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태어난 뒤로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이 우승하는걸 본 적이 없는 야구팬이올시다
나처럼 살지 마시오

몇주 전부터 야구계를 뒤흔들고 있는 ‘음주 파동’에 대해서..
침하하에서도 초기 사이버 렉카의 자극적인 보도를 그대로 믿고있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기사를 조금만 찾아봐도 ‘경기 전날에 마신게 아니다, 접대부와 함께 마신게 아니다’라는 팩트 체크가 가능한데 말이죠
사실 야구팬들은 국가대표의 졸전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마녀사냥’에 익숙하리라 생각합니다.
리그 규모와 인기 때문인지 시쳇말로 ‘어그로'가 잘 끌리고, 언론은 그러한 선동적 보도를 계속하지요.

2018년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거머쥐고 돌아온 국가대표에게,
여론은 칭찬 대신 ‘병역 면탈’에 조직적으로 개입한게 아니냐며 야구계의 레전드 선동열 감독을 국회로 불러내어 국정감사대에 세웠습니다.
결국 그 어떤 혐의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병역 면탈 혐의를 받은 오지환 박해민 선수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소위 나락으로 떨어져 있었지요.
야구 열심히 해서 국가대표에 선발되어 금메달을 획득했더니 돌아온건 질시와 냉대.. 이때 좀 많이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얼마전 강백호 선수 사태에 대해서는 또 어땠습니까.
도쿄올림픽 일본전에서 리드를 빼앗긴 상황, 공수교대 시간에 불량해보이는 자세로 껌을 씹고있었다고 진짜 엄청난 몰매를 맞았지요.
이후 WBC에서의 본헤드 플레이가 이어지며, 그야말로 국민 비호감 선수로 추락했습니다.
사건 이후 MBC같은 방송국은 공중파임에도 불구하고, 리그 중에 있었던 실책에 대해서, 스포츠 채널도 아니고 메인 뉴스데스크에서 강백호 선수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KBS나 YTN 등 여타 언론도 비슷한 논조를 보였지요. 국대 경기에서의 실책도 아닌, 리그 경기에서의 실책에 대해서요.
국가대표 경기에서 껍 씹고 주루플레이 미스낸게 이렇게 주홍글씨를 새길 정도로 크나큰 잘못인가요?
진짜 이해가 안 가는데..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 어떤 선수의 실책으로 한국 대표팀이 고배를 마셨을때, 이렇게까지 비판한 적이 있나요?
유독 야구에 대해서만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언론의 여론 호도를 보다못한 야구팬들이, 원래는 각자의 응원팀 선수를 비호하고 서로 물어뜯느라 여념이 없는 야구팬들이,
강백호 사태에 대해서는 남초 여초 응원팀 가릴것 없이 연합해서 강백호 선수에게 응원차 커피차를 보내주는 등 위아더월드를 이룬것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이번 음주 파동도 선동열 국감 사태와, 강백호 사태와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난히 야구선수에 대한 도덕적 사회적 잣대는 최근 수 년간 높아졌고, 언론과 기자는 그 점을 교묘히 이용해 조회수 벌이에 몰두 중이지요.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평소에 야구 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한줄짜리 선동을 보고 ‘저새끼들은 경기 전날에 여자 끼고 술 처먹었으니 욕 먹어도 싸다’고 욕하는 꼴이요.
언론 보도를 보고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선수의 증언을 보며, 야구 팬으로서 마음이 참 아팠네요.
부디 야구계에 대해서도 건전한 문화와 시선이 정착되었으면 하네요.
어차피 진짜 잘못한 일이 생기면 야구팬들이 먼저 나서서 비판합니다. 외부인들이 왈가왈부하지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