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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풍 합방 후기.txt

침은이루어진다
23.09.26
·
조회 8587

 

이후 글은 위 방송의 후기입니당.

 


1.
지난 몇 년간 방장의 팬으로 지내면서 여러모로 방장이 부러웠습니다.
느긋함, 여유로움, 어딘가 세상만사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움 같은 건 제가 가진 성질이 아녔거든요.

 

침하하의 침돌이, 침순이들은 아시겠지만 특히 '견적 보고 미치세요' 인터뷰를 보고는
'나와는 정말 다른 사람이다' 싶으면서 적잖은 충격도 먹었습니다.

 

저는 '무작정 열심히'하는 게 답인 줄 알았거든요.
적어도 수능 열심히 치룬 19, 20, 21살에는 그랬어요.

 

 

2.
시간을 좀 빠르게 돌려 20대 중후반부터는 매 해가 보너스 게임 같은 기분이었어요.

 

나쁜 뜻으로요.

 

방장이 언뜻 말한 것처럼 '내가 더 이상 살아야 될 이유가 있나?'란 의문을 지울 수 없었어요.
삶이 우울하고 불안해서 더 이상 지속하지 못 살겠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서 할 게 남았나?'라는 느낌 말이에요.

 

위 의문은 '내가 이 세상에서 뭘 더 해야 하지?'라는 말과도 같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계속 열중하고 싶은 무언가를 갈망했거든요?
근데 찾지 못했어요.
도대체 그게 뭔지 모르겠는 거에요.

 

그 와중에 자기 일을 찾아가고 있는 친구들과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니' 혹은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는 주변 어른들 틈에서
저는 계속 할 말을 잃어갔습니다.

 

 

3.
제 주변 사람들은 제가 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인 줄 아는데 사실 아니에요.
위에서 밝혔든 수능을 세 번이나 봤고, 그 덕에 들어간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탓인 걸 알아요.

 

솔직히 어린 제가 들으면 놀랄 곳에 들어갔습니다.
그건 어찌보면 방장이 매번 말하는 운의 덕이었죠.

 

대입 후에도 참 열심히 했습니다.
공부하고 시험 보는 게 재밌긴 했어요. 
공부하는 가닥이 있었으니 대학교 시험이야 툭 터놓고 말해 못 할 일은 아녔죠.

 

그렇게 살았더니 어느새 졸업하라지 뭐에요..
'아니 나는 준비가 안 됐는데..? 나 뭐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나가?'라는 마음이 컸고,
추가 학기니 뭐니 좀 미루고 싶은 마음이 산더미였는데 누구한테도 말 못했어요.
때 맞춰 나가는 게 답이겠거니 싶어 졸업했습니다.

 

그러곤 그냥 저냥 살다가 회사들 전전긍긍했어요.
가장 최근에 다녔던 곳은 수습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도 실패했습니다.

 

사실 '잘 됐다!'했습니다.
열심히는 했지만 왜 그래야하는 지 스스로 납득하지 못했거든요.

 

 

4.
여기 계신 모두가 방장의 무기한 휴식을 아쉬워하면서도 응원할 줄로 알아요.
저 또한 마찬가지에요.
'쉬다 오면 다시 방송 키겠지'라는 기대보다 
'내가 좋아하는 저 사람이 한숨 돌렸으면 좋겠다'에 가까워요.

 

왜 전무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침착맨이 자기 알을 깨기 시작했다", "이제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한다", "그건 시간이 걸린다" 등등

 

본인은 매번 부정했으나 치열하게 삶을 산 탓에 유예상태로 두었던 자신에 대한 물음에 드디어 한 줄 씩 적어나갈
시간을 갖게 된거라 봐요.

 

기한을 정하지 않아 오히려 좋더라구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인데 "이 때 돌아올게!"라고 약속했다가 괜한 실망을 안길 바에야,
그래서 본인도 아쉬워지는 상황을 만들 바에야,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는 편이 훨씬 건설적이지 않나 싶어요.

 


5.
대충들 눈치채셨겠지만 방장이 갖고 있는 고민이 제 것과 닮은 듯해 길게 늘어놓게 됐습니다.

 

'뭘 해야 되지', '내 쓸모는 뭐지', '하고 싶은 건 대체 어떻게 찾는거야' 등등
거기에 저는 '아, 난 참 애먼 곳으로 돌아오며 내 시간을 버렸구나'라는 후회도 좀 드는데 방장은 어떨 지 모르겠네요.

 

어쩔때는 '신이 정해준 운명을 나는 손 놓고 따르고만 싶다'라고 간절히 바란 적도 있는데,
또 가만히만 있으면 아무 것도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뭐라도 하려니 참 기운도 없고 말이죠. 나 원참~

 

 

6.
이런 말 저런 말 하다보니 글이 꽤 두툼해져버렸네요.
침착맨 팬 커뮤니티에 같이 있는 사람이란 빌미로 제 넋두리 들어달라 호소한 것 같네요(사실 맞음).

 

방황의 터널 중간에 있는 입장이다보니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살게요!'도 '죽고 싶어요'도 아닌 제 인생을 어째야 좋을지 30분만에 알 수 있을리가 없죠.

 

방장도 그럴 것 같습니다.

 

하루 이틀 쉰다고 미래를 어떻게 살면 좋을지 알 수 있을까요.
한달이면 충분할까요?
아니 그런 중차대한 사안을 무슨 보고서 마냥 뚝딱 해결 지으련 마음가짐은 애초에 글러먹었다고 봅니다.

 

방장, 원하는 만큼 쉬세요.
아주 소소하한 맘에 불과한 듯 싶었어도 하고 싶었던 것 다 하시고.

