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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블로그] 나는 'N년좌'가 아니다

베이비몬스터
23.03.13
·
조회 3843
마인츠에 온 이후로 이 정도로 좋았던 적이 없다. 자칫 강등권의 위험이 있던 우리 마인츠는 시즌 후반기에 열심히 순위를 끌어올렸다. 7위에 만족한다기보다는, 함께 한발, 두발 나아가는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그 덕분에 나도 좋은 소식을 한국 팬분들께 많이 전해드렸다. 내 골로 기뻐하는 팬들을 보면서 내가 이맛에 축구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응원해주는 글을 읽다가 재미있는 표현을 발견했다. 내가 ‘N년좌’라고 하더라. ‘이재성이 N년만 더 어렸어도…’라는 아쉬움에서 나온 표현이란다. 이재성이 몇 년만 어렸어도 더 수준 높은 리그나 팀에서 더 좋은 기회를 받았을 거라고 말이다.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그만큼 나의 능력을 더 높이 사고, 나를 더 응원한다는 뜻이 아닌가. 그러다 생각에 잠겼다. 정말 몇 년만 더 일찍 유럽에 나왔다면 달랐을지, 내 커리어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번 칼럼을 통해 그 생각의 흐름을 정리해보려 한다. 
 
 
 
나는 늘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좋은 성적과 기록을 내고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스스로 ’나는 잘하고 있다‘라고 되뇐다. 자신감이 없으면 플레이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회복이 어려워진다. 
 
요즘에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신감이 차오른다. 시즌 후반기에 생각지도 못한 골들을 넣고, 마인츠 팬들이 뽑은 2월의 선수가 되고, 내 이름 Lee를 활용한 다양한 별명이 생기고 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받는 메시지 개수가 훨씬 많아지고, 지인들의 축하도 더 많이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팬들의 반응을 접할 기회도 많다. 그중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일찍 나왔다면 더 많은 기회에 노출되었을 거라고 아쉬워하는 팬분들의 반응이 눈에 띄었다. 그때 생각했다. 나, 잘하고 있구나. 
 
 
 
돌이켜보면 잘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늘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는 게 아니다.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뜻이다. 고려대에서 전북현대로, 한국에서 유럽으로, 킬에서 마인츠로 온 모든 순간이 시기적절했고 그 속에서 값진 경험을 통해 소중한 배움을 얻었다. 
 
고려대 시절에는 진정한 축구가 무엇인지 배웠다. 어릴 때는 늘 기본기에 충실했다면 대학교에서는 팀 전술이나 개인 기술을 습득했다. 서동원 감독님이 전술적인 부분에서 여러 도전을 많이 하셨고, 발상의 전환을 많이 하셨다. 훈련 프로그램이 신선해서 매번 축구를 새로 배우는 기분이 들었다. 실력이 좋은 형들과 함께 뛰니 더 즐거웠다. 전북에서는 프로 선수로서의 삶을 배웠다. 한국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팀에서 경쟁의 터가 얼마나 냉정하고 치열한지 알게 되었다. 내 커리어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전북에서 뛰며 국가대표가 되었고, 그를 통해 내 꿈을 더 키워나갈 수 있었다. 
 
K리그에서는 내가 유럽으로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 축구 무대에서 최고의 순간을 보냈고, MVP가 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를 통해 유럽에 도전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떠난 홀슈타인 킬에서는 독일과 유럽의 문화를 배우고, 유럽 리그에 적응할 수 있었다. 리그가 어떤 형태로 진행이 되고, 어떤 스케줄로 이루어졌는지 세세하게 배웠다. 팀 발터, 올레 베르너 등 젊은 감독님들 밑에서 늘 도전적인 축구를 했다. 물론 킬에서 3년이나 있을 거라고는 나도 몰랐다. 유일하게 아쉽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지만  정말 좋은 축구를 배웠다고 자부할 수 있다. 가끔 그 시절의 축구가 그립기도 하다. 
 
