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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항우

침착맨
23.10.12
·
조회 56386

 

 길을 걷다가 공사현장에서 신기한 것을 보았다.

 주인공은 일반적인 굴삭기로 공사일에 한창이었다.

 굴삭기가 신나게 땅을 파고 있는 걸 보면서 와, 사람이 파면 하루종일 걸릴 것을 저 녀석 하나면 금방이구나. 저 녀석이야말로 일당백, 항우라 할만하다. 다만 남녀 음양의 신비로 태어난 게 아니라 공장에서 쇳가루 튀면서 강철 몸을 가지고 태어났으니 메카항우라 불러야 하겠다. 메카항우의 능숙한 대삽질에 감탄에 또 감탄을 하였다.

 사실 여기까지는 새삼 별다른 일도 아닌 일이었다. 길을 지나다 보면 종종 보이는 풍경이니까.

 

 신기한 부분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열심히 땅을 파던 메카항우가 갑자기 손목 부분을 분리시키더니 손을 떨어트리는 게 아닌가.

 메카항우야 그러지 말아라. 그러면 너 땅을 못 판다. 네가 땅을 못 파면 많은 사람들이 힘겹게 한 삽 한 삽 퍼날라야 한단 말이다. 내가 음침하게 중얼거리든 말든 툭 떨어져 버린 메카항우의 손은 엎질러버린 물과 같아서 요지부동이었다.

 

 일순간 적막마저 느껴졌던 바로 그 때, 메카항우가 몸을 비틀면서 팔뚝을 움직였다. 팔뚝이 다다른 곳은 굴삭기의 다른 손 후보들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는 땅에 놓여져 있는 다른 손 후보들 근처에서 손목을 몇 번 까딱대더니 알아서 새로운 손을 자기 팔에 끼웠다.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았는데도!

 분리시킨 손은 바가지 형태였고 새로 장착한 손은 드릴 형태였다.

 새로 장착한 드릴 손이 제대로 붙었는지 끼릭까락 한 번 돌려보고는 곧바로 땅을 지지기 시작한다.

 

 콘크리트와 바위가 사방팔방으로 튄다.

 메카항우의 역발석기개세에 산천초목이 놀라고 길바닥 똥파리 정령과 지렁이 정령도 어지럽게 흩어진다.

 땅을 죄다 조사놓고는 또다시 능숙하게 바가지 손으로 갈아 끼우는 메카항우.

 이제는 불안하지 않다. 저 녀석에게는 이 공사판 집도를 허락해도 되겠다 싶었다.

 

 AI와 안드로이드의 인간세상 침공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우리 인류의 미래는 누리는 삶일까 지배당하는 삶일까.

 메카항우만이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댓글
인저얼미
23.10.12
BEST
메카항우도 남녀음양의 신비로 태어납니다.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7083430791-mn8f4fbolg.jpg
왕왕호들갑
23.10.12
BEST
휴방을 즐기는 거야 아님 심심한 거야ㅋㅋㅋㅋㅋ
쨰꺤듕이
23.10.12
BEST
굴삭기가 땅 파는거 봄 -> 와 사람이 삽질하면 몇 명이 이걸 해야 해 -> 그놈 일당백의 항우와 같구나 -> 하지만 넌 기계덩어리이니 메카항우라 하겠다 -> 아니 손을 스스로 갈아 끼다니..! -> AI와 안드로이드의 침공이 머지 않았구나..
의식의 흐름 미쳤다..
우원박누구냐
23.10.12
BEST
굴착기는 디벨론이죠
어려워서잘풀겠는데요
23.10.12
BEST
알고 보니 누가 더 침하하 많이 받나 경쟁하는 거 아닐까요ㄷㄷ
미노님
23.10.17
작가니깐 글도 쓰고 하는거지 뭘 자꾸 심심하냐고 그래 왜 ㅋㅋㅋ
연탄맛초콜릿
23.10.18
우원박이 열연한 대발이 ppl이 묻은듯한 굴삭기 묘사였습니다
푸른강철
23.10.18
메카항우 아시는구나~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7625506725-3mi9gb531m.jpg
무이비엔
23.10.18
글 진짜 찰지게 잘쓰시네ㅋㅋ
으이구침착해
23.10.19
갑자기 침착맨의 글쓰기 게시판이 안보이는데 저만 그래요?
있잖아요
23.10.21
저도요
생로병건
23.10.22
ㅋㅋㅋㅋ 아 개웃기네
고독한구독자
23.10.31
글 계속 써주세요.... 존경스럽습니다
주말민
23.11.07
기계를 마치 사람처럼 생각한다는 것이 웃기다
이병건강냉이사이에낀김가루
23.11.09
돌아와요 이병거니거ㅣㄴ거니~~~~~~~~~
도누니
23.11.30
이 명문을 다시 못 본다니
ㅇㅇㄱ
23.12.10
글 은제 쓰냐 그때올란다
김어인
24.01.02
침버거
홍첨지
24.02.16
돌려줘 침착맨의 글쓰기 게시판!
JJO2
24.12.25
침착맨의 글쓰기 존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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