 

딱히 하기 싫은 것도 없다 하셨는데,
하기 싫은 것도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원래 내 일은 코 앞까지 바짝 붙여 놓고 보게 되니
멀찍이 떨어뜨려 놓고,
팔짱도 좀 껴보고,
뭐 이런 저런 참견도 해보고 말이죠.

 

방장, 행복하십쇼.
저는 방장 덕에 아주 행복했습니다.

 

그럼, 비타오스


 

P.S. 턱 수술비는 꼭 받아내겠습니다.
 

태그 :
#침착맨
#침착맨절대지켜
#포토이즘
댓글
무로돌아감
23.09.26
BEST
너무나도 공감되는 내용이 많네요. 써 주신 글 읽으면서 저 역시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맘으로 응원합니다.
오프라인
23.09.26
BEST
턱이 아니라 목이 꺾여 버렸잖슴~
다들 힘내라 이말이야~
빼라리로쉐사줘잉
23.09.26
당신 뭔데.....
넘 따숩잔아...
부럽지가않아
23.09.26
너무 공감입니닷
글 남겨줘서 고맙잔슴~
오프라인
23.09.26
BEST
턱이 아니라 목이 꺾여 버렸잖슴~
다들 힘내라 이말이야~
무로돌아감
23.09.26
BEST
너무나도 공감되는 내용이 많네요. 써 주신 글 읽으면서 저 역시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맘으로 응원합니다.
침착하지못해슬픈아이
23.09.26
저도 마침 그런 시기인데 정말 답이 안보이네요... 그래도 추억으로 돌이켜 볼 미래가 올거라 믿고 있습니다
신이나
23.09.26
이 글을 보니
방장님 서점이든 만화방이든
눈에 띄는 책 한 권씩 닥치는 대로 들어 읽어보시면 변화에 도움이 되실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하루종일 개임하는 거랑 비슷하지만 다른 형태로 신선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뿌앙어앙
23.09.26
많은부분에서 공감하고, 마음을 다잡게 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다들 좋은하루 되세요!
김험블
23.09.26
서점에서 흔히 보이는 성공인생처럼 모두가 똑같이 살 수는 없어요.
많이들 정답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그렇구요.
색마전무
23.09.26
너무 좋은 글이네요.
공자는 사람 나이 50을 지천명이라 불렀습니다. 하늘이 내게 내린 명을 아는 나이라는 의미라고 하더라구요. 이게 어쩌면 '왜 살아야 할지'에 대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옛날의 사람들도 쉰살은 되어서야 '내가 뭘 해야하지?'라는 질문에 간신히 갈피를 잡게 됐던게 아닐까싶습니다. 대부분이 농부고, 지금보다 단순했던 사회구조 속에 살아가던 이들인데도요.
먐뮴밈
23.09.26
솔직하고 좋은 글 고맙습니다. 덕분에 생각도 많아지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방장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작성자님 스스로한테도 해 준다면 어떨까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 보면서요.
덧붙여 오지랖을 좀 부려보자면 ‘이 세상에서 할 게 더 남았나’라는 질문에는 ‘당신은 무얼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냐’라고 답하고 싶어요. 성취는 인생에서 큰 부분이지만 성취하기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아니라면, ‘네, 할 게 남았습니다’라고 말하고도 싶군요. 첼로도 배우고 라틴어도 공부하고 울릉도도 가봅시다.
열중할만한 무언가는 실은 저도 없습니다. 그치만 쓰니님. 다섯시간이 넘는 라이브를 전부 다 시청하고 침하하에 이런 장문의 글을 쓰는 걸 보니, 개방장에게 꽤나 열중하시는 것 같군요!
침운공침운공
23.09.26
방장과 침하하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슈퍼말랑코딱침
23.09.26
좋은글 감사합니다. 같은 고민하고 있어서 위로가 되네요
마곡나룻
23.09.26
침맨의 침소리가 관통했나 봅니다. 방장이 어떤 맘 인진 모르겠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뒤늦은한국인
23.09.26
있잖아요 저도 요즘 이 주제로 가장 측근들에게 징징대거든요? 매번 내가 내 마음을 귀기울여 들으면 답이 있었던 것 같은 삶만 살아오다가 이렇게 갸우뚱하게되는 삶의 한복판에 놓여있자니 당황스럽기도 해요.
그래서 낙관적 허무주의니 뭐니 공부해보아도 도통 모르겠어서 여쭤보는데요
모두 삶의 의미를 찾을 수가 있을까요? 삶의 의미는 뭐죠? 그리고 왜 알 것만 같은데 자꾸 답을 모르겠을까요? 어떻게 사는게 가장 적절할까요?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에이보르
23.09.26
글이 너무 담백하고 좋네용
침착해서감사하다
23.09.26
우리 모두 행복해져요!!!!!!!!!!!!!!!
이병건더기슾
23.09.26
정말 따뜻하고 깊은 글이잖슴~
안그래도 요즘 힘들었는데 횐님덕에 위로가 되잖슴~
우리 같이 행복합시다 *^^*
우원박누구냐고
23.09.26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서스!
말건강하게
23.09.27
글 잘쓰시네요 방장이 꼭 봤으면 좋겠다
이병건식재료
23.09.27
침하하 오백개 누르고 싶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무작정 달려가는 열정이 있었는데 몇 년이나 지났다고 딱히 무언가에 꽂히지도, 파고들 에너지조차 사라져버려서 인생이 무료해요 그나마 침착맨 보면서 실 없이 웃는 게 하루의 루틴이 되고 그냥 저냥 살아가고 있습죠 다들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이는데 모두 행복했음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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