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항우
길을 걷다가 공사현장에서 신기한 것을 보았다.
주인공은 일반적인 굴삭기로 공사일에 한창이었다.
굴삭기가 신나게 땅을 파고 있는 걸 보면서 와, 사람이 파면 하루종일 걸릴 것을 저 녀석 하나면 금방이구나. 저 녀석이야말로 일당백, 항우라 할만하다. 다만 남녀 음양의 신비로 태어난 게 아니라 공장에서 쇳가루 튀면서 강철 몸을 가지고 태어났으니 메카항우라 불러야 하겠다. 메카항우의 능숙한 대삽질에 감탄에 또 감탄을 하였다.
사실 여기까지는 새삼 별다른 일도 아닌 일이었다. 길을 지나다 보면 종종 보이는 풍경이니까.
신기한 부분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열심히 땅을 파던 메카항우가 갑자기 손목 부분을 분리시키더니 손을 떨어트리는 게 아닌가.
메카항우야 그러지 말아라. 그러면 너 땅을 못 판다. 네가 땅을 못 파면 많은 사람들이 힘겹게 한 삽 한 삽 퍼날라야 한단 말이다. 내가 음침하게 중얼거리든 말든 툭 떨어져 버린 메카항우의 손은 엎질러버린 물과 같아서 요지부동이었다.
일순간 적막마저 느껴졌던 바로 그 때, 메카항우가 몸을 비틀면서 팔뚝을 움직였다. 팔뚝이 다다른 곳은 굴삭기의 다른 손 후보들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는 땅에 놓여져 있는 다른 손 후보들 근처에서 손목을 몇 번 까딱대더니 알아서 새로운 손을 자기 팔에 끼웠다.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았는데도!
분리시킨 손은 바가지 형태였고 새로 장착한 손은 드릴 형태였다.
새로 장착한 드릴 손이 제대로 붙었는지 끼릭까락 한 번 돌려보고는 곧바로 땅을 지지기 시작한다.
콘크리트와 바위가 사방팔방으로 튄다.
메카항우의 역발석기개세에 산천초목이 놀라고 길바닥 똥파리 정령과 지렁이 정령도 어지럽게 흩어진다.
땅을 죄다 조사놓고는 또다시 능숙하게 바가지 손으로 갈아 끼우는 메카항우.
이제는 불안하지 않다. 저 녀석에게는 이 공사판 집도를 허락해도 되겠다 싶었다.
AI와 안드로이드의 인간세상 침공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우리 인류의 미래는 누리는 삶일까 지배당하는 삶일까.
메카항우만이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