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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양수업

돌이마
23.08.22
·
조회 6186

 

즐거운 감상되시길 바랍니다.

 


 

인터넷에서 어느 교양수업에 관한 흥미로운 글을 보았다.

교양 수업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모두가 틀렸다는 걸 알지만 동시에 모두 반박할 수 없는 문장을 만들라 시켰다고 한다.

댓글을 보니 자기 엄마가 공중제비 3바퀴 조진다느니와 같은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꽤 재밌는 과제라 생각해 한 번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았다.

먼저 반박을 할 수 없어야 하니 반박할 자료나 근거가 있으면 안된다.

 

예컨대 ‘신은 있다.’와 같은 문장을 들 수 있다. 애초에 ‘신’이라는 존재 유무를 확인할 수 없으니까.

 

다만 이 문장은 종교인들은  맞다고 생각할테니 ‘모두가 틀렸다는 걸 알지만….’이라는 조건에 어긋난다.
 

머리 좀 굴리다가 나온 답은 ‘내가 죽으면 세상이 멸망한다.’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이걸 반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걸 반박하려면 내가 죽어야 하고 죽으면 세상이 멸망하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역시 인터넷 빡통들이랑 다르다는 우월감과 함께 나는 잠에 들었다. 


나는 강의실에 있다.

 

이건 내 꿈이다.

 

교수 입에선 내가 인터넷에서 본 글처럼 모두가 틀렸단 걸 알지만 동시에 모두가 반박할 수 없는 문장을 만들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나는 홀린 듯 손을 들어 내가  생각하던 답을 말한다.
 


교수가 말을 듣더니 웃는다. 


“그건 내가 요구한 문장이 될 수 없을 것 같네.”


당혹스럽다. 조건은 분명 다 지켰는데.


“혹시 왜 그런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왜냐면 이건 자네 꿈이니까 자네가 죽으면 이 세계도 끝나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머리가 멍하다가 오싹해지며 발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꿈을 꾸며 꿈이란걸 자각할 때는 가끔 있지만 그걸 꿈 속 사람에게 듣는 건 처음이다.

 

강의실의 모든 학생들이 나를 쳐다본다. 교수가 입을 연다.


“내가 다른 예시 문장을 들어주지.”
 


“너는 이 꿈에서 깰 수 없다.”


저 문장이 조건을 만족하는지 머리를 굴린다. 불안해서 이가 떨린다.
 


나를 쳐다보던 강의실의 학생들은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댓글
후룪꾸
23.08.23
BEST
침하하의 회원들이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사냥에성공한원시인의뿌듯함
23.08.23
보자마자 거짓말쟁이 문장이 떠올랐는데 틀렸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 헷갈리네요
사냥에성공한원시인의뿌듯함
23.08.23
제가 모순이라는 지점에 매몰됐었네요 하지만 졸라 짱 센 투명드래곤은 ㄹㅇ이랍니다? 다들 아시는 그건 사실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다큐인 거죠ㅋㅋㅋㅋ
힙합소울침착맨
23.08.23
나는 리만 가설을 증명할 수 있다
뭐 이런걸로 안되려나요
돌이마 글쓴이
23.08.23
반박가능
꼬리수육
23.08.23
침착맨은 랩틸리언이다.
돌이마 글쓴이
23.08.23
모두가 맞다는 걸 앎
풍피바라
23.08.23
아닌데요?
후룪꾸
23.08.23
BEST
침하하의 회원들이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쇽쇽달마
23.08.23
미스터리 공포 얘기는 별로 안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재밌네요
파인애플피자
23.08.23
이거 공포네요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92774453451-7gvyah4a6n3.jpg
돌이마 글쓴이
23.08.23
즉시 수정
깡왈
23.08.23
악마의 증명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군요
따봉바덕아고마워
23.08.23
하남자 특) 남들 못푸는 문제 간단하게 풀어서 교수의 칭찬과 학생들의 동경을 바라는 꿈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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