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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상근'이 '궁둥구멍근'이 되었을까?

알보칠
23.08.30
·
조회 8037

내원 1년 전 같은 의료기관에서 허리 시술(신경관 성형술)을 받으신 58세 여자 환자가 좌측 다리의 불편감과 종아리 붓기를 주소로 제 외래에 찾아왔습니다. 좌측 다리가 항상 붓는 느낌이고 종아리 옆으로 통증도 느껴지신다고 했는데요. 저는 과거 의무기록을 살펴보았지만, 시술 전 MRI에서는 요추 3-5번의 경미한 디스크 돌출 외에는 특이 소견이 없었습니다. 시술은 당시 주치의가 잘 해주었는데 환자는 지속적인 신경통을 느끼고 있었어요. 저는 신체 검사를 통해 좌측 ‘궁둥구멍근 증후군’으로 진단 후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를 해주었습니다. 주사 1주일 후 환자는 많이 좋아졌으나 아직 저린감은 있다고 얘기하여, 댁에서 궁둥구멍근 스트레칭을 할 것을 지도함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조금 더 시행하였고, 그 다음 1주일 후 증상이 더 좋아져서 약 처방을 더 받으신 후에는 이제 병원에 안오십니다. 다 나으신 거겠지요?

 

실제로 환자의 허리 MRI는 비교적 깨끗했다.

 

 

 

 

1. 왜 '궁둥구멍근'인가?

 

실제로 의사들은 3가지 용어를 사용합니다. 
 ① 라틴어 기원의 알아듣기 어려운 영문 용어
 ② 일본 해부학용어의 한글 번역인 한자 용어
 ③ 대한해부협회를 주체로 만들어 진 한글 용어

 

예컨대(흐흐) ① piriformis muscle, ② 이상근(梨狀筋), ③ 궁둥구멍근, 이렇게 같은 근육을 말하는 말이 세 가지나 되는 것이죠. 

 

‘배’같이 생겼나요? 저는 좀 아닌 것 같은데…

 

 

piriformis의 어원을 살펴 보면 'pear-shaped'라는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서양배 같이 생긴 근육이란 뜻이지요. 물론 이걸 그대로 한자로 번역한 것이 일본에서 들여온 이상근(배나무 梨, 모양 狀)입니다. 현대의학이 일제시대에 국내로 들어와 발전하면서 이런 일본식 한자어가 많이 유입이 되었고, 여느 방면의 우리말 순화 작업과 같이 해부학용어도 좀 더 알아듣기 쉬운 우리말 용어로 순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학생 때는 저도 이렇게 세 가지 씩 외워야되는 게 싫었는데요. 임상에 나와서 진료를 하다보니 한글 용어가 환자에게 더 알아듣기 쉬울 때가 종종 있어서 저도 한글 용어를 많이 쓰려고 해요. 이번에 해부학 역사를 찾아보니 더 그래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궁금하시면 여러분들도 읽어보세용.

 

https://www.anatomy.re.kr/sub02/sub03.html#6

 

 

 

 

2. 그래서 '궁둥구멍근 증후군'이 뭔데?

 

앞서 말한 궁둥구멍근이 여러가지 이유로 과용되거나,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주위에 있는 궁둥신경(sciatic nerve, 좌골신경)을 자극하면서 여러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해요. 궁둥구멍근 증후군은 허리 통증이나 하지 신경통의 약 0.3~6%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엉덩이 부근의 외상이나, 궁둥구멍근의 비대(주로 고중량충에게 많다고 함), 오래 앉아있는 직업(택시기사, 자전거 타는 사람, 사무직 등), 그리고 해부학적으로 원래 이상한 사람(침덩이 등)이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원래 궁둥신경은 사람마다 생긴 것이 달라서, 여러 케이스로 분류를 해 놓았는데 저도 환자한테 어떤 식으로든 신경이 낑기게 되면서 통증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사람마다 궁둥신경과 궁둥구멍근의 생김새가 달라요. 물론 1번이 제일 많긴 함

 

 

진단은 보통 'FAIR test'로 시행하는데 댁에서 한 번 해보시고, 애매하면 근처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해드려요. 저는 주사치료를 환자분께 많이 권하는데요, 초음파 보고 궁둥구멍근을 찾아 소량의 스테로이드와 마취제를 놓습니다. 꽤 깊은 근육이라 숙련된 의사가 주사를 놔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이상한 사진 아닙니다

 

 

 

 

 

3. 스트레칭 하면 낫나요? 약 먹는 게 좋은가요? 주사를 꼭 맞아야하나요?

 

저번에 썼던 글에도 비슷한 주제로 말한 게 있었는데, 의사도 환자도 가끔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 뭐냐면 치료에는 딱 한 가지 방법으로 무조건 낫는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병인은 여러가지가 있고, 환자 몸의 상태는 진단명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는 복합적인 상태로 존재해요. 

