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
일 안하고 쉬기 시작한지 일주일.
추석 연휴에 양가 부모님 인사 드리고 배도라운지 두어번 왔다갔다 하다보니 벌써 이렇게 됐다.
남는 시간에는 하스스톤을 주로 했는데 오랜만에 하니까 이거 물건이다.
가히 천재적인 게임이라 볼 수 있다. 하스스톤의 대단한 점을 나열해 보면 이렇다.
첫째, 게임의 심미적 디자인이 기가 막히다.
박스가 열리면서 만들어지는 게임판의 모양과 그 게임판에서 배치되는 카드의 모습,
그리고 각종 전설, 다이아 등등 카드 디자인까지 알이 꽉꽉 차있어 단단한 느낌을 준다.
제철 꽃게도 이정도로 꽉 찰 수 없다.
카드들이 수집품에서는 실제 카드의 형태를 띄다가 게임에 들어가 보드에 깔릴 때에는 동그란 형태로만 남는데,
누가 머리를 썼는지 기발한 방식이다.
직관적으로 필요한 공격력, 체력, 일러스트만 보이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기능들은 마우스를 대보면 알 수 있게 했다.
둘째, 카드의 일러스트가 또한 아름답다.
오랜 세월 동안 구축된 캐릭터 세계관을 기반으로 묵직하고 싱그러운 그림을 보여준다.
그림은 사실 취향의 폭이 커서 공감을 못할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북미 일러스트하면 징그럽다 못해 기괴하고, 기괴하다 못해 악몽에 나올 것 같은 참신한 그림들이 많았는데,
일본의 미형 일러스트를 20여년간 꾸준히 교잡해온 결과 이런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셋째, 기존의 세계관을 비트는 새로운 설정이 재밌다.
기존 워크래프트 정사에 가상의 이벤트나 ‘만약에’ 스토리까지 덧대어 유쾌하게 연출하는 게 하스스톤의 특징인데,
‘대마상시합’에서 등장하는 각종 컨셉의 기사들이나 ‘전설노래자랑’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등 확장팩 하나하나 컨셉이 흥겹다.
나중에는 대가리는 쓰랄인데 몸통은 나가인 ‘프랑켄슈타제로스’같은 확장팩이 나올 수도 있다.
핀리 대가리를 달고 다니는 알렉스트라자, 너무 어썸하다.
넷째, 내가 똑똑한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게 해준다.
기존에도 몇 번 이야기했던 내용인데, 하스스톤은 카드게임이기에 순발력같은 게 별로 필요없다보니까 순수 지능으로 이긴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솔직히 말해서 쉬운 덱을 하면 선택지는 쥐뿔도 없는데 소아 걸음마하듯이 한 발 한 발 카드를 내지르다보면 이기는 상황이 종종 나오고,
그것이 내가 머리를 잘 써서 이겼다는 착각을 만들어 낸다.
물론 진짜 잘하려면 운영을 잘해야 하는 게임은 맞다.
(이 뒤로 엄청 썼는데 10000자 오류 걸려서 다 날아갔다. 긴 글은 복사하면서 쓰세요. 허무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