이런 순간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다.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분데스리가라는 세계적인 리그에서 뛰고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매주, 매 순간 느낀다.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버티고 살아남으며 성장하고, 정신력도 한층 더 강해졌다. 축구선수로서 이런 걸 누릴 수 있다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특히 지난 2월은 내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내 입에서 ‘기쁘다’, ’행복하다‘ 등의 말이 이렇게 많이 나온 적이 없다. 내가 그렇게 골을 넣을 줄이야. 나 자신도 많이 놀랐다. 신이 나서 더 뛰고 싶었고, 무서울 게 없었다. 정말 즐기면서 축구를 했다. 그 덕분인지 마인츠에서 2월의 선수로 올랐다. 분데스리가 2월의 선수 후보까지 올랐다.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내게 ‘몇 년만 어렸어도…’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건 내가 늘 ‘좋은 선택’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잘하고 있으니까. 그에 대한 애정 어린 아쉬움이 아닐까. 나는 나의 선택에 아쉬워해 본 적이 없다. 유럽에 더 일찍 나올 기회가 있었지만, 2018년에 나온 것을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에 잠긴 적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할 시간에 한 발 더 뛰고 현재를 위해 더 노력하는 게 낫다. 지금 이 순간을 헤쳐 나가기도 벅찬데 굳이 과거의 일을 회상하며 후회할 이유가 없다. 자기 선택에 후회하는 사람들을 종종 봤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다. 지나고 보면 아쉬울 수 있지만 그 당시, 내 상황에서 한 최선의 선택이었을 테다. 그걸 잊지 않고, 차라리 내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시간을 더 값지게 쓰는 일이지 않을까. 내 것이 아닌 것을 욕심내고 탐내면 스스로 독이 될 뿐이다. 
 
간단하다. 최선의 선택을 하면 아쉬운 순간도 적어진다. 그러기 위해선 여유와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유럽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마인드이다. 조급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유럽에 진출할 기회는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 꿈만 늘 가슴 속에 품고 진심을 다해 축구를 하다 보면 내가 최선의 선택을 할 기회가 생긴다. 전전긍긍하고, 조급해하다 보면 정말 후회가 남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스스로 가치관을 세워놓는 게 중요하다. 유럽 진출이 끝이 아니란 점도 늘 알고 있어야 한다. 나의 꿈은 유럽이었지만, 그게 내 삶의 최종 목표는 아니었다. 그랬더라면 나 역시 몇 년 더 일찍 나올 걸 후회했을 수도 있다. 누구나 하루라도 더 빨리 목표를 이루고 싶어 하니까. 그런 식으로 목표를 이뤘다면 매너리즘에 빠졌을 거다. 이제 내 삶의 목표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나는 조급하지 않았고, 항상 최선의 선택을 했고, 모든 과정이 값지고 행복했다. 고려대에서, 전북에서, 국가대표에서, 킬과 마인츠에서 시기적절하게 뛰었다. 후회남는 선택은 단 하나도 없다. 매 순간 진심을 다했기에 당당할 수 있다. 보물 같은 순간이 모여 오늘의 내가 있다. 나의 가치관인 경험과 배움, 공유에서 많은 걸 이뤘다. 그라운드 위의 내가 성공적인 선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치관을 잃지 않고 그를 통해 꾸준히 뛰고 있다는 점에선 꽤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N년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https://blog.naver.com/jaesung_lee7/223042653287
댓글
포테토칩기름맛
23.03.13
멋있는 사람👍👍 멋진 선수👍👍
뻐킹피그
23.03.13
정말 멋있잖슴
아차차우리침착맨
23.03.13
마인드가 정말 멋있습니다!
떡탱이
23.03.13
국대 에이스
엠십육전당포방부
23.03.14
응원합니다!!
씻어드세요
23.03.14
아니 이재성 선수 글도 실력자인데요??!
그립읍니다
23.03.14
전북현대시절부터 팔로잉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선수입니다.
제가 실제로 본 한국선수중 가장 엄청났던 선수
opium
23.03.14
글 진짜 잘쓰네
트레픽도둑
23.03.14
재성이는 사랑입니다만 ♡
테일맨
23.03.14
진짜 멋있다...
에이보르
23.03.14
캬.. 실력만큼이나 생각도 깊네요
병건이에용
23.03.14
뮌헨 팬으로써 정말 탐나는 선수
꽃님이돌격대
23.03.14
너무너무 잘해줘서 기분이 좋습니다.
응원합니다!!!
단 전북 컴백은 한참 뒤에 부탁드려요!
칠스탈
23.03.14
이재성 선수 꽤 오래전부터 칼럼이나 수기같은거 써 오셨어요. 선수로서의 마인드도 훌륭하지만 필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예전에 썼던 축구일기(다음) :
현재 게재중인 블로그(네이버) :
심벌즈맨
23.03.14
캬 … 문장력 미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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