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역삼동에 있는 터키문화원에서 12주짜리 요리
클래스에서 36개 정도 되는 요리를 배운 적 있었습니다. 터키 강사님은 터키 주부들의 기본 요리가 40개 내외고 터키에서 요리사 수준이면 120개 정도의 레시피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으니, 터키 가정주부 만큼의 가짓수의 요리를 배운 셈입니다.
제일 인상 깊게 배운 것이 쿄프테(다진고기 요리) 였는데 이때 배운 걸로 두 달간 식당을 빌려서 팝업레스토랑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루프탑에서 서울살이하는 직장인이지만, 종종 고기를 빚어 숯불 쿄프테를 만들어 친구, 동료들을 환대하는 파티를 열곤 합니다.
쿄프테는 다진 고기를 뜻하는 터키어 입니다. 아시다시피 이슬람 문화권인 터키에서는 돼지고기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고기가 조금이라도 두꺼워지면 핏기가 나지 않게 생고기반 볶은 고기 반을 쓰기도 합니다. 웰던으로 익히다 보니 퍽퍽해질수도 있지만 다진양파나 다진파슬리 등으로 식감과 수분감을 살리는 조리법으로 보완하기도 합니다. 큐민과 소금이 잔뜩 들어가는 터키식 조리법은 식재료 및 요리의 보존성을 높여줍니다. 라마단 기간 등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요리를 하지 않거나 요리의 가짓수를 늘리기 위해 6-12시간 전에 요리 하는 습관이 반영된 것 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정통 터키식으로 간을 하면 고염식의 강한 향신료 맛을 내게 됩니다.
돼지고기로 쿄프테 방식의 반죽을 빚어 전분에 굴려 팬에 튀겼습니다. 터키 강사님이 보시면 기겁할 모습이지만, 퓨전이라고 봐주실 것 같습니다. 전분을 입힌 돼지고기 요리는 갓 튀긴 탕수육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호화된 전분의 단맛이 납니다. 토마토페이스트를 이용해 감칠맛을 더한 카레에 곁들여 먹었습니다. 요리를 한다는 건 일종의 문화를 연구하는 일과도 비슷합니다. 같은 식재료를 대하는 방식이 어쩜 각 나라마다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다름이 우리의 식탁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들어 주니, 다르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 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