어
아니 저런 게 어울리는 사람이 개방장 말고 몇이나 된다고
저런 과감한 그루밍을 한 것이지? 라고 생각하며 자세히 보니…
어…? 개방장…?
순간 내 두 볼은 여름철 싱그럽게 익은 과실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본 와이프는 "아니 나 만날 땐 고장 한 번 안나던 인간이
남자, 아저씨를 보고 저런다고??" 하며 나를 지탄했지만,
난생 처음 너무나도 상투적이어서 쓰는 것 조차 진부한 표현인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를 직접 체험했다.
개방장을 지근거리에서 목격하게 되자,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것도 실례인 시기가 아닐까?
그래도 내가 살며 내 최애를 만날 날이 또 언제 있을까?
이런 저런 고민 끝에 결국 알은체 하는 것은 포기하였고
이 수줍고 기쁜 내 마음만 전해드리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식당을 나가며, 계산해주시는 직원 분께 조심스레 부탁드렸다.
“저기 계신 신사 분들께, 제로콜라 3잔 부탁 드립니다.”
그러자 센스 있는 직원 분, 이렇게 되물어주셨다.
“무슨 말씀이라도 전해드릴까요?”
나의 무슨 말이라도 부담이 될 수 있을 터,
“아뇨… 아닙니다…”
라고 말씀 드리며, 황급히 그 가게를 빠져나왔다.
방장, 이번은 이렇게 넘어갔지만,
복귀한 뒤 이런 자리가 있게 된다면
오늘 몫까지 사진을 부탁하겠다!
‘그러니,
언제든 돌아오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