 

예컨대 '궁둥구멍근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허리디스크가 절대 아니냐? 또 그건 아니란 말이죠. 디스크도 있고 증후군도 있을 수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직박 성님처럼 다 바야아라요.. '나는 무슨무슨 치료를 했더니 나았더라' 하는 말도, 의학적인 관점에서 치료의 가치를 가지려면 통계적 의미가 있어야 됩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여러 환자군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거고, 이걸로 의학이 발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재현 가능한 것이 과학이고, 의학도 과학의 범주의 속하므로 궤도민수님 말처럼 의학도 재현가능성이 있어야만 인정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침덩이의 저린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적으로 가능성 있는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죠? 약물치료나 주사치료는 병원에서 하셔야 되고, 오랫동안 앉아있는 침착맨에게 2-3시간에 한 번 씩은 스트레칭을 권하는 게 어떨까요? 케겔운동마냥 한국인들도 계속 앉아서 방송만 보지 않도록 라이브 중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ㅋㅋ 상상만 해도 좋군요

 

 


장조림님 노노그램 하는 동안 의식의 흐름대로 글 썼는데, 잘 전달이 되시려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침하하 메인 가려고 쓰는 글인데 재미있게나 읽으셨음 좋겠습니다. 다음에 필요하면 또 의학 얘기로 찾아올게요. 안녕~

 

ps. 글 분류를 어따 써야 할 지 몰라 ‘침착맨’에 올립니다. 침착맨님이 볼 거란걸 알기 때문에.. 흐흐

댓글
침착맨
23.08.30
BEST
좋다좋다 이해가 됐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야생의밍키
23.08.30
BEST
'해부학적으로 원래 이상한사람(침덩이)' ㅋㅋㅋㅋㅋㅋㅋㅋ
더블쿼터파운더치즈버거
23.08.30
BEST
좋아 완벽히 이해했어(이해안됨)
알보칠 글쓴이
23.08.30
BEST
오 좋은 질문이십니다. 아 그건 궁둥구멍(sciatic foramen)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요. 실제로 이 근육이 궁둥구멍에 있는 근육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어렵죠?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3360480018-db59t89525w.webp
알보칠 글쓴이
23.08.30
아 이제 영걸전 하러 가야겠다
신이나
23.08.30
무슨 전투 중이십니끄아
그린맨션1차
23.08.30
정말 왜 '궁둥구멍'근일까요? 라틴어 어원대로 '배모양'근이라고 하면 오히려 알아듣기 쉬웠을텐데 말이죠? 처음 들으면 항문과 괄약근이 연상되어 혼란스럽군요! ㅋㅋ
알보칠 글쓴이
23.08.30
BEST
오 좋은 질문이십니다. 아 그건 궁둥구멍(sciatic foramen)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요. 실제로 이 근육이 궁둥구멍에 있는 근육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어렵죠?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3360480018-db59t89525w.webp
야생의밍키
23.08.30
BEST
'해부학적으로 원래 이상한사람(침덩이)' ㅋㅋㅋㅋㅋㅋㅋㅋ
gov
23.08.30
사람(랩틸리언)
Z3R05UM
23.08.30
우리는 노노그램이 각종 작업에 최적화된 컨텐츠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드리안마르티네즈
23.08.30
이상해서 이상근이 아니었다니~~~
나에용
23.08.30
서양배가 조롱박 형태를 띄므로 배를 닮았다고 했나봅니다?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3365723928-2nfbx0la52t.png
침착맨
23.08.30
BEST
좋다좋다 이해가 됐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더블쿼터파운더치즈버거
23.08.30
BEST
좋아 완벽히 이해했어(이해안됨)
침드리만드리
23.08.30
아조씨 쉬는날 병원가세요
쫄깃쫄깃
23.08.30
좋다좋다 디오구 조타
잘알려드립니다
23.08.30
못했잖아요
깡왈
23.08.30
생각날때 마다 궁둥구멍근 조이기 운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고민시
23.08.30
보건계열 전공었습니다
입학 했을때는 한글용어 없어서 한자, 영어로 열심히 외웠는데 그때가 과도기였는지 한글 용어가 앞으로 많이 쓰일꺼라고 한글 용어로 다시 외우라고 했던 기억이...
한글 용어가 한자를 길게 풀어놓은거라 근육, 신경등등 이름들이 쓰잘데기 없이 길어집니다ㅋㅋㅋㅋ
교수님들도 실용성없고 혼란만 오게 이런걸 왜 바꾸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ㅋㅋ
하빵이자나
23.08.30
저는 한글용어도 생겨서 3가지를 다 외워야 되서 더 어렵더라구요 ㅋㅋㅋㅋ
에휴
건짱우짱
23.08.30
최신 재활의학 관점에서는 더이상 이상근증후군이라는 진단명 쓰지 않는 쪽으로 가고있습니다. 실제 이상근증후군이 존재하는가? 에 대한 논란도 크고요. 아마 최근 물리치료사들 사이에서 최대 논쟁거리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말들을 환자들에게 하는 것은 서로 상반되는 진단명에 오히려 혼란을 증가시키지만, 침착맨님은 미스테리를 좋아하시니 오히려 좋을지도..?
뿌링치즈
23.08.30
저도 최근에 이거 진단받았는데
랄부…가 아플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전설의레전드
23.08.30
방장 방송키면 궁둥구멍근 시즌2 이야기하실듯 ㅋㅋ
라면꼰돼
23.08.30
먹물식 바야아르
직박더헛
23.08.30
아 쨌든 침덩이가 문제라는거죠? (이해 못함)
성이름
23.08.30
오 의학 에세이가 이렇게 잘 들어오다니 ㅎ 감사합니다.
침착맨의속눈썹다섯가닥
23.08.30
궁둥구멍근이 진짜 있는거라니..
병건아
23.08.30
진짜 유익하다
방구석트수수
23.08.30
ㅂㅇㅇ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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