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 1년 전 같은 의료기관에서 허리 시술(신경관 성형술)을 받으신 58세 여자 환자가 좌측 다리의 불편감과 종아리 붓기를 주소로 제 외래에 찾아왔습니다. 좌측 다리가 항상 붓는 느낌이고 종아리 옆으로 통증도 느껴지신다고 했는데요. 저는 과거 의무기록을 살펴보았지만, 시술 전 MRI에서는 요추 3-5번의 경미한 디스크 돌출 외에는 특이 소견이 없었습니다. 시술은 당시 주치의가 잘 해주었는데 환자는 지속적인 신경통을 느끼고 있었어요. 저는 신체 검사를 통해 좌측 ‘궁둥구멍근 증후군’으로 진단 후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를 해주었습니다. 주사 1주일 후 환자는 많이 좋아졌으나 아직 저린감은 있다고 얘기하여, 댁에서 궁둥구멍근 스트레칭을 할 것을 지도함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조금 더 시행하였고, 그 다음 1주일 후 증상이 더 좋아져서 약 처방을 더 받으신 후에는 이제 병원에 안오십니다. 다 나으신 거겠지요?

실제로 환자의 허리 MRI는 비교적 깨끗했다.
1. 왜 '궁둥구멍근'인가?
실제로 의사들은 3가지 용어를 사용합니다.
① 라틴어 기원의 알아듣기 어려운 영문 용어
② 일본 해부학용어의 한글 번역인 한자 용어
③ 대한해부협회를 주체로 만들어 진 한글 용어
예컨대(흐흐) ① piriformis muscle, ② 이상근(梨狀筋), ③ 궁둥구멍근, 이렇게 같은 근육을 말하는 말이 세 가지나 되는 것이죠.

‘배’같이 생겼나요? 저는 좀 아닌 것 같은데…
piriformis의 어원을 살펴 보면 'pear-shaped'라는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서양배 같이 생긴 근육이란 뜻이지요. 물론 이걸 그대로 한자로 번역한 것이 일본에서 들여온 이상근(배나무 梨, 모양 狀)입니다. 현대의학이 일제시대에 국내로 들어와 발전하면서 이런 일본식 한자어가 많이 유입이 되었고, 여느 방면의 우리말 순화 작업과 같이 해부학용어도 좀 더 알아듣기 쉬운 우리말 용어로 순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학생 때는 저도 이렇게 세 가지 씩 외워야되는 게 싫었는데요. 임상에 나와서 진료를 하다보니 한글 용어가 환자에게 더 알아듣기 쉬울 때가 종종 있어서 저도 한글 용어를 많이 쓰려고 해요. 이번에 해부학 역사를 찾아보니 더 그래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궁금하시면 여러분들도 읽어보세용.

https://www.anatomy.re.kr/sub02/sub03.html#6
2. 그래서 '궁둥구멍근 증후군'이 뭔데?
앞서 말한 궁둥구멍근이 여러가지 이유로 과용되거나,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주위에 있는 궁둥신경(sciatic nerve, 좌골신경)을 자극하면서 여러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해요. 궁둥구멍근 증후군은 허리 통증이나 하지 신경통의 약 0.3~6%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엉덩이 부근의 외상이나, 궁둥구멍근의 비대(주로 고중량충에게 많다고 함), 오래 앉아있는 직업(택시기사, 자전거 타는 사람, 사무직 등), 그리고 해부학적으로 원래 이상한 사람(침덩이 등)이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원래 궁둥신경은 사람마다 생긴 것이 달라서, 여러 케이스로 분류를 해 놓았는데 저도 환자한테 어떤 식으로든 신경이 낑기게 되면서 통증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사람마다 궁둥신경과 궁둥구멍근의 생김새가 달라요. 물론 1번이 제일 많긴 함
진단은 보통 'FAIR test'로 시행하는데 댁에서 한 번 해보시고, 애매하면 근처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해드려요. 저는 주사치료를 환자분께 많이 권하는데요, 초음파 보고 궁둥구멍근을 찾아 소량의 스테로이드와 마취제를 놓습니다. 꽤 깊은 근육이라 숙련된 의사가 주사를 놔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3. 스트레칭 하면 낫나요? 약 먹는 게 좋은가요? 주사를 꼭 맞아야하나요?
저번에 썼던 글에도 비슷한 주제로 말한 게 있었는데, 의사도 환자도 가끔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 뭐냐면 치료에는 딱 한 가지 방법으로 무조건 낫는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병인은 여러가지가 있고, 환자 몸의 상태는 진단명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는 복합적인 상태로 존재해요.
예컨대 '궁둥구멍근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허리디스크가 절대 아니냐? 또 그건 아니란 말이죠. 디스크도 있고 증후군도 있을 수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직박 성님처럼 다 바야아라요.. '나는 무슨무슨 치료를 했더니 나았더라' 하는 말도, 의학적인 관점에서 치료의 가치를 가지려면 통계적 의미가 있어야 됩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여러 환자군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거고, 이걸로 의학이 발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재현 가능한 것이 과학이고, 의학도 과학의 범주의 속하므로 궤도민수님 말처럼 의학도 재현가능성이 있어야만 인정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침덩이의 저린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적으로 가능성 있는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죠? 약물치료나 주사치료는 병원에서 하셔야 되고, 오랫동안 앉아있는 침착맨에게 2-3시간에 한 번 씩은 스트레칭을 권하는 게 어떨까요? 케겔운동마냥 한국인들도 계속 앉아서 방송만 보지 않도록 라이브 중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ㅋㅋ 상상만 해도 좋군요
장조림님 노노그램 하는 동안 의식의 흐름대로 글 썼는데, 잘 전달이 되시려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침하하 메인 가려고 쓰는 글인데 재미있게나 읽으셨음 좋겠습니다. 다음에 필요하면 또 의학 얘기로 찾아올게요. 안녕~
ps. 글 분류를 어따 써야 할 지 몰라 ‘침착맨’에 올립니다. 침착맨님이 볼 거란걸 알기 때문에.. 흐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