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과 맞지 않는 전공을 택했음을 뼈저리게 실감하며
삶에 대한 흥미 역시 하루하루 깎여 나가던, 열정을 잃은 아이의 나이는 스물+N
붙잡지 못했던 창작에 대한 꿈에 다시 눈을 돌리기엔 이미 너무 늦었음을 나지막이 한탄하며
그렇게 매일매일 장수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일상만이 반복되던…
‘적당히 성적에 맞춰 학과에 지원한 대가를 지금 치르는구나…’라고 합리화하기 바쁜 찰나에

작지만 놀라운 일 하나가 저를 찾아왔었죠.
이수 학점이 어느덧 세 자릿수에 이를 정도로 고학년이 되었지만 스스로 잘난 게 하나도 없다고 여기던…
그저 남들보다 좀 더 진득하게 과몰입해서 영화를 즐기는 거 말곤 전혀 내세울 게 없는 너드인 제게
우연히 올린 게시글 하나가 불러온 파급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건 상당히 큰 충격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제가 사석에서 웃겼던 사람들을 다 합친 것보다 족히 수 배는 많은 분들께서 제가 쓴 글에 열광해주셨으니까요.

그렇게 ‘전무님께서 재수생 시절, 보습 학원 책상 한 구석에 만화를 연재하며 느끼셨을 재미가 이런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제 안에 잠들어 있던 창작욕이 조금씩 깨어나며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나한테도 재능이란 게 있는 건가?’ 란 치기 어린 기대와 ‘단순한 우연일 뿐이야…’란 차가운 자조가 뒤섞여
매 순간 반신반의 하는 와중에도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때론 없는 시간을 따로 빼면서까지
저의 취향과 추구하는 방향성이 그대로 담긴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재능의 여부는 지속적으로 글을 써가는 데 있어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제가 정말 좋아하고 몰입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이거란 거였죠.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건 주변의 많은 사례에서도 쉬이 접할 수 있듯 정말 힘든 일이란 걸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불현듯 방장께서 방송에서 해주신 말이 떠오르더군요.

“견적 보고 미쳐라."
그 말을 천천히 곱씹으며 제가 써왔던 글들의 반응들을 다시 한번 더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죠.
“이제 미치기만 하면 된다.”
곧 한 살이 어려질 예정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나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언제 엄습하여도 이상할 게 없는 시기지만
그와 동등하거나 더 큰 설레임에 요즘 하루하루가 새롭고 충만하게 느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아직 고생을 덜했다는 징표일지도 모르지만요 크크크,

이후 대학교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현재 정식으로 웹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는 등
작가로서 데뷔하기 위한 여러 방식과 루트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독자층에 대한 문제였죠.
제가 추구하는 문체와 이야기의 방향성을 수정하면서까지 다수의 독자를 잡을 것이냐
아니면 지금 내 스타일대로 쭉 밀고 나갈 것이냐를 수많은 퇴고를 거치며 고민하고 상의한 끝에
이번에도 제가 내린 답은 하나였습니다.
“죽이 되는 밥이 되든 내 식대로 써보자.”

“수준 높고 교양 있는 침카페/침하하 횐님들이 열광해주시던 그 방향을 믿고 따라가 보자.”

“근본을 저버리지 말자.”

아무튼… 출사표를 쓰는 제갈량의 심정으로 짧게(?) 한번 써봤는데
확실히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안정되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바쁜 일정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아주시는 내 마음 속 영원한 G.O.A.T
궤도 님

매번 불면증 물리쳐주시느라 바쁜
방장님 & 펄 님


결단을 내리기까지 큰 힘을 주신
침카페/침하하 횐님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올립니다.

언젠가…
제게 기회가 닿아
“저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 순간을 맞이할 때까지

소름 돋게 무서우면서도
경쾌하고 유쾌한 스토리
열심히 한번 써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침하하 사이트의 규정상
준비중인 작품의 제목과
공모전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